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솔로>의 열혈팬 김혜정입니다. 오늘 9기 마지막 방송을 보고 마음이 울컥하여 이렇게 펜을 듭니다. 4박 5일간의 여정을 몸소 함께 한 느낌이네요.
광수님의 눈빛과 말투, 행동의 패러다임에서 저는 여러 가지 모습을 보았습니다. 직접 대화를 나눈 것도 아니고 제가 무언가를 논할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의사 표현의 자유가 허락된다면 한번 적어보고 싶네요.
만약 광수님이 최종 선택에서 옥순님을 선택했다면 아마 저는 이 글을 쓰지 않았을 거예요. 옥순님과의 마지막 대화에서 자신의 의사를 어느 정도 표현했다고 당사자도 느꼈고 우리 시청자들도 느꼈으니까요. 그 순리대로라면 옥순님을 선택했어야 대혼란이 없었을 테죠. 그런데 광수님은 우리 모두의 예상을 깨고 영숙님에게로 향했다는 사실. 저는 너무 놀라 옆에 잠깐 와서 앉았던 우리 둘째 아들의 어깨 마구 흔들고 두 손으로 ‘흐읍~’하고 입을 막고 생 난리를 피워댔습니다.
광수님이 처음 등장부터 이목을 사로잡은 건 단지 관심을 받기 위해서만은 아니었을 거예요. 캐릭터 반전을 의도한 건 조금 있었을 수 있지만 아마 그것보다 더 중요했던 건 자신의 본모습을 전부 내보이기 싫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해요. 저는 이 첫 장면부터 광수님을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다들 그랬겠지만요. 광수님은 왜 선글라스를 끼고 나왔을까. 왜 그렇게 위풍당당해 보이려고 애쓰고 적극적이려고 노력하고 반전 매력이 있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 했을까. 전 궁금했어요.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겼던 옥순님에게 첫 선택을 받지 못했던 그 순간의 광수님 표정을 기억해요. 얄궂다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아 옆에 있는 정숙님은 안중에도 없고 옥순님에게만 열려 있던 귀, 무례한 것도 잊은 채 정숙님을 사이에 두고 옥순님과 티격태격하고 있던 입, 그렇게 호들갑을 떨었던 귀와 입의 행동에 얼마나 부끄러웠을까요. 아니, 어쩌면 그런 생각할 겨를도 없었을지 모르겠네요. 온통 신경이 옥순님에게만 쓰여서 그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몸부림치느라 자신을 돌아보지 못했을지도 모르죠.
아무튼 광수님은 그때부터 엄청난 혼란에 빠집니다. 자신을 좋아해 주는 여성분들이 많아서 선택지는 많지만 마음은 옥순님을 벗어나지 못했어요. 하지만 속으로는 옥순님이 야속했겠지요. 왜 첫 선택에 자신을 선택해 주지 않았는지 머리로도 가슴으로도 이해가 되지 않았으니까요. 그 생각의 꼬리는 너무 길어서 마지막 선택의 날까지도 끝을 맺지 못하게 됩니다.
그렇게 고민이 깊어가던 와중에 마음을 뒤흔드는 영숙이 나타납니다. 이성적인 매력이 뿜어져 나오지는 않지만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지닌 영숙이가 광수님을 웃게 합니다. 아무런 의심도 없고 밀당도 없어서 심심할 수는 있지만 마냥 하염없이 광수님만을 바라봐 줍니다. 너무나 바르고 부지런하기도 해서 새벽에 조깅을 같이 할 수도 있는 사람입니다. 설레는 건 없지만 같이 있으면 편안하고 즐겁습니다. 생각할수록 머리가 복잡해지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어느새 시간이 목을 조여옵니다. 한 사람을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는데 발길이 갈 곳을 모르겠습니다. 자신의 선택에 상처받을 사람을 생각하면 괴롭습니다. 자신의 마음을 미리 얘기하면 남은 시간 동안 상처가 곪아 터질까 봐 두렵습니다. 그래서 끝까지 묵비권을 행사하기로 결심합니다. 상처받을 사람을 생각하면 자신의 행동이 너무 가혹한 것 같아 눈물이 터져 나옵니다. 내가 뭐라고, 누군가를 이렇게 가슴 아프게 하는 건가.
이미 결정은 내렸다고 했지만 사실 광수님의 마음은 마지막 선택의 순간까지도 요동을 치고 있습니다. 마지막 1:1 대화를 각각 마치고 나니 비로소 마음이 정해집니다. 설렘과 편안함, 어떤 것이 자신에게 맞는 선택인가에 대한 고민에, 누가 나로 인해 더 상처를 받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더해집니다. 상처를 덜 받을 사람을 포기하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그 사람은 씩씩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갈 수 있을 테니까 말이지요. 그리고 또 하나, 나는 누구로 인해 상처를 덜 받을 수 있을 것인가도 물음표를 답니다. 광수님도 상처받는 것에 민감하기 때문이지요. 광수님의 마음과 열정을 다 쏟아부어 사랑했는데 어느 순간 사랑이 식어 떠나간다면 그것을 광수님은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두려운 거예요. 자신을 버리고 떠나가 버릴 것만 같은 두려움, 어린아이 같은 존재가 아직 마음속에 있는 사람이거든요.
