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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rene Jul 30. 2021

나의 길

금요일이지만 기분이 구겨진 휴지조각 같다.

화사하게 입어볼까? 하고 옷장을 열었더니 옷장 안이 장례식장이다.

나는 왜 이런 옷들만 사는 걸까 생각해 보니 가끔, 아주 가끔 독특한 옷을 살 때도 있긴 하다.

결국 한 번도 입지 못한 채 동생에게 주어서 그렇지..

그래. 독특함을 좋아하는 나도 있었네.


현재의 나를 색깔로 표현하자면 내 옷장 같은 무채색이다.

나는 밝고 싱그러운 색이었을 때는 없었나.

학창 시절 내내 나는 교실에 있는 듯 없는 듯한 존재감 없는 아이였다.

아, 20대 나의 첫 직장. 나는 그곳에서 그렇게 많이 웃었고 심지어 애교까지 떨었다.

근무환경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사람들이 좋았고 그 사람들이 주는 에너지가 좋았다.

내가 사회초년생이라고, 뭘 해도 밉지 않다고 해주었고 예쁘다고 해주시고 맛있는 저녁도 자주 사주셨다.

내가 그때 그렇게 행복했던 건 사랑받았기 때문인 것 같다.

내 인생.. 그때가 가장 밝고 찬란했다.

그래. 밝은 색의 나도 있었다.


그렇게 2년이 좀 지나 연구소가 지방으로 이전하게 되면서 퇴사를 했고 그 후의 직장들은 무료했고 나는 시들거렸다.

내가 지금 하는 일을 좋아하고는 있는지, 무엇을 위해서, 왜 하는 것인지 인지하지 못한 채 성실함만으로 연명하긴 했지만,  그렇게라도 아침에 출근하는 일이 당연하던 때가 있었다.

두 아이의 분리불안에도 남편과의 불화로 가정이 흔들릴 때도 꿋꿋하게 버텨왔는데, 큰아이의 선천적인 발달 문제들이 표면 위로 드러나면서 맥없이 놓아버리게 됐다. 아쉽지는 않지만 문득 궁금하다.

나의 길은 어디인지..

나는 이제 와 무엇을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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