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절제한 소비는 억압된 욕망의 다른 이름이다.자아 본연의 욕구가 타인의 압력에 의해 갇히게 되면자아는 다른 방식으로 자아 고유의 에너지를 발산한다.자아의 의지가 소실되었거나 본래의 의욕이 어떤 이유로든 상실되면, 사고 작용이 빈약해지면서 자아는 점차 감각에 의존하게 되고, 다시 그 의존성은 감각의 기능과 작동을 강화시키면서 감각에 민감해지는 허약한 심리 상태가 된다.
자아에게 필요한 에너지가 타자를 향해 소모되면,자아는 상실감을 느끼며 그만큼의 대체재를 찾는다. 이런 대체물들이 주는 순간적인 만족감에 길들여지면, 의지는 감각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며, 점차 그 감각들에 종속되어간다.
중독은 자아의 의지와 주체성이 상실된 상태이다.자아에게 공급되어야 할 관심과 열정이 밖을 향해 소비되기 시작하면, 빈곤해진 내면은 만족할만한 대체재를 찾아낸다. 이것은 의식적이거나이성적인 노력이나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본능적인 몸부림이다.
자아의 주체성이 유지되기위해서는자아가 건강하게 생존하려는 자립적욕구들이 자유롭게 활동해야 한다. 자아가 주체성을 상실하기 시작하면 모든 행위는 감각적 수준에서 맴돌며 중독성을 갖게 될 위험이 커진다.
중독은 자아의 자립적 주체성이 사라진 상태에서 가능하다. 자아의 주체성을 확보한다는 것은 자기 존재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이며, 어느 것에도 누구에게도 예속되지 않는 완전히 자유로운 존재감을 갖고 있는 것이다.
주체성이 상실되어가는 순간들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양보와 이해와 관용의 가면을 쓴 허위의식에 속지 않아야 한다. 착한 사람 콤플렉스, 수퍼 인간 콤플렉스는 자아에 대한 정직하고 면밀한 탐색을 방해하는 헛된 관념들이다.
자신은자아의 울타리일 뿐이다.타자는 내 자아의 울타리 안에 들어올 수 없으며, 들어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타자에게 자아의 공간을 내어주는 순간, 주체성은 조각나기 시작한다. 타자가 내 자아 안에 머물며 내 자아를 파괴하지 않도록 내 자신의 지나친 개방성을 경계해야 한다.
타자들은 언제나 지친 자신들이 위로받으며 쉬어갈 곳을 찾아 헤맨다. 사랑의 이름으로, 우정의 이름으로, 동료의 이름으로, 가족의 이름으로, 연인의 이름으로, 부모의 이름으로,,
세상엔 진짜처럼 보이는 여러 종류의 가면과 허상들이 떠돌아다니고, 그 내면엔 우리가 쉽게 파악할 수 없는 불편한 진실들이 숨어 있다. 가면과 허상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자신의 주체성을 잘 단속해야 한다. 친교와 침입의 경계를 살펴야 한다. 타자는 내 자아에 대해 어떤 정보도 갖고 있지 않다. 이해하는 것처럼 보이는 포옹력 안에는 실제로 이해되지 않은 자아들이 떠다닌다.
자신이 자기를 이해하는 일도 벅찬데, 타자가 내 자아를 이해한다는 것은, 주체성이 허약한 자아가 타자에게 의존하고 싶은 환상이다.
불편한 환상들을 걷어내면 관계 속의 진실들이 보인다. 자신만의 기대에서 빚어진 달콤한 착각도 있고, 양보와 도움을 준거라 믿었던 일들이 타자에게 실제로는 이용당한 것일 수도 있다. 그 타자도 의존적이어서 그런 도움을 받은 것일 수도 있지만, 상대의 양보심과 너그러움을 이용한 것일 수도 있다.
그걸 알면서 기꺼이 자아를 내주었다면, 범인의 족적은 아닌 것 같다. 마더 테레사나 이태석 신부님의 경지라고 여겨지니 감히 논할 자격이 내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