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 두 개의 꿈을 꾸었다. 물론 두 개의 꿈만 꾼 게 아니라 두 개만 기억에 선명히 남은 거지만 말이다.
하나는 어떤 남자가 무릎을 꿇고 대성통곡을 하는 꿈이었다. 나는 정자인지 어느 건물인지 난간이 있는 2층의 높이에 서 있었고 남자는 1층 아무것도 없는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푹 숙인 채, 뭔가 후회에 사무치는 마음으로 방언과도 같은 말을 줄줄이 내뱉으며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고 있었다. 2층에 있는 내가 그 눈물의 형태를 본다는 건 그야말로 투시였다. 그 뚝뚝 떨어지는 눈물 방울들이 똑똑히 보였다. 그는 너무나 서러워했고 미안해했고 자기 감정에 복받쳐 있었다. 그런데 그를 바라보는 사람은 나 혼자가 아니었다. 그의 옆에는 그의 와이프와 딸이 서 있었다. 그들은 그 남자의 상황을 모두 알고 있었지만 도움을 줄 수 없다는 사실도 알고 있는 듯했다. 그저 묵묵히 바라볼 수밖에. 자기의 감정을 눈물로 정화하고 마음을 비워내는 건 본인의 몫인 것. 우리는 가끔 이렇게 서글프고 속상한 일들 앞에 무릎을 꿇게 되지만 또한 자기만의 방식으로 그것을 극복하고 눈을 들어 새로운 시선을 갖게 되는 것이다.
또 하나의 꿈에선 나의 평생 지인이 나왔다. 우리 큰아들 유치원 친구의 엄마인데 지금은 경상도에서 특수학교 방과 후 교사와 복지관 일을 병행하고 있다. 오카리나도 수준급으로 연주해서 자격증을 취득하고 방과 후 수업도 진행했었다. 몇 년 전 남편과 함께 귀향하는 바람에 얼굴 보기가 어렵게 된 언니다. 얼마 전 언니 남편의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을 때, 우리 아들들과 함께 장례식에도 다녀왔을 정도로 나에겐 평생 절친이다. 그 언니가 참으로 신기하게도 내 꿈에 처음으로 등장한 거다. 언니는 우리집에 들어왔다. 옆집에 살면서 아무때나 드나드는 사이인 것처럼 편하게 행동했다. 반면 나는 언니의 등장에 깜짝 놀랐다. 올해엔 꼭 우리집에 놀러 오겠다고 호언장담은 했었지만 이렇게 갑자기 들어온다고?^^ 3년 전에 이사한 우리집에 아직도 한 번도 와보지 못해서 매년 벼르고만 있었는데 아, 드디어 왔구나 하면서도 아무런 준비 태세를 갖추지 못해 나는 속으로 허둥지둥거렸다. 언니는 이런저런 얘길 하면서 거실에 있는데 나는 갑자기 드레스실로 들어가 짐을 정리했다. 너저분하게 쌓여 있는 옷들 속에서 뭔가를 찾고 있었다. 아마도 언니한테 줄 물건을 찾고 있는 듯했다.
꿈에서 깨어나자마자 인터넷으로 폭풍 검색을 했다. 남자가 우는 꿈과 지인이 방문한 꿈. 신기하게도 두 꿈의 해몽은 같았다.
좋은 소식을 가져오는 길몽이었다. 11월에 독서감상문 공모전 결과가 있는데 뭐라도 받으려나? 작년엔 정말 운 좋게 최우수상을 받았지만, 올해는 책을 제대로 읽을 시간, 글의 재료를 수집할 시간이 부족했다. 마감 시간에 급급해 내용을 마무리하니 좀 많이 부족해 보였다. 그래도 참가하는 데 의의를 두기로 하고 마음을 비웠다. 작년에도 수상 결과가 나오기 전에 이와 해석이 비슷한 꿈들, 가령 내가 좋아하는 정국이와 이야기를 나누는 꿈, 수표를 받는 꿈, 힘들이지 않고 계단을 오르는 꿈, 모르는 사람의 결혼식에 참석하는 꿈, 모르는 남자아이가 나오는 꿈을 꾸었다. 모두 해석이 비슷했다. 그래서 혹시나 이번에도 전화가 오는 거 아니야? 하고 혼자 설레발을 쳤는데~~~~.
두둥!! 알림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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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크리에이터 선정? 이건 저번에 온 거 아니었던가? 내가 뭘 잘못 눌렀나? 뭐지? 뭐지뭐지를 연발하면서 많지도 않은 글자를 다시 눈에 힘을 주어 한 글자씩 읽어 보았다. 병원 진료를 받고 막 도착했던 남편이 자기 얘기를 시작하려고 하고 있었던 찰나, 나는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헐!! 대박!!
자기야~ 나 연재하는 거 선정됐어!!
남편은 왔다갔다 하면서 내 고성을 단순한 소음으로 처리하고 있었다. 대답도 간단했다.
그래?
어~~!!
자기 무릎 연골이 파열됐고 지금 자기 무릎 연골밖에 안 보이는 남편에겐 어떤 희소식도 무소식으로 들릴 뿐이었다.
아무튼 그 자리에서 나는 작년 공모전 수상 소식 때와 마찬가지로 내가 오늘 꾼 꿈 해몽을 캡처한 사진을 남편 눈앞에 치켜올려 들이밀고는 또 큰 목소리로 또박또박 읽어 주었다. 남편은 조금 건성이었지만 나의 예지몽에 관하여 조금 신기해했고, 응원 댓글을 받을 가능성이 열린 점에 대하여는 갑자기 얼굴에 화색을 남발했다.
그리하여 난 다시 한번 이런 경사 앞에 겸손을 떨지 못하고 이렇게 재빨리 타자를 친다. 기쁨의 순간은 그 순간이 지나면 곧 허물어질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 시스템을 파악하고 실전으로 들어가자면 시간은 조금 걸릴 거라고 예상한다. 주어진 기회를 잘 활용할 수 있는지, 내가 그만한 재목이 되는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
감사한 것은 소양이 부족한 나에게 브런치에서 특별한 기회를 주는 것 자체이다. 절대로 돈에는 관심이 없다. 오히려 돈을 받는 건 부담스러워서 글을 더 못 쓸지도 모른다. 그냥 난 누군가에게 인정받는다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 그게 내 상대적 결핍이었고 나의 성장 동력이었기 때문에. 앞으로도 그럴 거다. 내 부족한 점을 채워나갈 것이고 새로운 도전을 만들어나갈 것이다. 인생은 즐기라고 있는 것이니깐. Brav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