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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좋은 인간관계에서 옵니다

죽기 전에 만나야 할 사람은?

by 김혜정

100년을 사는 동안 철학자로서 우리의 삶과 행복에 대해 생각하고 글을 썼어요. 그러면서 깨달았습니다. 행복은 인간관계에서 주어지는 축복의 유산이고 아무런 인간관계가 없는 삶은 행복도 없다는 것을요. 그만큼 우리의 삶에서 인간관계는 중요하죠.
어떤 관계가 우리의 삶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만들어주는지에 대해 몇 가지 제 생각을 말씀드릴게요.

첫째, 돈으로 맺어진 관계는 돈이 사라지면 끝나기 마련이에요. 돈 때문에 서로가 의미를 가질 뿐인 거죠. 깊은 관계를 기대하기 힘듭니다.

둘째, 아첨하고 남 헐뜯는 사람은 멀리하세요. 편 가르기 하는 사람을 만나서는 안 돼요. 그런 사람들은 내가 속한 공동체를 병들게 해요. 절대 가까이해서는 안 됩니다.

셋째, 때로는 관계를 놓을 수 있어야 해요. 나와 맞지 않는다면 거기까지예요. 인생은 깁니다. 새로운 관계는 생기기 마련이에요. 관계의 단절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넷째, 멀리서 찾지 마세요. 오늘 나의 행복을 결정하는 건 함께 일하는 사람, 같이 밥 먹고 이야기 나누는 사람이에요. 내 일상 속 관계를 고민해야 합니다.

끝으로, 나를 행복하게 하는 사람이 아닌, 내가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세요. 나의 행복은 자연스레 따라올 거예요.

연세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로 계신 103세 김형석 교수님의 말씀입니다. 그분이 어떤 분인지는 잘 모르지만 인스타 <doing people>에서 접한 이 글귀가 제 마음을 대변하고 있었기에 게시된 전문을 인용하였습니다. 아마도 많은 분들께서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먼저 인간은 왜 굳이 인간관계를 맺어가면서 이리도 힘들게 살아가는 것일까 하는 의문점에서 글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에 대해 짚고 헤엄쳐 보겠습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 이 말은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BC 384~BC 322)가 <정치학(Politics)>에서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라고 말한 데 기인합니다. 고대 그리스 아테네에는 폴리스(police)라는 도시국가가 있었습니다. 아테네 시민들은 폴리스에서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폴리스의 정치에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었지요. 물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 클레이스테네스(Cleisthenes, BC 570?~BC508?)가 주창한 최초의 직접 민주정치는 여자, 노예, 외국인은 제외된다는 한계점이 있었지만요. 그래도 왕이 통치하던 다른 그리스 지역에 비하면 매우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정치 형태였던 것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아테네 폴리스의 이 같은 특성을 인간의 특성과 결부지었습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개인으로 존재하지만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고 사회를 형성해서 다른 사람들과 끊임없이 소통해야 자신의 존재 의미를 찾는 동물이라는 것이죠. 그리고 그런 소통이 도시국가에서는 정치라는 행위로 이루어졌던 것입니다.


그런데 후에 고대 로마제국의 정치인 세네카(Lucius Annaeus Seneca, BC 4~65)가 그리스어로 쓰인 글을 라틴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동물’이라는 말을 ‘사회적 동물’이라고 바꾸어 쓰게 되면서 우리는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을 배우게 된 것이랍니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참고)



왜 우리는 타인과 어울리려고 할까!!


어원은 그리스 아테네 시민의 정치 참여에 뿌리가 있긴 하지만 인간은 사회적 관계망 속에 살아가는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타인과 어울리며 살아가길 원합니다. 혼자 있는 것보다 누군가와 함께 있으면 좀 덜 외롭고 혼자 이야기하는 것보다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면 훨씬 더 큰 의미를 나눌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진정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배우자를 찾으려고 청춘을 바치고 평생을 함께 할 친구를 얻기 위해 꽤 많은 시간을 들입니다. 자식을 키우는 부모는 자기 자신보다 자식의 친구 관계를 위해 인간관계를 맺기도 하고, 직장에서 공적으로 만나게 되는 동료나 선후배 등은 수동적으로 맺어진 관계이긴 하지만 의미있는 관계로 만들려고 노력하기도 하지요.


인간관계가 어려운 이유


평생의 시간 동안 사람을 만나고 사람을 생각하는 시간을 모두 합치면 얼마나 될까요? 짐작해 보건대 인생의 90% 이상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눈을 뜨고 감는 순간까지 사람을 직간접적으로 만나는 게 일상이니까요. 그리고 그 사람들과 나 대화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생각할 것들이 많아집니다. 내 가족과 부모님, 형제들, 직장 관계자, 친구들과 다 잘 지내고 싶습니다.


