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서울의 3년 이하 퇴사자의 가게들 - 브로드컬리
나는 약 5년 동안 업으로 공간 기획을 하며 푸드트럭, 카페, 레스토랑, 편집숍, 호텔을 론칭했었다. 당연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 벌 수 있는 내 공간을 꿈꾸지만, 누구보다 공간 비즈니스는 사업성이 매우 낮다는 현실을 잘 아는 사람이기에 섣불리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다. 누군가가 카페나 하면서 살고 싶다는 말이라도 할 때면, 카페를 운영하면서 먹고살기가 얼마나 힘든지에 대해 핏대를 세워가며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런 나에게 독립서점에서 흥미로운 제목의 책이 눈에 들어왔다. 무책임하게 환상을 제시할 것 같지 않은 얼굴을 하고 있었던 책의 제목은 <서울의 3년 이하 퇴사자의 가게들 : 하고 싶은 일 해서 행복하냐 묻는다면?> 이다.
식당 오픈 1년 5개월 차 김지은, 진저키친
서점 오픈 11개월 차 김소정, 엠프티폴더스
카페 오픈 2년 12개월 차 김도엽, 머스타드
식당 오픈 2년 4개월 차 홍창민, 버섯집
디저트숍 오픈 1년 5개월 차 김희정, 르페셰미뇽
바 오픈 3년 7개월 차 정인성, 책바
서점 오픈 1년 7개월 차 유재필, 오혜
퇴사 전엔 어떤 일을 했나?
돈은 대략 얼마 정도 모아두고 퇴사했나?
일단 3년은 다녀보고 판단하란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월급 없는 삶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나?
퇴사를 끈기가 부족한 결정으로 보는 관점에 대한 생각은?
퇴사에 대한 환상과 현실 사이 가장 큰 괴리는 뭘까?
퇴사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 책은 평균 나이 36세, 회사 재직 기간 7년, 오픈 2년 내외 퇴사자 7명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왜 퇴사를 했는지, 당시 재정 상황과 공간 준비 과정, 퇴사 이후 벌이와 과연 만족하는지 묻는다. 이들 대부분은 회사원일 때보다 현재 더 오랜 시간 치열하게 일하지만 수입은 예전 월급보다 줄어들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자유도가 높은 주체적인 삶을 살고 있어 행복하다고 한다.
책의 앞부분을 읽으면서, 같은 고민을 오랫동안 하고 있는 나의 기준에 이들은 철저한 준비 없이 덜컥 퇴사를 저지른 충동적인 사람들이 아닌가 싶었다. 찬찬히 책장을 넘기면서 깨달음과 동시에 답을 찾을 수 없는 물음표가 남았다. 이들은 나보다 더 주체적인 삶에 대한 갈망이 큰 사람들이구나. 나는 아직 그 정도는 아닌건가?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퇴사자들의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가 담겨있어서 추천하고 싶은 책. 누군가가 나도 카페나 할까? 장사나 해볼까? 한다면 이제 조용히 이 책을 선물해야 겠다.
어쩌면 간절한 누군가에게는 회사가 아닌 다른 삶을 계획하도록 안내하는 책이 될지도 모른다.
서울의 3년 이하 퇴사자의 가게들 : 하고 싶은 일 해서 행복하냐 묻는다면?
어떤 인터뷰이의 대답을 인용해 답을 달아주고 싶다.
"내일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있어 행복합니다."
다음에 다시 이 책을 읽는 나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