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찍어도 화보가 나오는 곳
프라하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낸 다음날, 우리는 프라하 근교 드레스덴 투어를 신청했다. 바스타이 국립공원과 드레스덴을 하루에 보는 코스였는데 관광버스 한 대가 만석이었다. 최근 여행 예능에도 프라하가 자주 소개되면서 크리스마스를 보내러 온 한국인들이 많은 듯하다. (그러고 보니 5년 전에 체코 공항으로 들어올 때 한국어 표지판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버스가 독일 국경을 넘을 때 정차했다. 출입국 관리 직원이 여권 검사를 안 하고 바로 통과시켰다. 제대로 검사할 경우 승객 전원이 버스에서 내려 여권 검사를 한다고 했다. 가이드님 말로는 한국인 관광객이고, 크리스마스 다음날 못 쉰 직원이라 대충 하고 보내주는 거 같다고 했다.
먼저 바스타이 국립공원에 도착했다. 바스타이(Bastei)는 독일 작센주 드레스덴 근교에 있는 국립공원 지역이다. 따라서 국립공원의 정확한 명칭은 작센 스위스 국립공원(Sächsische Schweiz Nationalpark)이다. 하차지에서 15분 정도 걸어 올라가면 사암 절벽과 기암괴석, 엘베 강이 내려다 보이는 지점에 도착한다. 살짝 쌀쌀했지만 화창한 날씨와 맑은 공기 덕에 경치 구경하기 좋았다.
자유시간에 트래킹 코스를 돌며 주변 경치를 둘러보았다. 유럽 여행 중에 계속 도시 평지만 걷다가 오랜만에 높은 산에 오르고, 대자연을 만끽하니 기분이 남다른 거 같았다. 하차지에서 만나 오늘 투어의 핵심인 드레스덴으로 이동했다.
드레스덴(Dresden)은 엘베 강(Elbe River) 유역에 위치한 독일 동부 작센주(Sachsen)의 주도이자, 역사·문화적으로 중요한 도시 중 하나라고 한다. 2차 세계대전 중 연합군 폭격으로 도시 대부분이 파괴된 것으로 유명하다. 1990년 독일 통일 후 복구·재건 사업이 활발히 진행되면서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고 한다. 한편 주요 명소를 볼 때 불에 탄 듯한 외벽을 빼면 폭격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섬세하게 복원되어 대단했다.
츠빙거 궁전(Zwinger Palace)에서 가이드 투어가 종료되고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가이드님의 추천에 따라 츠빙거 궁전 내부에서 계단을 올라가 야외 회랑을 걸었다. 정원은 보수 중이라 제대로 볼 수 없어 아쉬웠지만 회랑의 조각과 장식들을 구경하면서 계속 감탄했다. 특히, 크로넨토어(Kronentor, 왕관문)라 불리는 대형 금빛 왕관 장식이 얹힌 문이 인상적이었다.
츠빙거 궁전을 나와 가이드님 오면서 설명해 준 명소들을 다시 보러 갔다. 먼저 젬퍼 오페라 하우스(Semperoper)가 보였다. 이곳은 르네상스·바로크·클래식 양식이 조화를 이룬 건축물이라고 한다. 내가 여태까지 본 오페라하우스 중 제일 우아하고 마음에 들었다.
오페라 하우스 건물 앞은 작센의 요한 왕(König Johann von Sachsen) 기마상이 있는 극장광장(Theaterplatz)이다. 요한 왕은 드레스덴을 '문화와 예술의 도시'로 발전시키는 데 크게 기여한 사람이라고 한다. 한편, 이곳에서 오페라 하우스를 등지고 본 전경이 끝내주게 멋있다. 바로 드레스덴 궁정 교회(Hofkirche)와 드레스덴 왕궁(Residenzschloss)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이어서 군주의 행렬 벽(Fürstenzug)으로 갔다. 드레스덴 왕궁(Residenzschloss)과 궁정 도서관(Wettiner Bibliothek) 외벽을 따라 자리한 대형 도자기 벽화인데 작센 왕가(베틴 가문, Wettiner)의 군주 계보를 행렬 형태로 묘사한다. 총 35명의 군주가 등장하는데 시대에 따라 군주와 시중들의 옷차림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다.
크리스마스가 끝났지만, 크리스마스 마켓이 소규모로 운영 중이라 반가웠다. 특히 프라하 크리스마스 마켓과 달리, 여느 독일 크리스마스 마켓처럼 머그컵이 있어 반가웠다. (프라하는 일회용 컵에 음료를 담아 준다!) 휘핑크림을 잔뜩 얹은 핫초코를 시켰다. 드레스덴 명소들이 그려진 머그컵에 담아주었다.
한편 나의 지론은 가이드 투어할 때 식당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다. 한국처럼 '빨리빨리' 먹고 계산하고 나오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주어진 자유시간 동안 조금이라도 더 도시 구경을 하기 위해 마켓에서 소시지 끼운 빵으로 때웠다.
유럽의 발코니라 불리는 브륄의 테라스(Brühlsche Terrasse)로 이동했다. 육교 같은 계단을 올라가면 엘베 강변을 따라 길게 뻗어있는 길이다. 18세기 중반에는 귀족들의 사교 공간이었지만, 19세기에 일반 시민에게 개방된 공간이라 한다.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미술 아카데미 중 하나인 국립 미술 아카데미 건물이 가장 눈에 띈다.
드레스덴을 떠날 시간이 다가왔다. 마지막으로 투어의 시작 장소였던 노이마르크트 광장(Neumarkt)을 구경했다. 광장에는 프라우엔키르헤(Frauenkirche, 성모교회)와 마틴 루터 동상이 서 있다. 이 광장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완전히 파괴되었던 곳인데 독일 통일 후 바로크풍 건물로 복원되었다. 현재는 카페·레스토랑·상점들이 들어서 있다. 아이들이 뛰어노는 광장을 보며 평화의 소중함을 다시금 떠올렸다.
이번 투어는 체코에 왔지만, 독일을 다시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특히 프라하의 너무 많은 관광객들을 피해 한적함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또한 다른 독일 도시보다도 드레스덴에서 더 고풍스럽고 중후한 건물들을 볼 수 있는 듯하다. 이건 폭격에도 파괴되지 않은 외벽을 그대로 둔 채 복원한 영향도 있어 보인다. 드레스덴을 마지막까지 눈에 담으며 프라하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