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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정 Feb 09. 2023

전 세계를 뒤흔든 대참사, 튀르키예 강진

사랑한다, 내 딸아

   

이태원 참사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한 일종의 의식처럼 행안부 장관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는 소식을 뒤로하며 전 세계적인 재앙의 상황이 보도되고 있었다.


그저께 발생한 7.8, 7.5의 연쇄 강진으로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사망자만 1만 1천 명의 수치를 넘어섰다고 한다. 튀르키예의 경우 무너진 건물은 6,000채가 넘고 외신 보도에 따르면 11,000채가 넘을 거라고도 한다. 튀르키예의 에르도안 대통령은 아직도 현장 방문을 하지 않은 듯, 내일쯤 방문할 계획임을 밝혔고 선진국을 위시한 우리나라, 주변국들 뿐 아니라 관계가 불편했던 그리스, 스웨덴, 핀란드에서도 적극적으로 국제적인 구조 지원에 협력하고 있다는 뉴스였다.



    

기상청에 따르면 튀르키예는 이번 지진을 포함해 최근 24년 간 발생한 규모 7 안팎의 강진만 모두 5차례였고 이번 지진이 1939년 12월 이후 튀르키예에서 기록된 지진 중 가장 강한 규모라고 한다. 이렇게 튀르키예에 유독 강진이 많이 발생했던 건 아프리카판 · 아리비아판 · 아나톨리아 판 이렇게 3개의 대륙판이 만나는 지점이라는 지형적인 여건 때문이다. 해양 지진과 달리 강진의 진원 깊이가 24km밖에 안 되는 점도 재앙의 피해가 커진 원인이었다. 그러나 높은 건물 건축 당시 내진 설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이번 참사의 원인 규명도 속속들이 드러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계에서는 20년 간 독재해 온 에르도안 대통령이 5월 대선을 앞두고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질까 몸을 사리고 있는 반면 야당에서는 정권 교체를 위한 타이밍으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습이 과연, 줄어드는 골든타임에 힘겹게 버티고 있는 생존자를 위하는 위정자의 바람직한 모습인지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의 새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는 10만 명 이상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고 한다. 재난 3일 차인 오늘(8일) 기준으로 1만 1200명이 사망했는데 앞으로 10만 명 이상이 죽는다면 구조되지 못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다는 것인가.      



하루하루를 피와 눈물에 젖은 채 고통스러운 신음으로 보낼 생존자들을 생각하면 아무 일없이 편안하게 살아가는 하루에 죄의 무게가 더하여지는 것 같다. 깊은 한숨이 날숨이 되었다가 다시 들숨으로 이어지는 것조차 한없이 미안해진다.  참사 발생 이틀이나 지난 후에 뒤늦게 소식을 접한 것도 죄스럽다.



지진이 일어났을 때 출산의 터널을 건너던 산모는 기어이 목숨을 보전하지 못했다. 갑자기 일어난 전쟁처럼 우리의 시야를 정신없이 흔들어제낀 지진은 따뜻한 젖줄을 아기 입에 대어보지도 못하게 하고 산모의 목숨을 앗아갔다. 생애 가장 황홀한 아기와의 만남의 순간가차 없이 찢어 놓았다. 구조대원에게 구출된 아기는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엄마와 생이별을 하고 병원으로 이송되어 인큐베이터에서 살아남았다. 태어난 지 10시간 후였다.  


무너진 아파트 건물의 잔해에 깔려 숨진 딸의 손을 꼭 붙잡고 있는 아버지의, 허망함에 눈물마저 마른 모습은 우리 모두를 눈물짓게 했으며

by 중앙일보


무너진 잔해 속에서 무려 17시간 동안이나 잔해를 떠받치며 온몸으로 동생을 지키고 있던 여자 아이 두 눈망울에는 공포나 두려움보다는 무기력감과 초연함이 가득했다.


by 엠빅뉴스

제발 끝까지 버텨 줘!! 무사히 구조될 수 있을 거야!!

미안해.. 너무 힘들게 해서..ㅠㅠ

 

폐허가 된 튀르키예



강추위로 인한 저체온증으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는 시간은 지금부터 48시간이다. 정부 당국에서 파견된 구조 인원 5만 명에 각국에서 파견하는 구조 인원도 합세하여 한 명이라도 더 생존자를 살리기 위해 힘쓰고 있다. 지금 이 시간, 생존해 계신 분들과 어린아이들, 아가들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한다. 기적처럼 살아내기를, 살아낼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말기를 소망한다.           




터키가 국명을 ‘튀르키예(Trkiye)’로 바꾼 이유는 영어 국명인 ‘터키(Turkey)’가 국가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영어 단어 터키는 칠면조를 가리키는 것으로, 겁쟁이 · 패배자 등을 의미하는 속어로도 쓰인다. 터키 정부의 요청에 따라 유엔이 터키의 국명을 ‘튀르크인의 땅’이라는 뜻의 튀르키예로 바꾸는 데 승인한 후, 지난해 6월에 터키의 국명이 공식적으로 변경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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