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ix 버스를 타고 독일-체코 국경을 넘다
크리스마스부터 독일은 셧다운이나 다름없다. (다녀온 친구 말에 따르면 이때 문 여는 식당이 터키 음식점뿐이라고 한다.) 우리 가족은 크리스마스에 독일에서 체코로 떠난다.
미리 예매하면서 좌석 지정을 한 덕에 우리는 4인 가족석에 탔다. 테이블을 놓고 마주 보는 좌석이라 군것질하기 좋았다. 아빠는 버스 안에 화장실도 있고 2층도 있는 게 신기한 듯 자리에 앉지 않고 버스 출발 직전까지 계속 돌아다녔다. (아빠가 밖에서 캐리어 넣는 걸 구경하다 친구들끼리 여행 온 듯한 한국인 여성들이 탑승할 때 캐리어 넣는 것도 도와주고 왔다!)
4시간 가까이 달려 프라하 중앙 버스 터미널(Prague Main Bus Terminal, Florenc)에 도착했다. 내려서 바로 에어비앤비 숙소로 이동했다. 유럽 여행을 힘들게 만드는 돌 길이 이어져 거리에 비해 고생했다.
우리는 체크인 후 곧장 프라하성으로 갔다. 숙소를 나와 전차를 탔다. 프라하성은 세계에서 가장 큰 고성(古城) 중 하나로 기네스북에도 올랐다고 한다. 성 비투스 대성당(Katedrála sv. Víta) 앞에 크리스마스라 트리가 설치되어 있었다. 성탄 미사가 있는지 사람들이 많았다.
체코의 프라하 역시 3대 크리스마스 마켓에 들어간다. 체코는 국교가 없는 국가지만, 오랜 시간 가톨릭권에 속했던 나라여서 그런지 크리스마스에 진심이다. 독일과 다르게 1월까지 이어지는 축제 분위기와 상대적으로 낮은 물가 덕분에 주변 국가의 젊은이들이 몰려오는 듯하다.
우리는 프라하의 구시가 광장에서 열리는 메인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갔다. 뉘른베르크 못지않게 엄청난 부스와 인파로 북적북적했다. 틴 성모 마리아 교회 앞의 크리스마스트리는 엄청 컸다.
독일의 크리스마스 마켓과 비교할 때 어울려 먹고 마시는 분위기였다. 부스들마다 마켓 음식 위주로 파는데 사람들이 워낙 많아 항상 줄을 서야 했다. 독일과 또 다른 점은 보증금을 내야 하는 다회용 컵이나 그릇을 쓰지 않는 것이다.
5시가 안 된 시간이었는데 해가 졌다. 저녁 겸 마켓에서 군것질을 시작했다. 야경 도보투어를 신청한 우리는 숙소에 들어가 따뜻하게 챙겨 입고 나오기로 했다.
야경 도보투어는 바츨라프 광장(Wenceslas Square)에서 시작했다. 이곳이 체코에서는 만남의 광장 같은 곳이라고 했다. 그리고 1918년 체코슬로바키아 독립, 1989년 벨벳 혁명과 각종 민주화 시위 때 시민들이 모인 장소 역시 이곳이라 했다. 한편 가이드님이 성 바츨라프(St. Wenceslas, 체코의 수호성인) 기마상 앞의 숫자에 대해 설명해 주셨다. 1918년 10월 28일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제1차 세계대전 패전으로 붕괴하면서 체코슬로바키아 독립 선언이 발표된 날이라고 한다. (한국의 광복절 같은 날!)
도보로 다니는데 독일보다 추웠다. 하지만 가이드님 덕분에 효율적인 동선으로 명소 설명도 듣고, 우리 가족사진도 찍을 수 있었다. 특히 인생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장소를 알게 되어 좋았다. 우리는 가이드님이 이동하면서 추천해 주신 야경 맛집인 바를 가기로 했다.
올드타운 광장 중심에 위치한 Hotel U Prince의 루프탑 바에 왔다. 야외에 스탠딩 원형 테이블이 놓여 있었는데 운 좋게 전경이 보이는 쪽의 테이블을 잡을 수 있었다. 맥주 세 잔과 내 몫의 따뜻한 티를 한 잔 시켰다. 맥주가 나온 뒤 광장을 가까이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테라스로 갔다.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테라스도 솔잎, 솔방울, 오너먼트로 꾸며져 있었다. 엄마 맥주를 내 거처럼 들고 분위기를 잡아 보았다. (천문시계와 틴 성당, 그 앞의 크리스마스 마켓을 보며 설정샷 찍기 성공!)
루프탑 바를 나와 크리스마스를 마지막까지 즐기기 위해 다시 올드타운 광장으로 갔다. 밤 10시에 가까운 시간이었는데 독일과 다르게 여전히 번화했다. 그래도 오후에 왔을 때보다 트리 앞이 한산해서 제대로 구경할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거의 20년 만에 우리 네 가족이 함께 보내는 크리스마스였다. 그동안 부모님께 꼭 보여주고 싶었던 곳에서 함께하는 것도 의미 있지만, 환갑을 맞는 부모님 두 분 다 건강하시고, 우리 남매가 어엿한 사회인이 된 덕에 지금 우리 가족이 이 시간을 누릴 수 있는 점이 더 뜻깊고 감사했다.
2024년의 크리스마스, 체코 프라하에서의 첫날밤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