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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raphim Jun 16. 2020

잡다한 감정들,

'버리기 훈련'


바르셀로나


오늘 마음이 아련해지는 글을 읽었다. 그녀도 얼마 안 된 이곳 글지기, 아이의 아픔이 부모의 슬픔이 되는 순간이 전해오는 듯하다. 아이와 이별하고 다른 세상에 살고 싶어서, 다른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을 거 같아 한 쪽 마음을 접고 가본 적 없는 다른 한 길을 걸어가고 있는데, 그녀는 큰 슬픔이었을 인생의 장막 앞에서 주저앉지 않고 적극적인 다른 보완책을 찾아내는 결정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우리 앞에는 자주 여러 갈래 선택지가 주어진다. 되돌아보면 그때 그 결정을 해야 했을까, 왜 그때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을까, 때로 후회하고 때로 회한의 고통으로 자책하며 자신의 실수를 돌이켜보고 시간의 바늘을 돌려놓고 싶은 날들이 순간들이, 돌 틈에 피어서 단단히 박혀있는 야생의 풀잎처럼 삶의 허리춤에 아픈 기억으로 박혀있다. 빠지지 않는 가시처럼,,,



그러나 시간이 되돌아온다 해도 나의 선택이 달라졌을 것 같지는 않다. 사람의 사는 모양은 그렇게 쉽게 변할 수 없을 테니까, 지금은 압박감 없이 여유로운 상태에서 지난 시간을 파노라마처럼 펼쳐놓고 1장에서 2장, 3장, 들여다볼 수 있지만, 그때 그 시간, 아는 게 많지 않아서, 생각이 짧아서, 추론할 수 있는 사고의 지평이 협소했기에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내가 될 수 없다. 과거의 흔적을 들여다보며 후회하는 것은 지금 아무 의미가 없을까, 인간의 반성이란 과거 실패와 실수에 대한 속죄의 빛깔을 띤 면죄부인가,


자신의 판단과 결정은 온전히 자신에게 쏟아지지만, 그렇다 해도 타자와 고리로 엮인 인간의 삶은 완전히 개별인 나만의 것일 수 없기에 편협한 이기성으로 뭉친 결정은 아픔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이기적인 배타성은 시간의 두께만큼 고통을 채워놓기도 한다. 극도의 이기심은 편향된 의식을 부추기고 정제되지 않은 욕구는 어리석음을 낳고 그 혼돈그릇된 판단을 유도한다.




마음을 정갈하게 단련하고 현명한 사고를 키우며 잡다한 욕망들을 걸러내고 정돈하며, 어리석음의 조각들 자신 안에서 찾아내고 뽑아내고 닦아내는 일이 정원에서 잡초를 속아내는 일처럼 쉬우면 좋겠다. 마음을 살피고 생각을 알아채는 일이 순간순간 익숙해지면 좋겠다. 심연에 고여있는 삶의 찌꺼기들을 자주 비워낼 수 있으면 좋겠다. 마음의 밭이 깨끗이 손질된 저 정원 잔디밭이면 참 좋겠다.




사진, 바르셀로나 분수와 양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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