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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격이 흐른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by 김혜정

‘외모는 신이 결정한다.’

‘옷은 재력이 결정한다.’

그러나

‘품성은 의지가 결정한다.’


핀란드의 속담이다. 품성은 재력과 상관없다. 유복한데도 기품이 없는 사람도 많다. 품성, 품위란 ‘사람이나 물건에 갖춰진 바람직한 품격, 고상함, 고결함’을 말한다.
남과 비교하지 않는다, 매사 좋은 면을 본다, 남의 행복을 기뻐한다, 불평하지 않는다, 변명하지 않는다, 맹렬히 자기주장을 하지 않는다, 나의 미의식을 자각하며 산다.
나를 다스리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의 행동에는, 그때까지 어떻게 살며 마음을 연마했는지 배어 나온다. 책임은 나에게 있다. 나를 속이지 않고 정당화하지 않는 것도, 품성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오십부터는 우아하게 살아야 한다>, 요시모토 유미



책 <사람의 품격> 서문에서 존 매케인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운명을 믿지 않는다. 단지, 그 사람의 품격을 믿을 뿐이다.

아무리 만족스러운 인생이라도 불완전한 구석은 있다. 품격은 평생을 두고 완성해야 할 프로젝트다.

우리는 천성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제2의 성품을 발전시켜 나간다. 그것이 이 책에서 말하려고 하는 주제다.

부모가 전지전능한 것은 아니다. 부모 역시 잘못된 선택을 한 적이 있을 것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부모는 자식을 자기보다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키웠는지 아닌지에 따라 평가된다.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 선택하는 순간 삶의 행보가 결정된다.


사람의 품격, 즉 인격을 형성하는 미덕은 수십 가지에 이른다. 정직, 존중, 순수, 신뢰, 존엄, 이상, 강직, 의지, 책임, 협동, 용기, 자제, 확신, 회복, 자유, 희망, 믿음, 박애, 자비, 관용, 용서, 선행, 정의, 겸양 등. 존 매케인이 꼽은 위대한 인물들은 자신의 삶 속에서 이러한 덕목들을 세상에 남기고 떠났다.




50대를 준비하는 우리의 자세에 대해 생각해 볼 때 가장 중요한 것이 ‘품격’이 아닐까 한다. 부모를 선택할 수 없고 자라온 환경도 선택 범주에는 없었지만 성인이 된 이후에 본인의 노력으로 자신의 품격을 만들어 나가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우리의 부모님 세대도 마찬가지다. 과거는 이미 지나갔지만 인품은 바꿀 수 있다. 바꾸려는 의지만 있다면.

성품과 성격을 비교해 보건대 성격은 환경의 영향을 받아 어려서 몸에 밴 것을 쉽게 바꾸기 어렵고 또한 옳고 그름이 없어서 올바른 것을 규정할 수 없지만 '성품'은 초자아의 세계를 살아가는 사람이 갖추어야 할 덕목으로 우리의 식견으로 사리분별이 가능하기 때문에 본인이 얼마나 깨우치고 수용하는가의 여하에 따라 좋은 인품으로 가꾸어 나갈 수 있다.


인품, 품격의 가치를 모를 이는 없겠지만 50대를 지혜롭게 할 나름의 중요한 요건을 적어보고자 한다.


1. 품격의 조건 - 긍정심, 그리고 관용


품격이 높은 사람이 되려면 부정적인 생각, 불안과 위기의식이 침투하기 전에 순결한 마음 자세를 갖는 것이 좋다. 부정적인 마인드는 일의 원인을 남에게서 찾게 하고 미래에 일어날 좋은 일들도 불안감 때문에 걷어차 버리게 하기 때문이다. 불안감이나 위기의식이 마음속에 자리 잡으면 좀처럼 생각의 틀을 깰 수가 없다. 남의 입장에 서지 못하고 자기중심적인 사람이 된다. 다른 사람과 자신을 대립의 구도에 놓고 잣대를 들이대며 주변 환경을 탓하기 일쑤다. 결국 자기 중심성은 곧 이기심과 같아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자신의 아집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다가 타인과의 관계를 하찮게 여기는 것으로 이어진다. 사소한 것 하나에도 감사하고 감동해야 마음에 여유가 생겨 관용과 이해심도 커지기 마련인데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히면 품격을 높일 기회를 놓쳐 버리고 마는 것이다. 긍정적인 사고방식과 관용이 삶을 유연하게 한다.


