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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아리다 Oct 05. 2023

소설의 기술_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키치적 소설의 즐거움


방대하긴 해도 라블레의 박학함은 
데카르트의 박학과 의미가 다릅니다. 
소설의 지혜는 철학의 지혜와는 다릅니다. 
소설은 이론적 정신이 아니라 
유머의 정신에서 탄생합니다.

<소설의 기술> 밀란 쿤데라




소설은 실제를 탐색하는 것이 아니라 실존을 탐색하는 것

쿤데라식 소설의 음악적 구성과 배열, 소설 속에서 실험적 자아를 만들어 가는 소설가

� 자신의 소설에 관한 것, 좋아하는 소설가에 대해, 작품에 대해 인터뷰로, 에세이로 그리고 연설문으로 비교적 소설보다 쉽게 들려 준다.



� 독서See너지

▶ 음악 : Kitsch 키치_아이브

Sinfonietta 신포니에타_야나체크

연애 소설(LOVE STORY)_에픽하이 EPIK HIGH (feat.아이유)





소설가로부터 듣는 소설에 관한 이야기. 

밀란 쿤데라가 자신의 소설에 관한 것, 좋아하는 소설가에 대해, 작품에 대해 인터뷰로, 에세이로 그리고 연설문으로 비교적 소설보다 쉽게 들려 준다.



제가 보기에 현대 세계에서 인간 실존의 복잡성을 포착해 내기 위해서는 생략과 압축의 기법이 요구됩니다. (...) 전조가 아니라 느닷없는 병치를 통해, 변주가 아니라 반복을 통해 항상 사물의 핵심을 파고들어가라는 것이죠. 오직 본질적인 무엇인가를 말하는 음표만이 존재할 자격이 있는 겁니다. 소설도 이와 거의 비슷해요. (...) 제 지상 명령도 야나체크와 비슷한 겁니다. 즉 기법의 자동성과 장황함을 제거해 소설을 압축하라는 것이죠.

<소설의 기술> 밀란 쿤데라



단순한 리듬감이 아닌 쿤데라식 소설의 음악적 구성과 배열, 소설 속에서 실험적 자아를 만들어 나가는 소설가로서의 생각들을 밀도있고 충실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특히 쿤데라가 직접 정의내린 단어사전은 쿤데라의 소설을 이해하는데 더없이 유용하다. 카프카, 플로베르, 제임스 조이스 등 유명작가와 작품들에 대한 쿤데라의 생각과 평론을 마주하는 재미도 쏠쏠한  책으로 마치 쿤데라 잡지와도 같다.



키치적 태도라는 것이 있다. 키치적 행위라는 것도 있다. 키치적 인간이 필요로 하는 키치도 있다. 
이것은 거짓으로 예쁘게 보여 주는 거울에 자기를 비춰 보고 이를 통해 흡족한 마음으로 자신을 인정하기 위한 필요다.

<소설의 기술> 밀란 쿤데라



Kitsch 키치_아이브




밀란 쿤데라는 자신의 소설에 작가 소개를 이렇게 한다. '체코슬로바키아에서 태어났다. 1975년 프랑스에 정착하였다.' 



이 간단 명료한 자기 소개를 보면 소설가는 그저 소설로 자신의 '정체성'을 말하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특히 자신의 소설이 오역되는 것에 민감했고, 번역과정에서도 직접 감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7월에 타계 소식이 들려왔고, 블로그에 리뷰는 아직 많이 올리지 못했지만, 그간 여러 작품들을 관심있게 읽어 온 독자로서 안타깝기도 했다. 인생은 어차피 '무의미의 축제'라는 듯이 그는 '농담'처럼 떠나갔지만,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속에서도 소설의 '무거움'을 알렸고, 그의 작품들을 통해 그는 영원히 '불멸'로 남게 되었다. 우리는 작품을 통해 밀란쿤데라에 대한 '향수'에 빠져들 것이다.



