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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우 Oct 31. 2023

5도2촌의 가을 텃밭과 수확

다행히 폭망은 아니다. 

초보 농사꾼인 우리 가족의 가을 수확은 소소했다. 일주일에 한 번 가서 물만 주고 "예쁘다, 예쁘다" 해주고 오는 게 전부였기에 기대하는 것 자체가 욕심이었다. 그래도 실하게 열린 과일과 채소들은 사 먹는 것보다 훨씬 달콤했다. 


올해 가장 성공한 작물은 미니가지이다.  뒤늦게 주렁주렁^^ 요즘 우리 가족 식탁을 책임져주고 있다. 11월 말까지는 계속 수확할 수 있을 거 같다. 

뒷집 이모님이 몇 개 주신 오이 모종은 처음에는 잘 자리더니 시들시들해 가서 여쭤보니 비료를 주셨다. "주변 넒직하게 뿌려놔" 나름 널찍하게 뿌렸는데.. 그보다 더 넒직하게 뿌렸어야 했나 보다.ㅠㅜ그다음 주에 가보니... 내 오이가 죽어버렸다.ㅠㅜ 오이는 크는 속도가 눈에 보이게 빠르기 때문에 아이들이 좋아한다고 호야군도 은근 기대했었는데..ㅠ,ㅜ  


우리의 두 번째 오이는 시장에서 참외모종과 함께 사와 심었다. 오이는 넝쿨식물이라 수직으로 즉 지줏대를 세워줘야 한다. 반면 참외는 땅 아래에서 넝쿨을 뻗게 해 키우기 때문에 공간 확보가 중요하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나도 변화가 없다. 꽃이 펴야 열매들이 맺을 텐데.. 도대체 무엇이 잘못되었단 말인가...

그리고 하루는 꽃몽우리를 살펴보니... 분명 참외라고 심었는데.. 왜 꽃 끝에 초록색의 기다랗게 오이처럼 보이는 것인지... 헐!!! 참외와 오이모종이 비슷하여 작물에 맞지 않게 반대로 심은 것이었다.ㅠㅜ 어리바리한 농부님들...  참외는 바닥으로 펼쳐 놓았으며 뒤늦게 넓은 땅바닥을 헤치며 자라고 있던 오이 지줏대를 높게 세워 주었다. 그랬더니 오이도 참외도 무럭무럭 자라나기 시작했다. 

물을 많이 먹는 오이는 주말에만 가는 우리의 일정상 쑥쑥 크지 못해 작은 미니 오이로 만족해야 했고, 참외는 호야 군 얼굴만 한 크기로 시중에 사 먹는 참외보다 훨씬 크고 맛있었다.  

그리고 가장 기대했던 우리의 수박ㅜ 수박은ㅜㅜ 빛을 보지 못하고 운명하셨다. 대신 올 처음 사 먹은 수박씨를 호야군 경험상 한번 심어 보기로 했다. 나도 어릴 때 내가 먹고 심은 수박에 대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배만 한 크기로 컸을 때 아버지께서 비료를 주셨는데... 죽어버렸다.ㅠㅜ 

수박은 아주 실하게까지는 아니지만 애플수박정도 크기에서 수확하였다. 근데 생각보다 너무 맛있었다.  

수박을 사서 시골집에 놀러 온 사촌 조카에게 수박씨를 화분에 심어 집으로 보냈다.

이후 언니에게 연락이 왔다. " 잘 자라고는 있는데 베란다에 벌레가 너무 꼬인다. 이거 다시 너희 집 텃밭에 심어주면 안 되겠니??" 그 수박은 할머니집 텃밭에서 무럭무럭 커 갔으며 이후 조카는 나에게 수박을 먹었다고 자랑 아닌 자랑을 했다. 하지만 뒤에 가서 들어보니.. 그 수박은 이미 죽었고, 속상해할 손녀를 생각해 할머니께서 미리 수박 한 통을 준비해 놓으셨다고 한다. ^^:


날이 슬슬 추워지고 주말 텃밭은 감을 마지막으로 올해의 작물 수확은 끝이 났다. ^^

처음해 보는 작물 재배가 좌충우돌이긴 했으나 쑥쑥 커단 모습과 유튜브를 통해 곁순 따기부터 하나하나 배워가는 즐거움이 있었다. 내년 텃밭 작물의 구성과 위치까지 이미 머릿속에 하나 둘 그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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