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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틸 줄도 알아야 한다

by 서린

운동을 하면서 느끼는 것이 있다.

운동의 순간이나 동작 하나, 혹은 전체 운동 과정이 인생과 참 닮아 있다는 생각이다.




달리기를 하면 꼭 고비가 한 번 찾아온다.

내가 할 수 있는 편안한 달리기의 총시간에서 5분의 2 지점 정도될 때쯤 고비가 한 번 찾아온다. 숨이 조금 가쁘다 느끼거나 혹은 얼마나 더 뛰어야 하지? 하고 무의식적으로 시계를 들여다보는 순간이다.


예를 들어 내가 5분 정도의 달리기를 할 수 있다면 2분 정도 되었을 때 한 번 몸이 좀 힘들다 느끼는 것 같다. 마찬가지로 20분 정도를 목표로 뛰기 시작하면 8분 정도 되었을 때 시계를 한 번 쳐다보며 몸이 무거워짐을 느낀다.



그때 1초 정도 '그만 뛸까?' 하는 마음이 올라온다.


그런데!

그 순간을 조금만 참고 버티면 나머지 5분의 3 정도를 더 뛸 수 있다. 그것도 가뿐하게!



희한하다.


처음 힘들다고 느끼는 순간 발걸음을 멈춰보기도 했었는데 몇 번의 경험을 통해 그때 잠시만 버티면 의외로 나머지 레이스를 처음 보다 조금 더 오랜 기간 뛸 수 있다는 사실을 터득했다. 더 희한한 것은 5분의 2 지점이 넘어가면 곧바로 몸이 적응해서 뛰기가 수월해진다. 그 말은 몸이 무거운 상태로 나머지 5분의 3을 버티는 것이 아니고 발걸음도 더 가벼워지고 몸도 가벼워진 채로 뛸 수 있다. 아마도 뇌에서 힘들지 말라고 다독이며 무슨 호르몬을 분비하는 것이겠지?




늘 이 경험을 마주할 때마다 인생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무슨 일을 시작할 때 혹은 내 역량보다 조금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갈 때 5분의 2 지점에서 현타가 오거나 '이 길이 맞나?' 하는 회의감이 찾아오거나 '내가 더 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이 찾아온다. 그만두고 싶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이 고비만 넘기면 의외로 더 오랜 기간 더 재밌고 가뿐하게 나아갈 수 있다. 경험상 5분 하는 달리기나 1년 동안 하는 자격공부나 몇 년씩 하는 회사생활이나 비슷하게 그런 고민의 지점이 찾아오고 그걸 넘기면 나머지 기간이 즐겁다.



이젠 달리기를 하면서 몸이 무겁다 느낄 땐 이렇게 생각한다.

'5분의 2 지점이 찾아왔구나. 이 고비만 지나면 금방 몸이 가벼워질 것이다.'


매 순간 이를 악물고 버티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경험상 처음 마주하는 고비를 넘어서면 은근히 가뿐하게 나아갈 수 있었기에 버틸만한 몸과 체력이 된다면 겁먹지 말고 한 번은 버텨보자 싶은 것이다.



인생에서도 마찬가지다.

회의감이 드는 순간 '아 그만하고 싶다.' 대신 '내가 5분의 2 지점에 와있나?'라는 생각으로 대체한다. 이런 경험이 쌓이다 보니 버티는 능력도 점점 더 올라가는 것 같다. 이제는 조금 더 길게 달릴 자신도 생긴다.




단 잊지 말고 몸이 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자.

무작정 버티는 것이 아니라 적당한 강도의 스트레스와 고통의 경계를 잘 파악해야 장기전도 가능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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