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일어난 사람이 인생 사진을 찍는다!
독일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11월 말에 시작해서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부터 문을 닫는다. 이브는 오전만 단축 운영한다고 소개되어 있지만, 보통 해 질 무렵부터 마켓이 본격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사실상 종료인 셈이다. 그리고 이브부터 독일이란 나라 전체가 가족과 크리스마스를 보내기 위해 '쉼표'를 찍는 듯하다.
2024년 크리스마스 이브는 뉘른베르크 그리고 독일에서의 마지막 날이었다. 우리는 아침 일찍 뉘른베르크 구시가지 산책을 나섰다. 뉘른베르크의 고즈넉한 풍경을 즐기기 위해서 말이다.
뉘른베르크 시내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페그니츠 강(Pegnitz) 건너는 다리가 여러 개 있다. 대표적인 다리로 박물관 다리(Museumsbrücke)를 건너 성모성당(Frauenkirche)으로 갔다. 이브 전날까지 북적이던 광장이 조용했다. 성모성당은 엄청 커서 한 화면에 담기 어려웠다. 마찬가지로 아름다운 분수(Schöner Brunnen)라 불리는 첨탑 형태 분수도 컸다. 전신을 다 넣고 찍기 위해 피사체에서 한참 떨어져야 했다. 그래서 아빠는 계속 '참말로'라 했다. 해석하면 '어쩜 이렇게 크게도 짓냐'는 감탄사인 거 같다.
따뜻한 음료를 파는 점포들이 문을 열기 시작했다. 우리도 몸을 녹이기 위해 라테 한 잔을 즐겼다. 이어서 우리는 막스 광장(Maxplatz) 쪽으로 걸었다. 이곳은 바이에른의 국왕 막시밀리안 1세 요제프(Maximilian I Joseph, 1756–1825)를 기리기 위한 광장이라고 한다.
페그니츠 강을 가로지르기 위해 세워진 긴 목조 다리, 헤니커 다리(Henkersteg)가 나왔다. 해석하면 '사형 집행인의 다리'라 불린다. 과거에 사형 집행인이 이 다리 근처에 살아서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여하간 이 다리의 이름을 알고 나면 세월의 흔적뿐만 아니라 스산한 느낌도 든다.
이번 여행에서 깨달은 건 우리 가족 누구도 사진을 찍어준다 하면 거절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나름 사진 욕심들이!) 그래서 괜찮은 사진이 나왔다 하면 같은 위치에서 돌아가며 서로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아빠도 같이 온 덕에 부모님이 같이 나온 사진을 많이 찍을 수 있어 좋았다.
우리는 화이트 타워(Weißer Turm)로 돌아왔다. 탑 앞의 동상이 특이했다. 아빠가 허리에 손을 올리고 하늘을 보는 동상의 포즈를 따라 했다.
화이트 타워 바로 옆에 Der Beck이 보였다. Der Beck은 길거리에서 찾기 쉬운 빵집이다. 들어가 달달한 빵들을 샀다. 크리스마스라 슈톨렌(Stollen)도 보였다.
오전부터 알차게 산책을 마친 우리는 숙소 근처의 슈퍼 REWE로 갔다. 크리스마스 이브는 단축 운영하기 때문에 한국에 기념품으로 사 갈 독일 초콜릿, 과자들을 샀다. (그런데 제일 중요한 물을 안 사서 고생했다!)
쇼핑한 것들을 얼른 숙소에 던져 넣고 기차역으로 출발했다.
관광객들이 없는 한적한 뉘른베르크 구석구석을 실컷 구경했다.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는 기간에 보기 어려운 뉘른베르크의 고즈넉한 매력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인생 사진을 찍으며 생각했다. 일찍 일어난 새가 아닌 '사람'은 '인생 사진'을 잡는다는 사실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