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주는 신선한 자극
결혼한 큰 아이는 운동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운동신경도 그리 좋지 않고, 게으른 완벽주의 성향이라 한 번 움직이기 전까지는 누워 있는 걸 즐겼죠. 그러다가도 해야 할 일이 생기면 순식간에 자신의 몫을 완벽히 해내곤 했습니다.
그런 큰아이가 얼마 전 전화를 해왔습니다.
“엄마, 나 일주일에 3일씩 달리고 있어.”
놀랐지만 “잘했어, 건강에 좋아”라고 칭찬했죠.
퇴근 후 집에 오면 소파와 한 몸이 될 줄 알았는데, 어쩌다 달리기까지 하게 됐을까 궁금했습니다.
아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앉아서 일만 하니까 체력이 점점 떨어지더라고. 집에 오면 너무 피곤한데 할 일은 많고… 저질 체력이 되는 것 같아서 시작했어.”
예전 같으면 퇴근 후 방에서 쉬다 제가 준비한 저녁을 먹고 또 쓰러져 자곤 했는데, 결혼한 지금은 다르죠. 이제는 집안일도 해야 하고, 안 하면 바로 표가 나니까요.
아이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큰아이는 집 앞 공원에서 30분 정도 인터벌 러닝을 한다고 했습니다. 아직 오래 달리기는 힘들지만, 땀 흘리고 샤워하고 나면 기분이 너무 좋다며 이렇게 말했어요.
“엄마, 너무 좋다. 엄마도 뛰어, 응?”
애교 섞인 목소리에 웃음이 났습니다. 사실 저도 달리기를 시작했지만 말하지 않고 있었는데, 큰아이가 먼저 ‘같이 하자’며 자극을 주네요.
아이덕에 가끔 꾀가 나다가도 벌떡 일어나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갑니다. 그리고 아이가 달리듯 저도 달립니다. 가끔 운동을 마치고 발그레해진 얼굴 사진을 보내오는 딸과 서로 인증사진을 주고받기도 합니다. 마치 함께 달리는 것 같아요.
며칠 전에는 작은 아이가 저를 또 자극했습니다.
방학 중에는 저와 함께 점심(아이에겐 늦은 점심, 제겐 이른 저녁)을 먹는데, 다이어트 중이라 식단도 맞춰주고 있습니다.
삶은 고기, 계란, 생선 등 저염 단백질 위주의 식사를 준비하고 있죠. 저는 일반 반찬도 함께 먹으니 어렵지 않지만, 작은 아이는 저염식에 적응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식사하면서 작은 아이가 다이어트 영상을 보여주며 열심히 설명합니다.
“엄마, 같이 하자! 해보니까 정말 건강해지겠어.”
평생 다이어트를 며칠 해본 게 전부인 저로서는 당황스러웠습니다.
거절도 쉽지 않아 “음… 그래도 엄마가 더 날씬하잖아… 엄마는 안 해도 돼… 너 챙겨주려면 엄마가 힘이 있어야지…”라며 얼버무렸죠.
사실 예전에는 다이어트를 반복하다 실패하는 아이를 보며 의지가 부족하다고 혀를 차기도 했는데… 이제는 그 어려운 다이어트를 함께 하자며 먼저 다가옵니다. 엄마의 건강을 위한 제안이었겠죠.
오이참치비빔밥, 콩국수, 숙주오리배추찜 등 아이가 알려준 다이어트 식단을 함께 먹습니다. 레시피도 간단한데 건강에도 좋으니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습니다.
건강식으로 먹으며 극단적인 다이어트가 아닌 방식을 선택한 아이가 기특하고 같이 먹자고 다가와 준 아이의 심성도 대견했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맛있는 걸 먹으면 부모 생각이 나고, 좋은 곳에 가도 “다음엔 엄마 아빠랑 같이 오자”고 합니다. 건강검진은 받았냐, 무리하지 말고 쉬어야 한다는 잔소리도 합니다.
혼자만 알던 세상을 부모와 공유하고 싶어 합니다. 그런 마음이 고맙고 새로운 세상으로 이끌어 주는 다리역할을 해주어 또 고맙습니다.
그럴 때마다, 이제 아이들과 부모의 위치가 바뀌었음을 실감합니다. 남편과도 “아이들 말을 듣자. 아이들이 하자는 대로 해보자"라고 말하곤 하죠.
어릴 때는 부모 말을 잘 듣는 아이가 착한 아이, 대견한 아이였는데, 이제는 아이들이 먼저 좋은 걸 권하고 제게 자극을 주는 모습이 새롭습니다.
아이들이 보는 세상은 저보다 훨씬 스마트하고 편한 세상일 겁니다. 그래서 그들이 주는 자극은 참 신선하고 좋습니다.
이제 막 달리기 시작한 큰아이, 건강식을 권하는 작은 아이.
이 훅훅 들어오는 자극들이 제게도 좋은 변화의 시작이 되고 있습니다.
가까운 사이에서 받는 자극은 저의 성장에도 도움이 되리라 믿으며, 오늘도 그 변화를 받아들여 봅니다.
아이들이 먼저 달립니다. 저도 따라 달려야겠습니다.
함께 하니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