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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아리다 Apr 07. 2024

그림책의 구성과 활용

시각과 청각의 하모니



작품성을 인정받은 그림책은 어른들에게도 깊이 와닿습니다.
그 속에 담긴 의미가 매우 심오해서 그림책 한 권이 갤러리인 경우도 있고요. 

그림책의 낭독은 아이(들)과의 교감이 우선입니다.
따뜻하고 자연스러운 목소리,
그림을 충분히 볼 수 있도록 시선을 맞춘 낭독 속도가 좋습니다.

<올바름 All발음>

'그림은 어떻게 시작됐을까요?'

얼마 전 다녀온 전시회(스웨덴 국립 미술관 컬렉션)에서 도슨트분이 던진 질문입니다. 알타미라 동굴 벽화가 먼저 떠올랐지만, 당연히 질문의 의도는 아니었어요. 흥미롭게도 연인이 헤어져야 하는 상황에서 떠나가는 뒷 모습을 남기고 싶어 그림자를 따라 그린 것이 그림의 시작이라고 합니다. 그림의 태생이 이토록 애틋한 마음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하니, 그림 하나하나를 다시 보게 됩니다. 



지금 우리는 휴대폰 하나만 있으면 간편하게 기록할 수 있습니다. 사진으로, 동영상으로, 때론 글로, 녹음으로. 언제 어디서나 간직할 방법은 있으니 오히려 함께 하는 순간 서로를 마주보며 오롯이 진실한 시간을 보내는 것에 충실한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입에서 입으로 즉, 구전으로 이어지던 것이 문자가 발명되기 전까지 그림은 기록의 방식이었습니다. 포괄적인 범주에서 그림은 언어이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림책을 통해 그림과 글이 어떻게 어우러지는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무엇보다 책을 읽는다는 것이 행복한 것임을 느낄 수 있도록 부모 혹은 양육자, 선생님들이 즐겁게 낭독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림책은 아이들이 읽는 책이라는 인식이 있습니다. 제가 아나운서 교육도 했지만, 그림책을 연구하고 읽어주는 재능기부 모임 두 곳에서 활동한 경험에 비춰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립니다. 아직 문자를 익히지 못한 아이들이 양육자 혹은 선생님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듣고, 그림을 보는 행위를 통해 교감을 한다는 점에서 아이들을 위한 책이라는 점은 맞습니다. 하지만, 일부 그런 목적으로 만들어진 그림책 말고도, 작품성을 인정받은 그림책은 어른들에게도 깊이 와닿습니다. 그 속에 담긴 의미가 매우 심오해서 그림책 한 권이 갤러리인 경우도 있고요. 그림책의 구성은 글과 그림이지만, 그림만으로 표현되기도 하고, 다양한 판형으로 시각적, 촉각적 경험까지 선물합니다. 추후(2024년 하반기) 그림책에 관한 기획 연재 콘텐츠로 좀더 깊이 있게 다뤄보겠습니다. 



그림책은 그림만 있는 경우 외에 대체로 그림과 글이 혼재합니다. 하지만, 그림이 글을 뒷받침한다거나 글이 그림 자체를 부연 설명하지 않습니다. 스토리를 이어가는 중에 글로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그림 속에 꽉 차있기도 하고, 그림으로 말하지 못한 것을 글이라는 방식으로 표현한 것이기에 글과 그림은 숟가락과 젓가락 같은 역할이라 보면 이해가 쉬울 것 같습니다. 따라서 '좋은' 그림책의 경우 글자만 읽고 후루룩 넘겨버리면 놓치는 부분이 많을 것이고, 그림을 볼 때도 디테일 하나 하나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생각해 보니, 가사를 텍스트로만 읽을 때와 음악이 입혀진 노래로 들을 때 확실히 달라지는 것과 비슷하겠네요. 



동화_멜로망스



그런 의미로 그림책 낭독은 아이(들)와 교감하는 시간입니다. 만약 아이와 양육자 1:1의 상황에서 무릎에 앉혀 낭독을 해준다면, 낭독의 속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충분히 그림을 보는 시간을 주고, 다음 장으로 넘어가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많은 권수를 읽히기 보다 아이가 특히 좋아하는 그림책의 반복을 원한다면 반복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만약 선생님의 입장에서 단체로 아이들에게 읽어 주는 상황이라면, 대형 모니터 화면 혹은 스크린에 그림책을 띄워주는 것이 좋고, 속도는 일반적인 경우보다 더 천천히 낭독합니다. 슬라이드를 넘길 때 3초 정도 더 Pause를 주면 좋습니다. 만약 그림책을 들고 읽어 주어야 한다면, 텍스트보다 그림이 아이들 방향으로 잘 보이게 하고, 필요하다면 마치 좌우로 시선이 이동하듯이 그림책의 방향을 옮겨주는 것도 좋습니다. 또한 뭔가 더 알려주고 싶은 마음에  낭독하다가 그림을 설명한다거나 질문을 하기보다 우선 그림책의 흐름대로 낭독한 뒤에 부가 활동을 하는 것을 권합니다.  



