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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늘 Oct 30. 2022

토마토,스위스,별똥별...우유니?


여행을 떠나기 전, 페이스북에서 한창 '여행에 미치다’ 라는 채널이 흥했었다. 그 채널 외에도 다양한 곳에서 여행 사진들이 올라왔다. 주로 유럽 사진이 많이 올라왔지만, 가끔 올라오는 남미 사진들은 정말 풍경이 ‘어나더 레벨’ 이였다. 그중에서 가장 환상이었던 것은 우유니였다. 세계의 거울이라고 불리는 소금 사막. 끝도 없이 펼쳐지는 하얀 땅이 우기가 되면 표면이 물에 살짝 잠긴다. 수면이 모든 것을 반사해 위아래가 같아진다. 그리고 그 끝도 없이 펼쳐진 매끄러운 물의 표면에 하늘의 수많은 별이 반사된다. 그리고 그 사진 한 장이 나를 남미로 끌어들였다. 단 한 장의 사진을 보고 여행을 떠난 바보 같은 사람이 있다면 나였고 그리고 그 풍경 이상의 것을 보고 눈물을 흘린 사람 또한 나였다. 돈키호테는 떠난 곳에서 답을 찾았냐고 물으면 나는 예스라고 대답할 것이다.



볼리비아의 수도인 라파즈에서 우유니로 향했다. 라파즈에서 머물던 한인 숙소인 풀하우스에서 아침부터 정신없이 일어나 주인 언니가 만들어주신 샌드위치를 입에 물고 짐을 부랴부랴 마저 쌌다. 잡아주신 택시는 같은 방에 머물던 Y를 태워주신 같은 기사님이었다. 택시 안에서 마지막으로 보는 도시의 풍경은 항상 아련해 온다. 사진을 찍을 것도 아니고 찍으면 다시 볼 것도 아니면서 항상 사진이 찍고 싶어 지지만 대신 눈에 꾹꾹 눌러 담는다. 도시의 풍경이 주는 냄새들, 간판들, 지나가는 사람들 그리고 건물들의 모습. 동그란 커피잔에 한가득 담긴 각설탕 같이 생긴 도시 라파즈. 사람들은 이 도시가 볼 게 없다고 했지만, 나에겐 도시의 동그란 모양도, 그 안에 밑에부터 위에까지 너무 다른 건물들의 모습도, 도시 어디서나 멀리 보이던 설산들도 모두 너무 매력적이던 도시였다.


혼자 비행기에 올라탄다. 여행의 첫 동행인 언니와 딱 한 번 함께 비행기를 탄 거고 원래처럼 혼자가 됐는데 왜 이리 센치해지는지. 함께 에는 너무 금방 익숙해지고 혼자에 익숙해지는 시간은 너무 오래 걸린다.


한 시간을 날아가는 비행시간 동안에 한국 예능이나 보면서 시간을 보내려고 했는데 고개를 옆으로 이상하게 구겨 집어넣어야 볼 수 있는 작은 창문 밖으로 자꾸 안데스가 쓰다듬어 주고 싶은 산줄기라던가 라파즈의 도시 모습이라던가 들이 자꾸 보여서 동영상에 집중이 잘 안된다. 동영상을 껐다 켜기를 반복하면서 밖을 한참 동안 바라본다.


고도가 꽤 높아졌는지 하늘 구름만 한가득 보이더니 또 금방 구름 아래로의 모습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근데 땅이어야 하는데 여전히 자꾸 하늘이 보인다. 뭐지? 아... 우유니다. 세상에서 가장 큰 거울. 하늘을 땅에서 담아내는 곳. 이 모습을 보려고 여기까지 왔구나. 아름답다. 눈물이 주룩 났다.



이렇게 매혹적인 풍경을 두고 나눌 사람이 없다는 것이 아쉬웠다. 동시에 이런 곳까지 혼자라도 찾아온 스스로가 무척 자랑스러웠다.


보고 싶은 것들 보겠다고 지구 반대편의 어떤 나라의 도시에서 또 다른 도시로 이동 중이라는 게 새삼 실감 나게 다가왔다. 무척이나 보고 싶었던 곳. 이곳을 보려고 퇴사하고, 가족을 두고, 친구도 두고 아주 혼자서. 이곳을. 행복하면서도 동시에 외로운 기분이 들었다. 나를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것은 나뿐이다. 행복해져야지. 더 행복해져야지. 하고 싶은 것들을 해야지. 하고 싶은 말들을 해야지. 하고 싶은 행동해야지. 하고 싶어서 하는 모든 것들을 해야지. 남의 어떤 말도 평가도 다 빼버려야지. 다짐했던 것들을 자꾸 다시 되새기게 된다.


별을 보기 위한 새벽 투어의 동행은 거의 외국인들이였다 또 차를 타고 한참 가야 하고 새벽이기에 서로 떠들기보다는 조용히 끝도 없는 풍광에 몸을 맡기고 졸음을 겨우 참을 뿐이었다. 시끄럽게 달리던 봉고차가 멈추고 내린 곳은 밤인데 어둡지 않았다. 별이 너무 많아서.

하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들이 확실하다면 그곳을 더 명확하게 그릴 수 있을 것이다. 원하는 것을 명확하게 그리면 그릴수록 손에 들어올 확률이 높다. 그렇게 행복이 점점 더 명확해지는 게 아닐까. 별이 바닥에 반사가 된다. 바닥에 손을 가까이 댄다. 손에 별이 들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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