소설가 밀란 쿤데라는 야나체크 음악원 교수였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작곡 공부를 하고, 프라하의 예술 아카데미 AMU에서 시나리오 작가와 영화감독 수업을 받았다고 한다. 그의 소설이 갖는 리듬감과 전개 방식이 음악적 속성과 닮았기 때문에 긴 호흡의 소설이라 할지라도 흡인력있게 읽을 수 있다. 이것을 작가는 '소설가의 가장 섬세한 기술'로 표현한다. 소설이 단순히 텍스트가 아닌 이유이기도 하다.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소설을 구성한다는 것도 여러 다른 정서에 공간을 배열하는 것이라는 것, 그리고 제 생각에 이것이야말로 소설가의 가장 섬세한 기술이라는 것을 알려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소설의 기술> 밀란 쿤데라



Sinfonietta_야나체크




발췌



�1부 세르반테스의 절하된 유산

소설은 근대의 시초부터 줄곧, 그리고 충실히 인간을 따라 다닌다. 후설이 서구 정신의 요체로 간주한 ‘앎에의 열정’이 이제 소설을 사로잡아 소설로 하여금 인간의 구체적인 삶을 살피게 하고 ‘존재의 망각’으로부터 지켜 주는 것이다. 그리하여 ‘삶의 세계’를 영원한 빛 아래 보존한다. "오직 소설이 발견할 수 있는 것만을 발견하라. 그것만이 소설의 유일한 존재이유다." 라는 보로흐의 말을 나는 이런 뜻으로 이해하며, 그가 거듭 되풀이하는 이 말에 담긴 그의 고집에 공감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2부 소설의 기술에 관한 대담

소설은 실제를 탐색하는 것이 아니라 실존을 탐색하는 겁니다. 그런데 실존이란 실제 일어난 것이 아니고 인간의 가능성의 영역이지요. 인간이 될 수 있는 모든 것,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입니다. 소설가들은 인간의 이러저러한 가능성들을 찾아내 실존의 지도를 그리는 것이죠. 그러나 거듭 말하지만 존재한다는 것은 '세계-안에-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니까 그의 세계를 '가능성'으로 이해해야만 하는 겁니다.



�3부 [몽유병자들]에 관한 단상들

다른 장르들을 수용하고 철학적, 과학적 지식을 흡수하는 경향이 바로 소설의 특징이다. 따라서 브로흐의 시각에서 볼 때 '다주제적'이라는 용어는 '소설만이 찾아낼 수 있는 것', 즉 인간의 존재를 비추기 위해 모든 지적 방법과 시적 형식들을 동원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것이 소설 형식의 심층적인 변화를 내포한다는 사실은 두말할 것도 없다.



�4부 예술의 구성에 관한 대담

제가 보기에 현대 세계에서 인간 실존의 복잡성을 포착해 내기 위해서는 생략과 압축의 기법이 요구됩니다. (...) 전조가 아니라 느닷없는 병치를 통해, 변주가 아니라 반복을 통해 항상 사물의 핵심을 파고들어가라는 것이죠. 오직 본질적인 무엇인가를 말하는 음표만이 존재할 자격이 있는 겁니다. 소설도 이와 거의 비슷해요. (...) 제 지상 명령도 야나체크와 비슷한 겁니다. 즉 기법의 자동성과 장황함을 제거해 소설을 압축하라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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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아직 개발되지 않은 많은 형식상의 가능성을 남겨 놓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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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소설을 구성한다는 것도 여러 다른 정서에 공간을 배열하는 것이라는 것, 그리고 제 생각에 이것이야말로 소설가의 가장 섬세한 기술이라는 것을 알려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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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당신의 소설에는 두 가지 원형적 형식이 있는 것이군요. 첫째, 7이라는 숫자에 바탕을 둔 건축술을 통해 이질적인 요소들을 결합하는 다성적 구성. 둘째, 희극적, 동질적, 극적이면서 그럴듯하지 않음과 맞닿아 있는 구성.