그림책의 낭독을 목소리 연기로 착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앞서 교감이라고 말씀드렸듯이 엄마 아빠의 따뜻하고 자연스러운 목소리가 가장 편안합니다. 물론 대사 연기를 재밌게 할 수 있다면 더 좋겠지만, 이것도 트렌드가 있는지, 한때는 동화구연처럼 과장된 연기를 선호했고, 지금은 자연스러움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활동 당시 한 곳엔 볼로냐 라가치상을 받은 그림책 작가, 다른 한 곳은 동화작가분도 계셨는데, 지금은 한국의 그림책 위상도 많이 올라가서 같은 상을 받은 분들이 매년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입니다. 마침 2024년 4월 8일부터 11일까지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아동도서전인 제 61회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이 열리고 있는데요. 우리나라 그림책 시장과 수준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고, 세계 시장으로 더욱 넓혀 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림책을 읽을 때 그럼 목소리 연기를 아예 안 해도 되나요?' 라고 물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림책을 낭독할 때는 아무래도 전문 성우의 연기력이 있다면 더 좋겠지요. 아이들이 접하는 애니메이션을 생각하면요. 목소리를 다양하게 내는 연습을 하면 좋습니다. 남자 아이, 여자아이,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삼촌, 이모 정도의 변성을 하면 대체로 역할이 다 나옵니다. 좀더 세분화 한다면, 남자 아이나 여자아이의 말투를 바꿔서 다른 역할을 부여하기도 하고요. 내레이션의 경우에는 일반적인 어미처리가 조금 다릅니다. 제가 블로그 카테고리와 유튜브로 <갤러리 그림책 한 점>을 만든 적이 있는데, 현재는 비공개입니다만, 단순 그림책 소개가 아닌, 새로운 방식의 콘텐츠로 제작해 보고 싶기도 합니다.



헤아리다 낭독 예시(실제 그림책이 아니라 녹음해둔 게 있어 참고용 예시로 올립니다. 내레이션 부분의 어미와 변성 부분에  말투를 참고해 보세요.)




앨리스는 언덕에서 하는 일도 없이 언니 옆에 앉아 있는 것이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언니가 읽고 있는 책을 한두 번 슬쩍 들여다 보았는데, 그건 그림도 대화도 전혀 없는 책이었다. 

"그림도 대화도 없는 책을 뭐 하러 봐?" 

_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중에서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문구입니다. 앨리스의 대사가 재밌있지요? <세계 그림책의 역사>에 따르면 지금의 그림책처럼 문자와 그림이 한 장면에 그려진 것은 고대 이집트의 파피루스와 산수화에 시가 쓰여진 동양의 병풍, 중세 수도원에서 필사된 성서 등에서 발견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특별히 어린이 독자를 위해 그려진 그림책은 코메니우스의 <세계도회> (1668년)이라고 하네요. 목판화로 그려진 이 책은 그림과 함게 사물의 이름과 쓰임을 설명(문득 <도구와 기계의 원리>라는 책이 떠오릅니다)하고 있어 문자 밖에 없던 그 시대에 획기적이었고, 유럽 전역에 널리 알려졌다고 합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보편화된 것이 아니라 일부 계층만이 접할 수 있었다고 하네요.



요즘은 어린이들이 영상 매체에 많이 의존하고 있고, 쇼츠와 같은 짧고 자극적인 영상을 소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군다나 코로나 팬데믹과 마스크 사용으로 인해 입모양을 제대로 볼 수 없었고, 제한된 공간에서 어른 혹은 또래와 상호 작용을 많이 할 수 없어 문해력에 있어서도 문제점이 많이 언급되는데요. 이럴 때 텍스트만 있는 책 대신 그림책이 참 좋은 도구라 생각합니다. 교감에 중점을 두고, 부모 혹은 주 양육자가 그림책을 읽어 준다면, 시각과 청각적 체험과 더불어 안정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인데요. 그림에 좀더 집중할 수 있어 낭독자도 부담이 덜 합니다. 함께 즐길 수 있는 책이 아닌가 합니다.



독서를 많이 권하는 유대인들은 아이들이 어렸을 때 책에 꿀을 발라준다고 합니다. 그만큼 독서와 배움은 달고 기분 좋은 것이라는 인식을 시켜주는데요. 아이들은 어른의 말을 그대로 흉내내는 미믹(mimic) 방식으로 언어를 배우기 때문에 좋은 발음으로 낭독해 주시면 더 없이 좋겠지요? 





�️ 그림책 낭독 미션


이번 한 주는 그림책을 한번 읽어 보세요. 자녀분이 있다면 아이를 위해 낭독해 주시고, 없다면, 도서관에서 빌려볼 수 있습니다. 어떤 그림책이 좋을 지 모르겠다 하시는 분들께 에즈라 잭 키츠, 미하엘 엔데, 존 버닝햄, 앤서니 브라운, 모리스 샌닥, 요시타케 신스케, 레오 리오니, 에릭 칼, 사노 요코, 백희나 작가님, 이수지 작가님 등의 작가 그림책을 우선 추천드립니다. 



타이밍_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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