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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가 뭐라고

나이는 50, 열정은 100

by 김혜정


오늘 아빠 생신 기념으로 가족모임을 가진 후 집으로 오던 중에 생각난 걸 적어보려고 한다. 랩을 엄청 좋아하는 우리 아들들 중 앞자리에 앉은 큰아들이 엄마가 좋아할 만한 발라드 풍의 노래를 선곡하여 안을 빵빵하게 울려주었다. 본인이 더 듣고 싶어 하는 랩은 양보하고 엄마와 같이 듣고 싶은 노래를 들려주는 아들 마음이 고맙고 사랑스러웠다.


“엄마! 이건 누구 노래게?” 큰아들은 이렇게 가수 이름 맞히는 퀴즈를 좋아라 한다. 주로 저스디스, 박재범, 애쉬아일랜드 등의 남자 래퍼들이나 아이유, 태연, 에스파 등의 여자 가수들을 맞히면 된다. 평소와 다를 건 전혀 없었지만 오늘은 웬일인지 아들이 아이유에 꽂혔다. 나도 연달아 아이유를 맞히면서 아이유가 이렇게 일약 스타덤에 오른 이유가 뭘까 시 생각에 잠겼다. 렇다면 내가 왜 아이유에 대해 생각하게 된 걸까 또다시 생각해 보니 아까 정에서 큰아들이 했던 말이 기억에 저장됐기 때문인 것 같았다. 아이유가 영화를 찍었다는 것이다. 이제 6월이면 곧 개봉될 거라는데 제목은 <브로커>란다. 그래, 아이유가 연기도 잘하니까 그치~ 영화도 찍을 수 있지. 근데 누구랑 찍었다고? 헉!! 송강호랑 강동원, 배두나??!! 와우 대박!! 감독이 박찬욱?? 와~~ 아이유 진짜 대박이다. 와~ 감탄사가 속으로 내 심장을 자꾸 밀쳐내고 있었다. 겉으로는 덤덤하게 굴었지만 속으로는 어찌나 부러운지. 부러움을 넘어 그 자리에, 그 중견급 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그 자리에 정말 어울리는 연기 정말 할 수 있겠니, 하는 시기와 질투가 심장 뒤에서 쪼그려 앉아 있었다. 참나, 당치도 않는 속물근성이 집에 오는 길에 돌연 살아나 아이유의 목소리와 엉키고 설켜 나를 상념에 빠지게 다.


예나 지금이나 연예계에 발을 들이는 것은 엄청난 모험이다. 평범하게 살아갈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 그 이유 중 하나요,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 또 다른 이유 중 하나일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요즘에는 다양한 플랫폼이 양산되어 있다는 점이 득으로 작용하긴 하지만 뒷짐을 진 채로 기회를 잡을 수는 없는 세상이니 몇 안 되는 기회를 잡고 일약 스타덤에 오른 후에도 자신의 인기를 유지하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그럼에도 데뷔한 이후 꾸준한 인기 상승에 문어발 경력마다 히트를 치는 사람이 있으니.. 그녀는 어떻게 그렇게 됐을까.


단순히 인기가 있다고 해서 자신을 레벨업시킬 순 없다. 결국은 재능과 노력이다.


아이유의 나이, 지금 몇 살이지? 아들 말로 작년에 29살이었다고 했으니 올해로 30살이다. 어려서부터 활동했고 수많은 히트곡을 탄생시켰으며 배우로서도 인정받아 전 세계에 팬덤을 형성하고 있는 글로벌한 한류 스타가 아니던가.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 유튜브 구독자만 해도 750만 명. 가수 활동을 2008년부터 시작했다고 하니 벌써 15년 차 롱런 스타다.

아이유의 목소리는 늘 오색찬란하다. 맑고 투명하고 깊고 감미로우며 허스키하기까지 해서 고막을 집어삼킬 듯하다. 체에 밭친 고운 가루가 솔솔솔 아래로 떨어지듯 속귀의 달팽이관까지 목소리가 미끄러지듯 들어오면 그 목소리에 온몸이 감전되어 전율이 흐른다. 쓰다 보니 좀 과장됐지만 한마디로 마성의 목소리를 타고났다는 뜻이다. 남녀 불문하고 편안하고 섹시하게 들을 수 있는 그녀만의 목소리.

아이유는 노력파다. 어려서부터 싱어송라이터로 자신 길을 택했고 한 우물만 잘 파려면 대학 공부도 힘들 것 같아 대학 진학도 포기했다고. 노래를 만드는 것이 좋았고, 좋아서 끊임없이 불렀다. 단순히 누가 지어준 노래만 부르지 않고 꾸준히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했다. 아까 차 안에서 아들한테 들은 얘긴데 19살에 지었다는 노래를 얼마 전에 불렀다고.