하지만 내가 바라는 대로 세상이 돌아가지 않고 내가 바라는 대로 남이 행동해 주지 않습니다. 그럴 때 우리는 사회적 관계망 안에서 엉킨 실타래가 됩니다. 이해되지 않는 일들이 벌어지고 수습이 안 돼서 앙금만 남는 관계도 생겨납니다. 내 의도와는 완전 딴판으로 결말이 돌아가서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 건지 알 수조차 없고 더 이상 생각하기 귀찮아 덮어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억울했던 일은 그 생각의 끈을 잘라내고 싶어도 감정이 똬리를 틀고 있다가 살짝만 건드려져도 똬리를 풀고 나와 더 억울해집니다. 난 정말 착하고 정직하게 살아왔고 진실한 사람인데 누군가 나의 진심을 곡해했을 때는 내가 너무 착해서 그랬나 속이 문드러집니다. 긍정적으로 살려고 노력하는데도 가끔씩 인간관계는 나를 힘들게 하는 원수가 됩니다.


생각해 보면 내가 나를 중심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인간관계에 문제가 생기는 것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자기자신을 중심으로 살아갑니다. 그렇기 때문에 '입장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고 그 입장 차이가 곧 문제의 근원이 되는 거라고 볼 수 있는 것이죠.



인간관계를 정리하고 평생 친구를 가릴 시간

저는 40대 이후에는 좀 더 과감하게 결단하길 원합니다. 그동안 맺어왔던 관계를 돌이켜 보고 자신이 불편한 상대가 있다면 굳이 억지로 맞출 필요는 없습니다. 저자들도 심리 전문가들도 최근에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저 또한 이에 동의합니다. 서두에 언급한 103세 교수님도 평생을 사시면서 내린 결론인 만큼요. 불편한 관계에서 해방이 되면 평소 스트레스의 상당 부분이 사라는 걸 경험하게 됩니다.


이제는 불편한 사람과 잘 지내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죽기 전까지 내 곁에 둘 사람이 누구인지 잘 생각해 보세요. 만나서 대화할 때 편안한 사람이 누구인지를요. 만나기 전부터 무슨 얘기를 해야 할지, 무슨 얘기를 하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되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은 억지로 만나고 있는 사람입니다. 아무런 생각 없이 만나도 대화가 넘치고 내가 꺼낸 말에 진심으로 화답해 주는 사람, 내가 잘 되면 진심으로 기뻐해 주고 질투하지 않는 사람, 나를 진심으로 좋아한다는 걸 느낄 수 있는 사람, 비밀을 털어놓아도 걱정이 안 되고 내 민낯을 보여주어도 수치스럽지 않은 사람, 그런 사람이 평생의 친구이자 동반자입니다.

무엇보다 진정한 친구는 생각이 통하는 사람이에요. 내가 꺼내 놓은 생각에 늘 어깃장을 놓고 “그게 아니지~!!”하는 사람은 만날수록 지칠 뿐이고 시간 낭비일 뿐이에요. 결국은 멀어지게 될 사람입니다. 그러니 생각이 나와 비슷한 사람을 늘 곁에 두세요. 연락을 자주 하지 않아도, 자주 만나지 않아도 그런 사람은 늘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답니다. 보고 싶다고 표현하지 않아도 1년에 한 번 봐도 이미 비슷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 나와 닮음꼴인 사람이에요. 그런 사람이 배우자라면 진짜 행운인 거고 그렇지 않다면 친구 중에 나와 가장 닮음꼴인 친구를 찾으세요. 그리고 연락하세요. 친구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용기가 필요합니다. 관계가 숙성해가려면 노력이 필요한 거니까요.

지금 40대라면 앞으로 80대, 혹은 90대까지? 함께 할 친구, 진정한 인간관계가 필요합니다. 지난 인연 속에 있다면 잘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없다면 만들려고 노력하셔야 해요. 40대부터는 인간관계의 흐름이 바뀝니다. 그 흐름 속에서 내 행복은 내가 만들어가는 거예요. 주변에 누가 있느냐가 내 행복의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브런치 작가님들을 만난 것도 늘 행복으로 느껴요. 사실 천군만마죠!! 갑자기 기승전 브런치가 됐네요.^^ 플랫폼으로 만나는 인간관계이지만 생각이 비슷한 분을 만나는 건 정말 뜻깊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앞으로도 꾸준히 브런치로 인간관계를 맺을 거구요~ 더 확장해 나가기도 할 겁니다.


인간관계에 답이 있는 건 아닐 테죠. 하지만 내 마음을 진정으로 알아주는 단 한 사람만 있어도 그 사람의 인생은 성공한 겁니다. 불필요한 노력은 거두셔도 괜찮아요.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보다 나와 잘 맞는 사람을 위해 인생의 90%를 쓰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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