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에서 잘츠부르크 당일치기

독일로 되돌아오지 못할 뻔한 아찔했던 순간을 겪다!

by 세런 Seren

잘츠부르크(Salzburg)오스트리아 서부에 위치한 도시로, 알프스 산맥 북쪽 기슭에 자리한다. 도시명에 잘츠(Salz, 독일어로 소금)가 들어간 것에서 알 수 있듯 이곳은 과거 소금 광산과 무역으로 번영했다고 한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가 태어난 도시이자,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촬영지로 유명하다.


한편, 5년 전에 이미 뮌헨에서 잘츠부르크 당일치기 투어를 해 본 적이 있는 나는 국경을 넘는다는 거에 대한 생각이 별로 없었다. (뮌헨 시내에서 만나 관광버스로 단체 이동하는 투어였다.) 그리고 나는 관광 중에 소지품을 도난당할 경우를 생각해 여권은 보통 캐리어에 보관하고 다닌다.

엄마 아빠와 뮌헨 중앙역으로 가려고 호텔을 나서기 직전, 여권을 들고 갈지 말지에 대해 갑자기 얘기가 나왔다. 아빠가 가져가자고 해서 그냥 별생각 없이 내 가방에 넣었다.


잘츠부르크행 기차 탑승한 엄마 아빠

뮌헨 시내 대중교통과 잘츠부르크까지 가는 지선(Regional Trains)을 하루 종일 탈 수 있는 3인용 바이에른 티켓을 구매했다. 역에 여유 있게 도착한 덕에 역사 내 카페테리아에서 달달한 빵과 라테를 샀다. 잘츠부르크로 향하는 열차 객실에서 기차여행의 낭만을 즐겼다.


사운드 오브 뮤직 영화 촬영지인 미라벨 정원의 풍경

뮌헨 중앙역에서 1시간 반 정도 걸려 잘츠부르크에 도착했다. 잘츠부르크 역에 내리자마자 뮌헨보다 기온이 훅 떨어진 느낌을 받았다. 볕 드는 곳으로 걸으니 다행히 다닐 만했다.

우리는 미라벨 궁전 근처에서 만나 구시가지로 이동하는 도보 가이트 투어를 신청했다. 가이드님은 본인이 잘츠부르크에 정착한 지 10년이 넘었는데 옛날에는 이맘때쯤 걸어 다닐 수 없을 정도로 눈이 쌓였다고 했다.


미팅장소인 성 안드레 성당에서 미라벨 궁전(Schloss Mirabell)으로 걸어갔다. 이곳은 잘츠부르크의 대주교가 애인 살로메 알트(Salome Alt)를 위해 지은 것이라고 했다. 대주교는 이후 가톨릭 성직자의 독신 규율을 어겼다는 게 들통나 궁전을 빼앗기고 감옥에 갇혀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현재는 잘츠부르크 시청으로 사용된다고 한다. 궁전 앞에는 초록 잔디가 깔린 미라벨 정원(Mirabellgarten)이 펼쳐졌다.


모차르트 생가 앞에서

가이드님을 따라 구시가지로 갔다. 이동하면서 신시가지와의 차이를 얘기해 주셨다. 구시가지는 호엔잘츠부르크 성 아래에 형성된 지역이고 방어 목적으로 건물들이 빈틈없이 붙어있다했다. 즉, 외부에서 적이 침입하면 문을 걸어 잠그고 바리케이드 역할한 것이다.

한편, 가이드님이 처음 정착할 때는 구시가지에 살았다고 했는데 내부 단열이 잘 안 돼서 춥고, 뭐가 고장 나도 허가를 받고 수리를 해야 해서 힘들었다고 한 게 기억에 남았다.


모차르트 생가(Mozarts Geburtshaus)에 도착했다. 노란 외벽과 함께, 1층에 흔히 볼 수 있는 슈퍼마켓 SPAR가 입점해 있어 눈에 띄었다.

그러고 보면 유럽의 오래된 건물은 보수는 어렵지만 주거용이든 상업용이든 있는 그대로 활용하는 건 허용되는 게 신기하다.


잘츠부르크 크리스마스 마켓

가이드 투어가 끝난 후 곧장 잘츠부르크 대성당(Salzburger Dom) 앞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이동했다. 마켓에서 따뜻하게 데운 사과주스인 아펠푼슈(Apfelpunsch)를 마셨다. Salzburger Christkindlmarkt(잘츠부르크 크리스마스 마켓)이라 쓰여있는 컵에 줬는데 보증금 5유로를 돌려받는 대신 기념품으로 컵을 가져왔다. 소시지 느낌의 고기를 두툼하게 잘라 치즈와 함께 빵에 싸주는 레버케제 젬멜(Leberkäse-Semmel)도 사 먹었다. (마켓은 역시 먹고 마시며 구경하는 재미다!)


잘츠부르크 구시가지에서

구시가지는 가게 간판을 보는 재미가 있다. 오래전 글을 못 읽는 사람들에게 뭘 파는 가게인지 알리는 목적으로 그림 간판을 달았다고 하는데 그 전통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한편, 귀족처럼 마차를 타고 시내를 둘러볼 수 있다. 엄마가 위험하니까 가지 말라 만류했지만, 아빠가 대기 중인 말 옆으로 가 꿋꿋이 사진을 찍었다. (짱구가 아니라, '아빠'는 못 말려!)

걷다가 어느 건물 간판에 붙어 있는 태극문양과 한국어가 눈에 딱 들어왔다. '국기태권도'라고 적혀 있는 도장 간판이었다. 잘츠부르크에서 태권도 도장을 보게 되다니 신기했다.


시내버스에서 찍은 잘츠부르크 중앙역 가는 길

동생은 다음날 같은 노선으로 들어오기로 했다. 동생이 탄 카타르 항공은 연착 없이 제시간에 도착할 듯했다. 뮌헨 시내에서 만나기로 하고 우리는 잘츠부르크 중앙역으로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잇는 다리를 건널 때, 알프스 산맥과 잘차흐 강(Salzach)이 보였다. 사운드 오브 뮤직의 에델바이스와 나치에 협력하길 거부한 장군의 가족들이 알프스 산을 넘던 장면이 생각났다.


뮌헨으로 가는 기차가 제시간에 출발했다. 그런데 기차가 좀 가다가 갑자기 멈추고, 덩치 큰 경찰들이 객실로 뛰어 들어왔다. 한 명은 기차 출입구를 막고, 다른 한 명이 승객들의 여권 검사를 시작했다. 독일로 넘어가는 국경선에서 정차한 뒤, 오스트리아를 거쳐 들어오는 불법 체류자를 잡기 위해 불심검문하는 거 같았다.

경찰이 엄마 아빠와 내 여권 표지가 다른 걸 물어봤다. 신 여권이라 파랑 표지고, 나는 구 여권이라 초록 표지라 설명하니 쿨하게 넘어갔다. 여하간 오늘 아침 여권을 안 챙겨 나왔으면 엄청나게 곤란할 뻔했다. (뮌헨과 잘츠부르크는 바이에른 티켓으로 오고 갈 수 있을 만큼 한 동네 같지만, 국경을 넘기 때문에 여권을 챙겨야 한다는 걸 직접 경험했다!)


얼마 뒤 경찰들이 내리고 다시 기차가 출발했다. (엄마가 여권 챙겨가자고 한 아빠를 우쭈쭈 해주며) 우리는 무사히 뮌헨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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