광수님의 얼굴 표정을 보면 알 것 같아요. 타인에 대해선 겸허하게 이해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있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갈급해하고 옹졸하기도 하다는 걸 말이지요. 광수님은 마음을 다해 진심으로 사랑했지만 상대방은 그렇지 않았던 경험이 분명 있었던 거죠. 그래서 차라리 얄궂은 사랑보다는 따뜻하고 편안한 사랑을 선택하기로 합니다.
선택을 마친 후에도 얼굴색은 어두웠어요. 선택받지 못한 자에 대한 미안함과 설레는 대상에 대한 미련이 아직도 가슴속에 남아 있기 때문이지요. 자신의 선택에 후회는 없지만 뿌듯함은 결여된 표정에 한 편으론 영숙님이 안타깝게 느껴졌습니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이 감정적 판단을 이긴 것 같아 혼란스러웠습니다. 사람의 감정을 너무 잘 이해하고 사람의 본성과 본질을 잘 아는 전문가이기에 이런 선택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고민이 따랐으리라고 봅니다. 어떤 결정이더라도 후회는 남았을 거예요. 그냥 가슴이 시키는 대로 했다면 우리가 예상했던 결말로 끝을 맺었을지도 모르지요. 그렇지만 결국 광수님의 불안은 사랑의 감정을 이기고 말았습니다.
진실한 사랑은 먼저 표현하는 것
저는 여기서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특히 사랑의 감정에 대해 말이지요.
누구나 사랑을 갈구합니다. 사랑받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진실한 사랑을 아는 사람은 사랑받기를 기다리지 않고 먼저 사랑을 표현합니다. <솔로 9기> 영숙처럼 말이지요.
진실한 사랑은 일방적이어선 안 되고 선을 넘어서도 안 됩니다. 왜곡되어서도 안 됩니다. 그저 순수하고 순전한 마음을 보여주기만 하면 됩니다. 그게 성숙한 사람의 사랑이니까 말이지요.
여기서 잠깐)
옥순도 알고 있었다. 자기 자신을
아무리 끌리게 하고 설레게 하는 여자가 있다 해도
따뜻하게 해 주고 마음 편하게 해 주는 여자에게 마음이 기우는 건 어쩔 수 없지요.
저는 사람을 쪼고 불편하게 하는 스타일인 걸 어떡해요.
어딘가에 이런 제 스타일도 좋아해 줄 남자가 있겠죠. 저를 주인공으로 만들어 줄 그런.
지고지순한 영숙의 사랑
나는 누군가를 좋아하면 헤어지자는 말 하기 전에 마음이 다할 때까지, 없어질 때까지 좋아해요. 그래야 후회도 미련도 없어지니까요. 그게 제 방식입니다.
나의 추측과 바람
만약 광수님이 연애 경험이 전무했거나 혹은 나이가 어렸다면 100% 옥순님을 선택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광수님은 너무 많이 사랑한 탓에 상처로 얼룩진 연애 경험이 있었고 이미 나이도 혼기가 찼기 때문에 연애 감정보다는 안정적인 감정을 찾으려고 노력한 것 같아요. 한 사람에게 빠지면 헤어나오지 못하는 그런 약점을 들키지 않기 위해 포커페이스를 연기하게 된 것이죠. 마음이 짠합니다. 이상보다 현실을 추구하는 그런 과정이 보여서요. 물론 영숙님을 좋아하지 않은 건 아닙니다. 하지만 영숙님이 선택받지 못할 것을 예상하면서 흘린 눈물이 증명하듯 광수님의 마음은 옥순에게로 더 기울었던 게 사실에 가까울 테죠. (제 추측이 틀릴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틀렸으면 좋겠네요.) 그래서 최종 선택은 대반전이었고 우리는 어딘가 모르게 찜찜함을 느꼈습니다.
이건 단순히 광수님의 우유부단한 성격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광수님의 경험에 의한 방어기제가 작용했고 그 기제를 작동시키는 과정에 영숙님의 순정이 가세하면서 이성과 논리가 증폭되어 나타난 결과물인 거죠.
광수의 마음을 이해하지만 그래도 조금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진실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타고 흘러 내린 영숙님의 눈물이 사랑의 결정체로 거듭나길 바랍니다. 쪼그라든 날개로 뒤뚱거리던 꿀벌에게 설탕물을 타 먹이던 영숙님의 예쁜 마음을 부디 광수님이 사랑으로 잘 지켜 주시길 바라겠습니다. 사랑을 받으려 하기보다 먼저 주고자 하는 광수님이 되길 바라겠습니다. 최종 커플이 되고도 환하게 웃지 못하는 광수님의 모습은... NG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