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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아리다 Nov 04. 2023

숨결이 바람될 때_폴 칼라니티

미완성의 삶이 완결로 갈 때


나는 계속 나아갈 수 없어, 그래도 계속 나아갈 거야
(I can't go on. I'll go on)

<숨결이 바람 될 때> 폴 칼라니티



� 메멘토 모리 (Memento Mori). 세계를 감동시킨 서른 여섯살 의사의 마지막 기록

 삶의 의미와 미덕은 우리가 맺는 인간관계의 깊이와 관련이 있다.

� 문학, 철학, 의학을 넘나들며 삶의 의미를 묻다. 체험과 사색, 감성과 지성을 결합한 유례없는 에세이_출판사 서평 중에서




� 독서See너지

▶ 도서 :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미치 앨봄, <마지막 강의> 랜디 포시, 제프리 재슬로,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김지수

▶ 음악 

Breathe_Lauv

바람의 노래_소향 (고백부부 OST, 원곡 조용필)

바람_윤하

My Heart Will Go On_Celline Dion (타이타닉 OST)






나는 무언가를 성취하기보다는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일에 끌리는 편이었다. 
무엇이 인간의 삶을 의미있게 하는가? 
뇌의 규칙을 가장 명쾌하게 제시하는 것은 신경과학이지만 
우리의 정신적인 삶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것은 문학이라는 내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삶의 의미를 온전히 다 알 수는 없겠지만 
인간관계나 도덕적 가치와 떨어뜨려 생각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숨결이 바람될 때> 폴 칼라니티



의학 지식 뿐만 아니라 문학과 철학에도 조예가 깊은 폴이 소명 의식을 갖고 의사가 되었지만, 암에 걸려 환자로서 투병하며 죽음을 대하는 자세를 자전적으로 기록하고 있다. 탄생이라는 축복 앞에서는 기쁨이, 죽음이라는 안타까움 앞에서는 왠지 숙연해진다.



Breathe_Lauv



읽다 보면 담담하게 써내려가는 일상의 이야기들이 마치 <스토너>를 연상케 하는데, <스토너>의 논픽션 의사편이라고 할까?




그러나 폴은 스토너보다는 조금 더 의지가 강하다. 고통의 순간 순간을 견디며 글을 써내려간다. 그에게는 미완성된 책이지만, 그 자체로서 완결이라 말하는 의미를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결코 완벽에 도달할 수는 없지만 거리가 한없이 0에 가까워지는 점근선처럼 우리가 완벽을 향해 끝없이 다가가고 있다는 것은 믿을 수 있다."그것이 폴에게 주어진 삶이었고, 그는 그 삶으로부터 이 책을 써냈다. 그래서 <숨결이 바람 될 때>는 지금 이대로 완결된 작품이다.

<숨결이 바람 될 때> 폴 칼라니티



바람의 노래_소향 (고백부부 OST, 원곡 조용필)



메멘토모리(Memento mori).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는 의미의 라틴어 문구는 오늘을 살아가는 인간의 삶이 유한함을 상기시킨다. 그래서 주어진 삶을 더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예술 작품에서도 해골과 같은 형태를 그려넣음으로써 메멘토모리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들이 많은 이유다. 




네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무슨 일을 했는지, 세상에 어떤 의미있는 일을 했는지 설명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바란건대 네가 죽어가는 아빠의 나날을 충만한 기쁨으로 채워줬음을 빼놓지 말았으면 좋겠구나. 아빠가 평생 느껴보지 못한 기쁨이었고, 그로 인해 아빠는 이제 더 많은 것을 바라지 않고 만족하며 편히 쉴 수 있게 되었단다.지금 이 순간, 그건 내게 정말로 엄청난 일이란다.

<숨결이 바람될 때> 폴 칼라니티



저명한 사회학자였던 모리 슈워츠 교수는 "죽음은 생명을 끝내지만, 관계까지 끝내는 건 아니다"는 말을 남겼다. 그의 제자 미치 앨봄과 매주 화요일에 나눈 인생에 관한 대화는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이 되었다.



죽음을 앞둔 분과의 대화가 편하게 진행되긴 어렵겠지만,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이나 랜디 포시의 <마지막 강의> 등 책으로 남긴 텍스트가 귀한 것은 단순히 유언이 아닌 지나온 삶 자체를 이야기하기 때문이 아닐까. 



바람_윤하



내 삶의 의미를 찾고, 어떤 궤적을 그려나가야 할지 조금이라도 신중하게 돌아보게 된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말이 있듯, 떠나고 난 뒤에도 기억될 관계와 사랑하는 사람들, 남아 있을 흔적을 생각하게 되니까. 나는 어떤 삶을 살고자 하는지, 지금 살아가는 순간 순간이 내 마음에 드는지, 나는 과연 나의 소명대로 살고 있는지 어느 누구도 아닌 나에게 묻는다. 그리고 말이 아닌, 살아 가는 것으로 답해야 할 것이다.




나는 언어를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거의 초자연적인 힘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언어는 고작 몇 센티미터 두께의 두개골에 보호받는 우리의 뇌가 서로 교감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단어는 사람들 사이에서만 의미가 있으며, 
삶의 의미와 미덕은 우리가 맺는 인간관계의 깊이와 관련이 있다.

