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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아리다 Oct 18. 2023

자기 앞의 생

에밀 아자르 (로맹가리)


"하밀 할아버지, 사람은 사랑할 사람 없이도 살 수 있나요?"

<자기 앞의 생> 에밀 아자르



 세상을 살아내야하는 모모의 성숙한 시선이 못내 짠하지만, 사랑이라는 숭고함이 소년의 삶을 사랑스럽게 어루만져 준다. 

� 로맹가리가 에밀 아자르라는 필명으로 역사상 콩쿠르 상을 두 번 수상.

모든 좋은 책들이 그렇듯, 이 책 역시 울면서 동시에 웃게 만든다._르 누벨 옵세바퇴르



� 독서See너지

▶ 도서 :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로맹가리

▶ 영화 : <자기 앞의 생>,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 

▶ 음악 : 뿜뿜 BBoom BBoom_모모랜드 (K-tigers, long-take ver.), The Scientist_Coldplay(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 OST), 친구야_이설아 (feat.김사월)





나는 손에 달걀을 쥔 채 거기에 서 있었다. 그때 내 나이 여섯 살쯤이었고, 나는 내 생이 모두 달려 있다고 생각했다. 겨우 달걀 하나뿐이었는데...

<자기 앞의 생> 에밀 아자르



우리는 높이 탑을 쌓듯 대담하게 공을 들이면서도 달걀 하나를 손에 쥔 듯 조심조심 살아 간다. 손아귀에는 어떤 힘도 주지 못한 채 어깨에만 잔뜩 힘이 들어가 주눅이 들기도 한다. 그나마 어깨뽕이라도 '뿜뿜' 들어가면 다행이다. 



뿜뿜 BBoom BBoom_모모랜드 (K-tigers, long-take ver.)




하나의 자로 모든 것을 잴 수는 없지 않은가.

<자기 앞의 생> 에밀 아자르



세상이라는 표준 규격에 맞춰 살아가다 보니 그렇다. 그렇지만, 어느 정도는 그 기준에도 맞춰야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다. 다만 문제는 하나의 자로 모든 것을 재고, 재단하려는 것이다. 여기 열 네살 모모는 세상을 살아내야했기에 나이답지 않게 성숙한 시선으로 세상을 알아 버린 소년이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사람이란 자기가 한 말을 스스로 믿게 되고, 또 살아가는 데는 그런 것이 필요한 것 같다. 철학자 흉내를 내느라고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자기 앞의 생> 에밀 아자르



다행히 사랑이라는 숭고함이 소년의 삶을 사랑스럽게 어루만져 준다. 로자아줌마에게도 이웃들에게도. 




『자기 앞의 생』은 비범한 일을 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비범한 일이란, 사랑을 깨닫고 그것을 실천하는 일이다. 모모는 내게 말해주었다. 슬픈 결말로도 사람들은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_조경란(소설가)



<자기 앞의 생>의 영화와 원작은 조금 다르다. 전반적인 흐름은 비슷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스토리가 전개되어야 하는 영화 특성과 시각적인 부분을 고려해 각색이 많이 되었다. 그렇지만, 평범 혹은 소외된 이들이 비범하게 사는 법을 이야기 한다는 점은 닮아 있다. 슬픈 결말 속에 궁극적인 아름다움과 사랑이 들어 있다.



가진 것 없고 무시받는 이들의 남루한 삶을 들추고 소년이 발견하는 것은 ‘신비롭고 경이로운 생의 비밀’이다. 그것은 어리둥절한 소년의 목소리를 빌려 작품 전체를 관통하며 말하고자 하는 작가의 함축적인 진실이기도 하다. 로맹 가리(에밀 아자르)는, 그의 복화술사 모모는 말한다. "사랑해야 한다."

출판사 서평 중에서


사물이 아름답기 위해선 
특별해 보일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평범한 것도 그 자체로 아름다울 수 있다고.

영화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




The Scientist_Coldplay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 OST)



조금 커진 채 고정된 맑은 눈과 주위의 세상이 갑자기 한결 가벼워지고 한결 짊어지기 편한 것처럼 느껴지게 하는, 마침내 세상을 품에 안아 더 나은 운명으로 이끌어갈 수 있게 해주는 부드러운 어깻짓에는 어떤 무구함이 서려 있었다.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로맹 가리



16편의 단편집, 시적인 운율과 감성이 산문에 녹아든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로맹가리는 비록 에밀 아자르라는 필명으로 다른 삶의 소설을 쓴 듯 하지만, 자신의 개별적인 정체성이 아니라 더 큰 시야에서 세상을 바라 보았기에 평생 한번 밖에 받을 수 없다는 콩쿠르 상을, 개인이 아닌 개별 작품에 선물할 수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유일하게 공쿠르 상을 두 번 받은 작가 로맹 가리

1975년 공쿠르 상 수상자가 『자기 앞의 생』을 쓴 에밀 아자르라고 발표되자 수상작가는 공쿠르 상 아카데미에 수상 거절 의사를 밝힌다. 그러나 아카데미 의장인 에르베 바쟁은 다음과 같이 답한다.“아카데미는 한 후보가 아닌 한 권의 책에 투표한 것이다. 탄생과 죽음처럼 공쿠르 상은 수락할 수도, 거절할 수도 없는 것이다. 수상자는 여전히 아자르이다.” 그렇게 해서 베일에 싸인 작가 에밀 아자르는 수상자로 남게 되고, 후에 아자르가 실은 로맹 가리임이 밝혀지게 되면서 로맹 가리는 유일하게 공쿠르 상을 두 번 받은 작가로 남게 된다.

출판사 서평 중에서



세상의 품 안에서 자기 앞의 생을 사랑하며 살자! :)



친구야_이설아 (feat.김사월)



<발췌>



나는 손에 달걀을 쥔 채 거기에 서 있었다. 그때 내 나이 여섯 살쯤이었고, 나는 내 생이 모두 달려 있다고 생각했다. 겨우 달걀 하나뿐이었는데...

내가 경험한 바로는, 사람이란 자기가 한 말을 스스로 믿게 되고, 또 살아가는 데는 그런 것이 필요한 것 같다. 철학자 흉내를 내느라고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완전히 희거나 검은 것은 없단다. 흰색은 흔히 그 안에 검은색을 숨기고 있고, 검은색은 흰색을 포함하고 있는 거지." 그리고 그는 박하차를 가져다주는 드리스 씨를 바라보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오래 산 경험에서 나온 말이란다."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은 심장과 머리이며, 그래서 그것들은 아주 소중히 다루어야 한다. 심장이 멎으면 사람은 더이상 살 수 없게 되고, 뇌가 풀려서 제 기능을 못 하게 되면 사람은 더이상 제 힘으로 살 수가 없게 되기 때문이다. 나는 살아가기 위해서는 아주 일찍부터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간이 지나 능력이 떨어지면 아무도 도와줄 사람이 없게 된다.

하나의 자로 모든 것을 잴 수는 없지 않은가.

"하밀 할아버지, 사람은 사랑할 사람 없이도 살 수 있나요?"

사람은 사랑할 사람 없이는 살 수 없다. 그러나 나는 여러분에게 아무 것도 약속할 수 없다.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나는 로자 아줌마를 사랑했고, 아직도 그녀가 보고 싶다. 하지만 이 집 아이들이 조르니 당분간은 함께 있고 싶다. 나딘 아줌마는 내게 세상을 거꾸로 돌릴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무척 흥미로운 일이다. 나는 온 마음을 다해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 사랑해야 한다.

<자기 앞의 생> 에밀 아자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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