지난 세 달간, 글쓰기와 교정·교열 관련 책을 여러 권 읽었다. 에디터로 일하면서 제대로 된 글쓰기 공부를 해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기 때문이다. 원고를 윤문하면서 ‘이거 맞나?' 하며 맞춤법을 검색하기 일쑤였고 법률 미디어 편집부 소속이다보니 법률 지식이 부족해서 '이거 고쳐도 되나?’ 아리송한 적도 있었다. 글쓰기에 동기부여 책은 잔뜩 읽었어도 문법이나 맞춤법을 공부한 적은 없었다. 독립출판하며 읽은 책 딱 한 권이 전부였다.
‘내 이야기’를 소재로 독자를 크게 고려하지 않고 글을 꺼내 놓는 데 급급했는데, 인터뷰와 기사를 쓰면서 좋은 글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틀린 글, 잘못된 표현을 쓰는 일은 없어야 했다. 맞춤법과 문법에 맞는 글을 쓰고, 무엇이 맞고 틀렸는지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싶었다. 다른 이의 글을 윤문할 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어떻게 고치는 것이 좋은지 궁금했다.
책장에 꽂힌 관련 글쓰기 책을 다시 꺼내고 맞춤법·교정·교열·윤문 등 키워드로 검색해서 한 권 두 권 읽어 나갔다. 아직도 여전히 찾아 읽고 공부하는 중이지만, 중간 정산 겸 읽었던 책을 종류별로 정리해 보려한다.
이런 분들이라면 자신에게 필요한 책을 찾아볼 수 있을 것
내 글 정도는 스스로 교정 교열하고 싶다.
기본적인 맞춤법이나 문법에 맞는 글을 쓰고 싶다.
독립출판을 위해 교정 교열을 하고 싶다.
헷갈리는 맞춤법의 기본 원칙과 원리를 알고 싶다.
글쓰기에 필요한 한글 문법 공부를 하고 싶다.
텍스트를 다듬는 역할을 하는데 윤문이란 무엇인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 건지 제대로 배우고 싶다.
글 쓰는 일을 업으로 하고 싶거나 하기 시작해서, 실무에 필요한 맞춤법 지침서가 필요하다.
교정 교열자의 삶이 궁금하다.
칼로 무 자르듯 목적에 맞는 책을 딱딱 가를 순 없고, 여러 권 읽으며 내용이 겹치기도 하고 덧대어지기도 하면서 지식이 더 풍성해지기 마련이지만 무슨 책부터 시작하면 좋을지 힌트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책과 목차를 정리해 보았다.
출판사 교정 교열자로 일해온 저자가 문장을 어색하게 만드는 표현을 모았다. 한국인들이 습관적으로 쓰는 좋지 않은 표현, 주의해야 할 표현들이 모여있어서 글을 다듬기 위한 입문서로 참고하기 좋은 책이다. 전반부에 나오는 몇 가지 표현만 공식처럼 참고해도 도움이 된다. 문법이나 맞춤법에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도움닫기를 하기 좋은 책.
자주 틀리는 표현에 대해 학습이 끝났다면, 혹은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각종 표기법이 예시와 함께 항목별로 보기 좋게 정리되어 있다. 특히 '띄어쓰기'의 원리 설명이 잘 되어 있다. 한국어의 아홉 가지 품사와 문장 구성성분에 관한 공부도 덤으로 할 수 있다. 브런치 맞춤법 검사기 혹은 온라인에서 자동 맞춤법 검사기를 돌리며 맞춤법 규칙이 궁금했다면 재미있을 것. 김정선 저자의 글도 그런데, 박태하 저자도 위트가 있다. 센스 있는 글맛을 느끼며 술술 읽게 된다.
윤문하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손을 대야 하는지 고민된다는 말에 지인이 추천해 준 책인데, 번역자가 아님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저자에게서 출발한 글을 독자에게 제대로 전하는 일은 번역이나 윤문이나 비슷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번역하는 마음과 자세는 기본, 좋은 글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된다.