<숨결이 바람될 때> 폴 칼라니티



My Heart Will Go On_Celline Dion



서른여섯 젊은 의사가 남긴 2년 간의 기록.

서른여섯, 전문의를 앞둔 신경외과 레지던트 마지막 해. 하루 열네 시간씩 이어지는 혹독한 수련 생활 끝에 원하는 삶이 손에 잡힐 것 같던 바로 그때 맞닥뜨린 폐암 4기 판정. 『숨결이 바람 될 때』는 신경외과 의사로서 치명적인 뇌 손상 환자들을 치료하며 죽음과 싸우던 저자가 자신도 폐암 말기 판정을 받고 죽음을 마주하게 된 마지막 2년의 기록을 담은 책이다.

2014년 1월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칼럼 ‘시간은 얼마나 남았는가’는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는데, 여기서 그는 죽음을 선고받았지만 정확히 언제 죽을지는 모르는 불치병 환자의 딜레마를 절실히 표현했다. 죽음을 향해 육체가 무너져 가는 순간에도 미래를 빼앗기지 않을 확실한 희망을 잃지 않았던 그는 이 책에 죽어가는 대신 살아가는 것을 선택한 고뇌와 결단, 삶과 죽음, 의미에 대한 성찰, 숨이 다한 후에도 지속되는 사랑과 가치를 독자들에게 전한다.

<숨결이 바람될 때> 폴 칼라니티 책 소개, 교보문고 제공




발췌 


정신은 뇌의 작용일 뿐이라고 소설이 던지는 가설이 충격적이었다. 세상을 순진무구하게만 바라보던 내 시각을 뒤흔들어놓았다. 물론 가설은 사실임에 틀림없다. 그렇지 않다면 뇌가 하는 일이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우리는 자유의지를 갖고 있지만, 또한 생물학적인 유기체이기도 하다. 뇌 역시 하나의 생체 기관인 만큼 물리학 법칙의 대상이 되는 게 당연하다. 문학은 인간의 의미를 다채로운 이야기로 전하며, 뇌는 그것을 가능케 해주는 기관이다. 내겐 그 사실이 마법처럼 느껴졌다. 그날 밤 내 방에서 나는 열 번은 넘게 읽어본 붉은 색의 스탠퍼드 대학 강의 안내 책자를 펴고 형광펜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이미 표시해둔 문학 수업들 외에, 생물학과 신경과학 강의도 찾아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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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하게 말하자면, 나는 무언가를 성취하기보다는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일에 끌리는 편이었다. 무엇이 인간의 삶을 의미있게 하는가? 뇌의 규칙을 가장 명쾌하게 제시하는 것은 신경과학이지만 우리의 정신적인 삶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것은 문학이라는 내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삶의 의미를 온전히 다 알 수는 없겠지만 인간관계나 도덕적 가치와 떨어뜨려 생각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인생의 무의미와 고독, 그리고 인간의 상호 유대감에 대한 절박한 추구를 이야기하는 T.S. 엘리엇의 <황무지>는 내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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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어를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거의 초자연적인 힘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언어는 고작 몇 센티미터 두께의 두개골에 보호받는 우리의 뇌가 서로 교감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단어는 사람들 사이에서만 의미가 있으며, 삶의 의미와 미덕은 우리가 맺는 인간관계의 깊이와 관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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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한 생물학적 철학을 추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의학을 실천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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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윈과 니체가 한 가지 사실에 동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물을 규정짓는 특징은 생존을 향한 분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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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계속 나아갈 수 없어, 그래도 계속 나아갈 거야

(I can't go on. I'll go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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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 나는 근엄한 분위기에서 의사와 환자의 관계로 있을 때도 있었지만, 지금 이 순간에는 평범한 두 사람에 지나지 않았다. 심연에 직면하여 한없이 위축된 한 사람과 그를 비라보는 또 한 사람.

결국 의사도 희망이 필요한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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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사의 시제 역시 뒤죽박죽이 됐다. "나는 신경외과 의사이다.", "나는 이전에 신경외과 의사였다.", "나는 이전에 신경외과 의사였고 앞으로 다시 의사가 될 것이다." 이 중 대체 어떤 것이 맞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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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무슨 일을 했는지, 세상에 어떤 의미있는 일을 했는지 설명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바란건대 네가 죽어가는 아빠의 나날을 충만한 기쁨으로 채워줬음을 빼놓지 말았으면 좋겠구나. 아빠가 평생 느껴보지 못한 기쁨이었고, 그로 인해 아빠는 이제 더 많은 것을 바라지 않고 만족하며 편히 쉴 수 있게 되었단다.지금 이 순간, 그건 내게 정말로 엄청난 일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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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결코 완벽에 도달할 수는 없지만 거리가 한없이 0에 가까워지는 점근선처럼 우리가 완벽을 향해 끝없이 다가가고 있다는 것은 믿을 수 있다."(...) 그것이 폴에게 주어진 삶이었고, 그는 그 삶으로부터 이 책을 써냈다. 그래서 <숨결이 바람 될 때>는 지금 이대로 완결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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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결이 바람 될 때> 폴 칼라니티

When Breath Becomes Air



2017. 1.22 기록 / 2023. 11. 3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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