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지 말라. 때가 되면 이루리라

by 김혜정


사람이 무엇으로 심든지 그대로 거두리라.

- 갈라디아서 6장 7절



우리가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말지니
포기하지 아니하면
때가 이르매 거두리라.

- 갈라디아서 6장 9절



어젯밤 작성한 글



첫 학기 개강 후 첫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대학 졸업 후 몇 년 만의 수업인지! 자, 보자. 이십몇 년이 넘었다. 도전하기보다 안정적인 걸 추구하는 엄마는 어제도 이렇게 말했다. 바로 오늘부터 첫 수업을 들으러 갈 딸에게.



"뭐하러 그렇게 고생을 사서 해. 지금도 힘들고 바쁜데. 그냥 대충 살지."



그러나 나는 엄마와 성격이 다르다. 엄마처럼 살았다면 나는 지금의 내가 될 수 없었다. 나는 내가 걸어온 길에 만족한다. 그리고 앞으로 걸어갈 길에도 믿음이 있다. 엄마는 걱정 인형처럼 우려와 걱정만 늘어놓지만 난 걱정하지 않는다. 앞으로 내가 갈 길에 장애물이 생기면 뛰어넘을 것이고 잘못 간 길이 있으면 도로 원점으로 돌아와 다른 길로 걸어갈 것이다. 애초에 그 정도의 의식도 없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미련 곰탱이가 아니다. 나는 현재의 내 시간을 사랑하지만 미래를 내다보고 준비하는 것 역시 중요하게 여긴다. 그래서 현재에만 내 생각을 머무르게 하고 싶지는 않다. 과거보다는 현재와 미래를 생각하며 행복에 잠긴다.



오늘 첫 수업은 <성격 심리학> OT였다. 교수님은 비교적 젊으신 분이어서 편안한 느낌이었다. 한 학기 동안 배울 내용의 개괄적 소개와 강의 방법, 발표 수업의 방식, 기말고사의 방식과 평가 등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다행히 중간고사가 없었다. 연구계획서를 2인 1조로 써서 발표하고 기말보고서는 각자 작성해서 제출해야 한다고 했다. 조금은 부담이 덜어졌다. 나와 함께 발표를 하게 된 파트너도 소통이 잘 되는 분이어서 아주 큰 행운이었다. 어찌나 예쁘고 키도 큰지 연예인을 보는 기분이었다고나 할까. 내가 이 대학원에서 한 사람만이라도 좋은 인연이 닿는다면 큰 결실이라고 생각했는데, 발표 파트너가 된 이 짝꿍이 새로운 나의 인연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자유롭게 카톡으로 소통하면서 발표 주제를 정해 보자고 짝꿍이 먼저 얘기해 주었다. 난 요즘 관심 있는 것들 가운데 <조용한 ADHD의 병리를 중심으로 한 사회적 고찰>에 대해 연구해 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카톡을 날렸다. 짝꿍 선생님은 좋은 주제인 것 같다면서 생각나는 주제들을 조금 더 논의해 보고 또 다각도로 생각하고 자료도 찾아보자고 했다. 나는 첫 학기지만 그분은 2학기 차인지라 경험이 있었다. 논문도 적어도 세 편 정도씩은 찾아보자고 했다. 아마 더 보게 될지도 모르지만.



소통이 되는 사람과 만난다는 건 설레는 일이다. 예뻐서 그런 거 아니다. 진짜 소통이, 19년 같이 산 남편보다도 잘 됐다. 오늘 처음 만나 약 30분 간 수다도 떨고 의견을 주고받고 경험을 털어놨을 뿐인데 척하면 척이었다. 심리에 관심이 있고 같은 관심사로 만난 사람인지라 더욱 그런 것 같았다. 살면서 이런 경험 쉽지 않다. 주변엔 심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그닥 없어서. 난 바다 한가운데서 같은 국적의 배를 한 척 만난 느낌이었다.



새로운 여정을 이제 시작했다. 목적지가 있는 항해다. 이 망망대해에서 다른 배들을 많이 만나게 될 것이다. 가끔은 표류할 수도 있고 가끔은 배가 뒤집어질지도 모르겠다. 상어나 고래를 만날지도. 하지만 좋은 어선과 선장들을 만나 교류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난 이 항해가 두렵지 않다. 너무 설레고 신난다. 앞으로 내가 심는 것은 나중에 모두 거두리라 믿는다. 주님이 내 갈 길을 보호해 주실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