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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정 Nov 24. 2023

here & now


남편이랑 데이트~♡


눈코 뜰 새 눈 깜짝할 새


틈 날 때마다 남편과 데이트를 한다.

고작 그 틈이라야 일주일에 한두 번이지만,

그래도 힐링 타임이다.


마흔 일곱,

젊지는 않지만

아직 죽음을 향해 걸어가는 나이는 아니다.


그래서

분주하게 열심히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살아가고는 있지만


가끔씩은

돌아보려고 한다.

지금,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지를.


소중한 것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그러나

너무 애지중지하지도 않기 위해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하고 보내려 한다.

너와 내가 함께 있는 이 순간은 눈 깜짝하면 없어질 테니까.



소중하다.

내 남편이 소중하고

남편과 나누는 대화가 소중하다.


내가 키운 자식들이 소중하고

내가 걸어온 길이 소중하고

내가 살고 있는 이 시간이 소중하다.


나는 "지금, 여기"라는 문구가 유행처럼 번질 때,

그 말은 그저 맥줏집 간판이 행인들을 붙잡거나

해운대 같은 바다 근처에서 사진으로 흔적 남기고 가라는

메시지로 던지는 말인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여기"를 소중히 여기자는 말은

단지 유행으로 쓰이거나 사람의 마음을 부여잡기 위해 탄생한 게 아니었다. 상담 기법 중에 "here & now"를 중시하는 게슈탈트 기법이라는 것도 있었다. 아직은 안 배워서 잘 모르지만 아무튼 상담 기법을 떠나 난 "지금, 여기" 내가 살고 있다는 것 자체가 좋다. 감사하다.


바쁜 여정은 계속될 예정이지만,

한숨을 돌릴 수 있는 오늘 낮의 데이트가 있어서 행복했다.

행복은 순간이다. 그리고 그 순간은 매일 조금씩 쌓이고 또 쌓인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서 행복하고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어 행복하다. 가족이 있어 행복하고 나를 이해해 주는 사람들이 있어 행복하다.

초조함을 버리고 편안함을 껴안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


손등에 주름이 많아졌지만 이렇게 늙어가는 것도

인생의 섭리라는 걸 수용할 수 있어 감사하다.

삶이라는 건 억지로 움켜쥔다고 해서 원하는 모든 걸 다 소유할 수 있는  아니다. 지나간 시간을 잡을 수 없고, 탱탱했던 피부도 유지할 수 없다. 부모의 죽음을 막을 수도 없고 나의 죽음도 피할 수 없다. 인생은 그런 거.


우리는 모두 100년 후 브런치에서 만날 수 없지만...

그럼에도 우린 슬퍼하지 말자. 삶이라는 건 결국 눈 깜짝할 새니까. 소중하고 소중하지만 영원할 수 있는 건 이 세상에 없는 거니까. 단지 here & now만을 소유할 수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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