이 책의 주제는 공부하는 번역자가 되자는 것이다. 의사소통의 양편을 두루 살펴야 하는 고된 임무를 성실히 완수하려면 꾸준히 공부하는 길밖에 없다. 출발어의 맥락을 잘 파악하려면 배경지식을 꾸준히 쌓아야 하고, 도착어인 한국어의 맥락을 잘 파악하려면 독자의 처지나 조건에 맞게 한국어 표현을 섬세하게 발굴하고 구사할 줄 알아야 한다. - 머리말 중에서
책 보다 영상이 필요한 순간, 교보문고에서 제작한 <써드림 첨삭소>를 추천한다. 더 나은 글쓰기를 돕기 위해 교보문고에서 준비한 프로젝트로 작가가 직접 일반인의 글을 첨삭해 주는 과정을 보면서 글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 교정 교열과 윤문이 왜 필요한지 피부로 느낄 수 있을테니 좋아하는 작가가 있다면 꼭 보시기를.
https://casting.kyobobook.co.kr/series/14
책 편집자를 위해 쓰인 책으로 원고 편집의 전 과정을 큰 흐름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훑는다. 한 손에 들어오는 크기에 100페이지가 살짝 넘는 양으로 부담 없이 가볍게 읽을 수 있다. 교정과 교열이 어떻게 다른지, 윤문이랑 무엇인지 각 역할이 명확하게 비교되어 있다. 책 편집자로 일해보고 싶다면 추천.
책 편집에 관한 기초 지식을 배울 수 있는, 실무자들이 교본으로 삼을 만한 편집 지침서. 매해 개정판이 나온다. 이다겸 저자의 책으로 편집의 흐름을 파악했다면, 실제 작업하며 필요한 체크 리스트와 규정들을 세세하게 확인할 수 있다. 약 500페이지에 달하는 엄청난 양이다. 앞의 책들이 초보자를 위해 친절한 설명과 원리를 담았다면 법령 혹은 규정 해설서에 가깝다. 한글 맞춤법, 표준어 규정뿐만 아니라 실제 편집과 판면 디자인 원칙이 '열린책들'의 사례로 담겨있다. 5부에는 '제작의 기초'로 책의 형태와 구성 판형에 대해서도 알 수 있고 책 만들기에 대한 정보가, 부록에는 판권면과 저작권 ISBN 뿐만 아니라 편집 체크 리스트가 담겨있어서 독립출판을 준비하는 이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현재 소속인 법률 미디어에서 '변호사의 글쓰기' 특집기사를 준비하여 접하게 된 책이자, 논리적인 글쓰기와 교정 교열의 바다로 풍덩 빠진 계기가 된 감사한 책. 실상을 알고 보니 변호사는 말하는 직업이 아니라 글 쓰는 직접이었다. 변호사들이 재판부에 제출하는 보고서라 할 수 있는 서면을 쓰며 고민하는 치열하고 복잡한 사고의 과정을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글쓰기뿐만 아니라 논증과 수사 이론, 법률문장의 논리 원칙 등을 다룬다. 이 책 덕분에 변호사님들의 글을 제대로 윤문할 수 있게 되었다. 법조인뿐만 아니라 논문을 준비하는 이들에게도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제목도 표지 디자인도 절대 사전 정보가 없었다면 펼쳐보지 않았을 책인데, 브런치에서 교정 교열 관련 정보를 찾다가 읽게 되었다. <중쇄를 찍자>가 만화잡지사 편집부 이야기라면, <교열걸>은 출판사의 교열부 이야기. 둘 다 일본 작품이고 출판계를 배정으로 하고 있으며, 원작을 드라마화했다는 점이 비슷하다. 3권짜리 장편소설인데 책과 드라마의 내용이 살짝 달라서 비교하며 보는 재미도 있다.
'하고 싶은 일'과 '잘하는 일'에 대한 고민이 정리되어 갈 때쯤, 방점을 찍게 해준 점에서 개인적으로 의미도 있어서 감상을 따로 정리해 볼 생각이다. 교정 교열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궁금하다면 꼭 읽어보시기를. 책만큼의 감동은 아니지만 드라마도 웰 메이드이다(웨이브에 있음).
몇 개월에 걸쳐 다양한 책을 읽으며 바로바로 적용할 부분들을 플래그로 붙여가며 읽다보니 나만의 체크리스트도 작성하게 되었다. 이 글을 쓰는 이유이기도 한데, 읽으며 배우는 점도 있지만 정리 또한 큰 역할을 한다고 느낀다.
교정 교열과 윤문하며 배우는 글쓰기 체크리스트
열심히 글을 쓰고는 있는데 왠지 모르게 제자리를 빙빙 도는 느낌이라면 자신의 글을 스스로 다듬어 보는 연습을 해보면 어떨지. 글쓰기에 새로운 전환점을 될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