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시대, 지방을 다스리는 두 얼굴

수능특강 지문으로 쓰는 논술 특강 02.

Mar 23. 2025

수능특강 지문으로 쓰는 논술 특강 01.

조선 초 지방에는 유향소라는 자치 기구가 있었어요. 이곳에서는 전직 관리들이 중심이 되어 지방 행정을 감시하고, 부당한 수탈을 막는 역할을 했어요. 중앙 정부의 통제가 미치지 않는 곳에서 수령을 보좌하고, 향리들의 부정을 감시하는 역할을 맡았던 것이죠. 하지만 모든 것이 순조롭게 운영되지는 않았어요. 일부 유향소 구성원들이 향리와 결탁해 부패에 가담하고 백성을 착취하는 문제도 생겼어요. 결국 세조는 이런 폐단을 이유로 유향소를 폐지하라고 명령했어요.

그 후 사림 세력의 김종직은 유향소가 지방의 질서를 유지하는 데 필요하다고 주장했어요. 특히 그는 향사례라는 의례를 시행하여 백성들을 교화해야 한다고 보았어요. 향사례는 활쏘기 같은 행사를 통해 선한 가치를 강조하는 교육적인 행사였어요. 그의 주장에 따라 성종 때 유향소가 아닌 ‘향사당’이라는 기관이 만들어졌어요. 향사당은 유향소의 기능을 일부 이어받았지만, 정치보다는 교육적 목적이 더 강했어요.

조선 시대의 지방 통치는 단순한 행정이 아니라, 백성을 올바르게 이끌기 위한 과정이었어요. 유향소와 향사당은 향리의 부정을 막고, 지역 사회를 안정시키려는 역할을 했지요. 하지만 지방 자치를 둘러싼 고민과 논쟁은 시대를 초월해 계속되고 있어요. 오늘날에도 지역 자치와 중앙 정부의 역할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중요한 문제로 남아 있어요. 오늘은 이에 대한 문제랍니다.

[가] 조선 초 지방에는 자치 기구인 유향소가 있었는데, 이 기구는 전직 품관*들이 중심이 되어 주로 지방의 행정 실무를 담당했던 향리를 감찰하는 역할을 하였다. 조선 초 중앙 정부의 손길이 잘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는 향리가 백성을 수탈하는 경우가 잦았는데, 유향소는 향리가 백성을 수탈하지 못하게 하고 수령을 올바로 보좌할 수 있게 견제하는 역할을 한 것이다. 또한 유향소는 수령에게 조언하는 자문 기관의 역할을 하였고, 관아에 소속된 사람들이 법을 어기는 일을 규찰하고 바로잡을 뿐 아니라 풍속을 바로잡는 교육적인 역할을 하기도 하였다. 유향소는 이처럼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하였으나, 수령 또는 향리들과 결탁하여 부패를 저지르고 백성을 수탈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폐단에 더하여 유향소에 속한 인물이 반역에 일부 가담한 사건이 일어나자 세조는 유향소를 폐지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후 사림 세력이었던 김종직은 향리가 풍속을 해치는 것을 막고 향사례를 시행하기 위해 유향소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향사례는 향촌 교화를 목적으로 시행한 의례로, 활을 쏘며 덕이 높은 이를 기리고 백성들에게 선을 권면하는 행사였다. 김종직이 속한 사림 세력은 중앙 관권의 지방 사회 장악을 반대하였기에 관 주도의 향촌 통치를 반대하며 자율적인 향촌 질서를 수립하고자 하였는데, 유향소 복원 주장에는 지방 사회를 바라보는 이러한 사림의 시각이 깔려 있었다. 결국 성종의 윤허로 만들어진 기관은 향사례의 시행에 초점을 두었고, 이로 인해 명칭도 유향소가 아닌 향사당으로 정해졌다. 향사당은 유향소의 성격을 이어받았지만, 지방 사족*들의 정치적 역할 수행이 주가 되었던 유향소에 비해 교육적 성격이 더 강한 기관이었다.

향리 세력의 권력 남용을 막고 향촌을 교화하는 것은 조선의 중요한 과제였다. 조선 시대의 정부는 각종 직임을 지방 사족에게 부여하여 그들을 지방 통치의 주체로 이끌어 냄으로써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측면에서 유향소와 향사당은 향리를 견제하고 향촌을 교화하는 데 기여했다는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