2. 품격의 조건 - 중용, 무소유


품격을 높이려면 세속적 욕망을 손에 쥐려고 하기보다 손에 쥔 것도 놓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흙을 두 손 가득 쥐어 보라. 손가락 사이로 스르르 빠져나가고 결국 손에 남는 것은 고작 두 줌 흙이다. 결국 우리 인간생을 마감하면 두 줌의 흙으로 돌아갈 뿐인데 애써 더 많이 쥐려고 해서 무엇하겠는가. 세상에는 권력과 물질의 유혹이 난무한다. 권력과 부를 쟁취하기 위해선 타인과의 경쟁을 피할 수 없고 우리는 그런 과도한 경쟁 사회에서 점차 피폐해진다. 과유불급이다. 라서 과도하게 욕심부리다가 가진 것도 잃는 자가 되지 말고,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는 중용의 미와 마음을 비우는 무소유의 경지에 도달하는 자가 되는 것이 지혜로운 길이다. 요즘 이런 가사 구절이 있다. '무에서 유, 유에서 풀 소유' 래퍼 비오의 노랫말인데 무소유의 경지가 되면 품격을 풀 소유하게 된다는 말로 들려서 좋다.


3. 품격의 조건 -품위 있는 말


겉으로 내뱉는 말만큼 사람의 품격을 쉽게 알아차릴 도구는 없다. 일상적 언어에 말끝마다 욕설을 섞는다든지, "지겨워, 지겨워" "힘들다, 힘들어"와 같은 말로 남의 기운까지 해롭게 하는 것은 품위가 떨어지는 사람의 행위이다. 상대방을 조롱하거나 야유, 또는 무시하는 말을 내던지는 것은 남의 인격을 무시하는 것과 같으며 남에게 쏜 화살은 결국은 자신에게 돌아와 박힐 거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사회적 지위가 높거나 명망 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저절로 품위 있는 언어를 구사하는 게 아니며 아무리 빈천한 사람이라도 고상하고 아름다운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남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말을 사용할 때 진정한 품위가 오롯이 배어 나온다. 직선적인 말보다 완곡한 말이 필요할 때가 있고, 최대한 이유나 배경을 들어 표현해야 할 때가 있다. 명령 어투, 무시 조의 말은 삼가고 품위 있는 언어로 분위기까지 살리자.




사람의 품격은 도미노로 만든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도미노 하나하나에 개성과 품위를 실어서 정성스럽게 하나씩 세워나가는 과정이 자신의 품격을 완성해 나가는 과정과 비슷하다. 도미노의 간격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하나의 작품이 되고 그 작품은 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준다. 다만, 작품을 완성한 후 도미노를 넘어뜨릴 수도 있다는 함정이 있다. 훌륭한 품격을 갖추었다 해도 어느 순간 돌변하면 공든 탑도 삽시간에 무너지니까 말이다. 그러니까 공들여 세우는 탑처럼, 도미노 작품처럼 품격의 완성을 위해 시간과 정성을 다하 끝끝내 무너뜨리지 말아야 한다.


내가 품격을 먼저 갖추어야 또 다른 품격의 소유자를 만날 수 있다. 사회에 공헌하는 인물까지는 못 되더라도 자기 인생의 진정한 친구를 50대에 만나는 것도 신선한 즐거움이 아닐까.

'결이 비슷한'이라는 말이 요즘 많이 와닿았다. 결이 비슷한 사람을 50대에도 만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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