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마음으로 책을 읽는다는 것
수능특강 지문으로 쓰는 논술 특강 01.
책을 읽을 때 우리는 얼마나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을까요? 과거의 학자들은 독서에 대한 깊은 통찰을 남겼어요. 조선 시대의 유학자인 이황과 실학자 박지원은 독서를 위해서는 먼저 마음을 비워야 한다고 강조했어요. 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허심(虛心)’의 의미는 조금 달랐어요.
이황은 독서를 통해 성현의 말씀을 배우려면, 자신의 주관을 앞세우기보다 마음을 비우고 경건한 태도로 글을 읽어야 한다고 보았어요. 그는 성현의 가르침이 담긴 책을 통해 하늘의 이치를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지요. 반면 박지원은 책을 읽을 때 사사로운 욕심과 기존의 편견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했어요. 그는 독서가 단순한 암기가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를 바꾸는 과정이어야 한다고 보았어요.
이런 점에서 실학자들이 말하는 허심은 단순히 마음을 비우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고정관념을 없애고 세상을 넓게 바라보는 태도를 의미해요. 정약용이 독서를 할 때 자신의 주견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어요. 책을 읽는 것은 단순히 글자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과정이기 때문이에요.
독서는 그저 정보를 습득하는 행위가 아니라, 우리 사고의 틀을 넓히고 새로운 시각을 형성하는 과정이에요. 우리는 책을 읽을 때 얼마나 열린 태도를 가지고 있을까요? 혹시 기존의 생각에 갇혀 새로운 배움을 거부하고 있지는 않을까요? 열린 마음으로 책을 읽을 때, 우리는 세상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제시문 [가]
주자는 책을 읽을 때 마음을 비우고 집중하되 자신의 견해를 세워 글을 대해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물(物)로서 물(物)을 보듯, 글로서 글을 보는 방법으로 독서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황은 독서를 할 때 “성현의 말씀과 나의 소견이 다르다면 나의 힘씀이 정(精)하지 못한 까닭”이라고 하였다. 글은 성현의 도를 담는 그릇이므로, 세계의 참모습을 파악할 수 있도록 마음을 비우는 허심(虛心)의 독서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황은 독서를 통해 하늘의 객관적인 이치를 살피기 위해서는 사사로움을 버리고 마음을 비워야 함을 강조하였다.
조선 후기 실학자들 역시 독서의 선결 조건은 마음을 비우는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박지원은 “방과 창이 텅 비지 않고는 밝은 빛을 받을 수 없고 유리알이 비지 않으면 정기를 받을 수 없듯, 독서를 할 때에는 먼저 담박하여* 사사로움이 없어야 한다.”라고 하였다. 그는 평생토록 독서를 하여도 배움에 진보가 없는 것은 사사로운 마음이 독서를 방해하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독서를 위해서는 사사로운 마음을 버리고 마음을 비워야 한다고 강조한 점에서 이황과 박지원은 같은 주장을 펼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지향하는 바는 사뭇 다르다. 박지원을 비롯한 실학자들이 중요시한 허심 이란 기존의 상식이나 관습을 없애기 위한 방편으로, 왜곡된 세계의 허상에 갇히지 않기 위해 선입견을 제거하고 열린 마음을 지니는 것이다. 따라서 정약용은 “독서를 할 때에는 먼저 자신의 주견을 세워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즉 실학자들이 말한 허심이란 단순히 마음을 비우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잘못된 지식을 버림으로써 오히려 공정한 주견을 얻게 되는 일이다. 책 속의 글자를 넘어 세계의 참모습을 헤아릴 줄 아는 마음을 곧 허심으로 보았던 것이다.
제시문 [나]
대저 하늘과 땅 사이에 흩어져 있는 것이 모두 서책의 정기이다. 그럴진대 본시 바짝 가로막고 보아 한 방 가운데서 구할 수 있는 바가 아니다. 그래서 복희씨가 글을 볼 때 “우러러 하늘을 보고, 굽어 땅을 살폈다.”라고 한 것이다. 공자께서 그 글을 봄을 크게 여겨 말씀하시기를 “거처할 때에는 그 말을 익힌다.”라고 하셨다. 대저 익힌다 함이 어찌 눈으로만 보아 살피는 것이겠는가. 입으로 음미하여 그 맛을 얻고, 귀로 들어 그 소리를 얻으며, 마음을 모아 그 정묘함을 얻는 것이다.
- 박지원, 「소완정기(素玩亭記)」 -
【문제1】
제시문 [가] 에서 이황과 박지원이 강조한 ‘허심(虛心)’의 의미를 비교하고, 두 입장이 독서의 목적에서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 설명하시오. (400자 내외)
【문제2】
제시문 [가] 에서 박지원과 정약용의 입장은 독서의 태도에 대해 서로 다른 관점을 보이고 있다. 이를 요약한 후, 정약용이 강조한 독서 태도가 현대 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예를 들어 서술하시오. (500자 내외)
【문제3】
제시문 [가] 에서 언급된 독서 태도 중 자신이 가장 공감하는 입장을 하나 선택하고, 그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하시오. 단, 단순한 동의가 아니라 자신의 경험이나 현대적 사례를 들어 구체적으로 서술하시오. (600자 내외)
【문제4】
제시문에서 박지원은 독서를 단순한 글자 읽기가 아니라, 온몸으로 체득하는 과정이라고 말하고 있다. 제시문 속 박지원의 독서관을 요약하고, 이를 앞선 제시문의 박지원과 정약용의 독서 태도와 비교하여 설명하시오. (500자 내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