가수로서도 연기자로서도 인정받았지만 게으름 피우지 않고 꾸준히 자신을 연마하는 것, 실력을 이미 갖추었지만 자만하지 않는 것, 그것이 대중의 사랑을 차지한 비결이지 않을까.

선천적 재능과 꾸준한 노력, 그다음엔?

그다음이 아니라 사실은 그 전이다. 아이유가 이렇게 성공할 수 있었던 최고의 비결은 내가 생각하기엔 ‘긍정적 마인드’, ‘자신감’이다. 이건 아이유뿐만이 아니라 꾸준한 스타의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공통점이다. 물론 부지런한 것, 자신을 꾸미지 않는 것, 결과에 집착하지 않는 것 등 무수한 이유들이 있겠지만 이런 성품적인 바탕의 진짜 뼈대가 되는 건 바로 긍정 마인드, 자신감이다. 근거 있는 자신감. 결국 자존감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믿는 것!! 내가 하면 될까 하는 불안이 아닌 내가 하면 잘할 수 있지 하는 마인드. 이것이 바탕이 되기에 아무리 높은 정상에 올랐어도 불안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아이유에게선 그런 긍정심이 숨김없이 드러난다.

거기다가 우리가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이것은?


그건 바로 인성이다. 뭐니 뭐니 해도 우리네 인생에서 가장 마지막에 기억될 것은 인성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요즘엔 일반 유튜버들도 기부 천사 행렬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시대이긴 하지만 작년에 아이유가 기부한 총금액은 15억을 넘는다고 한다. 아무리 소득이 많다 해도 15억을 아낌없이 투척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기부 사실을 숨기려고 한다는데 이건 진짜 선한 목적 아니고선 안 할 일이다. 자신을 겸손하게 낮추는 자만이 할 수 있는 행동이다. 최고의 위치에 있지만 선행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하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선함이요 선한 영향력이다. 런 힘이 아이유의 심지를 더 굵고 단단하게 하지 않았나.




누구나 처음 시작은 미약하다. 그러나 자기에게 맞는 한 우물을 파다 보면 그 우물의 깊이가 점점 깊어진다. 그리고 그 옆에 또 다른 우물을 팔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물론 성장의 속도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우물을 파기 시작한다면 10년이면 정말 우물에서 물이 콸콸 솟아오른다. 중간에 이 우물이 내 우물이 아닌가 하고 방황하고 좌절하는 순간도 분명 오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의심은 거두어야 한다. 그 우물은 또 다른 우물을 팔 수 있는 원동력이 되니까 말이다.

우리 아들들하고 차를 타고 오면서 쿵쿵 울리는 노랫소리보다 더 큰 목소리로 선포를 했다. “얘들아, 엄마 연대 대학원 갈 거야!!” “들었어?” “엄마, 연대 대학원 갈 거라고!!” 공부 얘기라면 사절하는 우리 큰아들은 옆자리에서 바로 못 들은 척, 작은 아들은 뒷자리에서 형한테 노래 얘기를 씨부렁거리고 있다. 이런 놈들.

나도 한 우물 팠고 앞으로 또 다른 우물도 팔 거라규~~!! 미래가 창창한 아이유처럼 말이야~!!


그러니까 이제 노력할 일만 남았다.


하나를 시작하면 끝이 나는 게 아니라 또 다른 목표가 생긴다. 그 목표를 따라가다 보면 저절로 나만의 우물이 생기고 그 우물은 자꾸 새끼를 치게 된다. 한 가지를 꽃피운 사람은 그 성공 경험으로 다른 가지도 꽃피울 수 있다. 지금 내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누구나 가능한 일이다. 그러니까 이제는 노력할 일만 남았다. 내 나이는 50을 향해 가고 있지만 열정은 100을 향해 갈 것이다. 미래는 내 손안에 들어 으니까.



p.s. 여태 없었는데 이제 생겼다. 나의 롤모델.

우리 큰아들이 제일 좋아하는 사람, 바로 아이유.

아직 찐팬은 아니지만 앞으로 칸(Festival de Cannes)에 입성할 아이유를 응원한다~♡♡

p.s. 영화 《브로커》의 감독은 박찬욱 감독이 아니라 일본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었다. 박찬욱 감독은 《헤어질 결심》으로 칸 영화제에 초청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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