연애 소설(LOVE STORY)_에픽하이 EPIK HIGH (feat.아이유)



�5부 저 뒤쪽 어디에

카프카적인 것은 내면 영역에만 제한되는 것도 아니고 공적인 영역에만 제한되는 것도 아니다. 이 둘 모두를 감싼다. 공적인 것은 사적인 것의 거울이고, 사적인 것은 공적인 것을 반영한다.



�6부 소설에 관한 내 미학의 열쇠어들

소설 : 작가가 실험적 자아(인물)를 통해 실존의 중요한 주제를 끝까지 탐사하는 위대한 산문 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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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치적 태도라는 것이 있다. 키치적 행위라는 것도 있다.  키치적 인간이 필요로 하는 키치도 있다. 이것은 거짓으로 예쁘게 보여 주는 거울에 자기를 비춰 보고 이를 통해 흡족한 마음으로 자신을 인정하기 위한 필요다.



�7부 예루살렘 연설 : 소설과 유럽

방대하긴 해도 라블레의 박학함은 데카르트의 박학과 의미가 다릅니다. 소설의 지혜는 철학의 지혜와는 다릅니다. 소설은 이론적 정신이 아니라 유머의 정신에서 탄생합니다.


<소설의 기술> 밀란 쿤데라





<책 소개>

특히 쿤데라는 『소설의 기술』을 통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농담』, 『웃음과 망각의 책』, 『불멸』 등 자신의 작품 속에 숨겨진 리듬과 화성의 놀라운 법칙과 수학적 체계를 이야기한다. 음악가였던 아버지로부터 전문적인 음악 수업을 받았으며, 이 영향으로 젊은 시절 문학보다 음악에 더욱 끌렸다는 쿤데라는 “소설을 구성한다는 것은 음악처럼 여러 다른 정서에 공간을 배열하는 것”이라고 한다.

쿤데라는 소설의 한 부를 음악의 박자에, 각 장을 소절에 비교하며 그의 소설들의 각 부분은 모데라토, 프레스토, 아다지오 등과 같은 음악적 지시를 띄고 있음을 밝혔다. 소설 속 이야기가 진행되는 시간, 그 시간에 비례하든 정비례하든 그 이야기를 서술하는 시간을 교묘하게 조절함으로써 작품의 시간을 흐르게 하고 위대한 순간을 고정하기도 하는 것이다. 쿤데라는 이런 능력이야말로 “소설가의 가장 섬세한 기술”이라고 하였다. 쿤데라의 소설을 읽어 본 독자라면 새삼 그의 섬세함에 감탄하고 작품의 매력에 감탄하게 될 것이다.

쿤데라에게 영감을 준 문학 거장들을 통해 배우는 인간 실존에 대한 성찰과 탐구

『소설의 기술』은 이처럼 ‘소설 쓰기의 기법’에 관한 쿤데라의 생각 외에도 카프카, 플로베르, 조이스, 톨스토이, 세르반테스, 곰브로비치 등 당대 최고의 문학가와 그들의 작품에 대해 언급하며 서구의 문화적, 철학적 흐름과 전통, 그리고 인간 실존에 대해 성찰하고 탐구하는 방식을 보여 준다. 쿤데라는 “소설은 실제를 탐색하는 것이 아니라 실존을 탐색”하는 것이며 소설가란 역사가도 예언자도 아닌, 단지 “실존의 탐구자”일 뿐이라고 한다. 쿤데라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철학을 아낌없이 피력하며 “소설가란 자신의 생애라는 집을 헐어 그 벽돌로 소설이라는 다른 집을 짓는 사람”이라고 말한 카프카나 “소설가는 자신의 작품 뒤로 사라지기를 바라는 사람”이라고 말한 플로베르 등 당대의 훌륭한 작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소설의 기술> 밀란 쿤데라, 출판사 서평 중에서,  교보문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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