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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의 주인이 되어

너 자신을 사랑하라

by 김혜정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너 자신에게 실망하지 말어라.

너 자신의 능력을 믿어라.

스스로 돕는 자는 하늘이 돕는다.


아들아, 세상은 험한 곳이 맞지만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지옥도 천국이 될 수 있는 거란다.


아무리 남들이 더 잘났어도

비교하지 않으면 행복한 인생이요,

아무리 가진 재능이 많아도

스스로 용납하지 못하면 비루한 인생이다.


아들아, 이제는 네가 너무 커서

옷자락 안에 숨겨줄 수도

바위틈에 숨겨줄 수도 없게 되었지만


그렇구나!

이제는 바위를 들어 올릴 때가 된 것 같구나.


바위보다 작아서 쨉도 못 썼던 네가

바위의 주인이 되어

바위와 씨름까지 하고 있는 걸 보니

어느새 너는 훌쩍 있구나.


그런데 그거 아니?

바위는 처음부터 너의 것이었다 거.

바위를 다스릴 힘이 이제야 생긴 것일 뿐.


다만

바위의 주인 에게 한 가지만 당부한다.

그 바위를 소중히 다루어 주었으면 좋겠다.


힘들 때면 걸터앉아 쉬기도 하고

속상할 땐 푸념을 해도 되지만


버겁다고 던져버려서는 안 되고

지겹다고 발로 차도 안 된다.

자신만 아플 니.


그리고


바위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지 말으면 좋겠다.

바위도 나름대로 힘든 일이 많단다.

세찬 물살에 버티고 서 있기도 해야 하고

더 큰 바위와 부딪쳐 싸우기도 해야 하니까 말이다.


바위는 너에게 맞추기 위해 노력해 왔고

일편단심 너만 사랑했고 묵히 너를 지켜왔다.

언제나 네가 잘 되길 밤마다 응원하고 기도했다는 것 또한 너도 알고 있잖니?


그러니

바위가 마음에 안 든다고 답답하다고 채찍질하지 말고

언제까지나 사랑해 주어야 한다.

혹여 바위가 잘못을 저지르더라도 용서해 주어야 한다.


바위보다 작았을 때에나

바위 만해졌을 때에나

바위보다 커졌을 때에나

바위는 너였고 네 안에 살아 숨 쉬는 순수한 존재였다는 걸


부디 잊지 말기를.

우리 큰아들과 연안 부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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