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에 이어 운동의 동작이 인생과 닮아있다고 생각했던 이번 주 에피소드.
요가를 시작한 지 반년 PT를 시작한 지 3개월 정도 되었다. 그동안 요가에서는 두 차례정도 물구나무서기를 시도했다. 이번 주 우연히도 선생님들의 마음이 맞았는지 요가선생님이 물구나무서기를 친절히 알려주셨는데 다음날 PT에서도 물구나무서기를 연습했다. 이틀간 연일 물구나무를 서면서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깨달음이 있었다.
나는 유연함이 거의 제로 수준이다. 어깨도 말려있고 승모근도 엄청 굳어있다. 신체 형태에 대한 파악을 스스로 좀 해보았는데 골반이 전반경사가 되어있고 코어의 힘과 등근육이 약하며 어깨와 목이 굽어있다. 고관절의 가동범위도 정말 적다. 요가 수업에 가면 열등생 정도가 되지만 '열등'하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다. 나는 그냥 '나'라는 상태만 있다. '못한다' 혹은 '부족하다'는 생각을 안 하려고 한다. 정확히는 비교를 '안'한다기보다 '거부'하고자 한다.
내가 거부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아직 온전히 마음을 비우는 상태에 도달하지 못했지 때문이다. 10번 중에 9번은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내 상태가 받아들여지는데 주기적으로 10번에 1번은 회의감이 찾아온다. '내가 갈길이 너무 먼 것이 아닌가.' '나는 과연 저런 유연한 상태에 도달은 할 수 있는 것인가' '나만 제일 뻣뻣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날이 있다.
그런 생각이 드는 날은 어김없이 잠을 잘 못 잤거나 주말에 술을 많이 마셨다거나 아이들의 불안이 내게 전해졌다거나 카페인을 섭취했다거나. 암튼 몸이 정돈되지 않은 날엔 마음도 정돈되지 않는다.
요가를 하다 보니 재밌게 발견한 사실이 있다.
유연성, 관절의 가동범위는 떨어지지만 내가 은근 균형감각이 좋다는 것이다. 한 다리로 중심을 잡고 나무자세로 서있을 때 흔들리지 않고 비교적 오래 서있을 수 있다.
'아하. 내가 모든 동작을 못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구나.' 싶은 순간이다.
그러면서 단순히 '잘한다' '못한다'가 아닌 좀 더 넓은 시야에서 운동을 바라봤다. 신체 능력에는 뭐가 있을까 궁금했다. 여태 조금 주워들은 바에 의하면 신체 능력은 크게 건강 관련 체력과 운동 기술 체력이 있다. 건강 체력에는 근력, 근지구력, 심폐지구력, 유연성 등이 포함된다. 몸을 사용하는 기본기 같은 느낌이다. 운동 기술 체력은 민첩성, 균형감각, 순발력 등이다.
내가 기본기는 좀 부족하지만 기술을 잘 사용할 수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특히 물구나무서기를 통해서 다시 한번 눈을 떴다.
이번 월요일 요가 시간에 물구나무서기를 처음으로 제대로 배웠다. 뒤로 자빠질지 모르니 벽을 마주하고 시작했다. 다리를 들고 위로 쭉 몸을 펴서 잠시 서있기. 두 번 시도를 해보았는데 금방 성공을 했다. 그런데 내려오는 것은 도저히 못하겠더라. 중심을 잃을 것만 같고 어떻게 몸을 움직여야 할지 몰라 그냥 쿵 하고 다리를 떨궈 내려왔다.
요가 선생님이 나를 보며 '오 물구나무 천재님이네요.'라고 하셨다. 그런데 그 말을 들으며 불편했던 마음은 뭐였을까. 난 대다수의 요가 동작을 따라 하지 못하는데...
다음날 PT선생님과 물구나무를 서는데 역시 올라가는 것은 할 수 있겠더라. 그런데 내려오는 것은 전혀 할 수 없었다.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조금 어려운 방식으로 올라가시는데 우선은 잘하셨어요. 내려올 수 있는 코어힘이 좀 생기면 올라가는 것도 수월해지실 거예요. 물구나무 잘하시는 분들 보면 올라갔다가 다리를 접어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다리를 펴서 올라가시기도 해요.'
이 말을 듣는데 '모로 가도 서울로 가면 된다'는 속담이 떠올랐다.
내가 기본기 없이 이 속담처럼 살아온 것은 아닐까 싶었다. '아 나는 일단 목적을 향해 가긴 갈 수 있는 기술은 있지만 '제대로' 올라갈 수 있는 능력은 없구나. 내려올 줄 아는 것이 바로 제대로 올라갈 줄 아는 방법이겠다 싶었다.
정확히 무슨 운동 기술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민첩성과 균형감각이 내게 특정 동작을 빠르게 달성시켜 줄 수는 있다. 그러나 나는 근력도, 근지구력도, 유연성도 밑받침되어 있지 않기에 올린 다리를 내릴 수도 없을뿐더러 중간에 멈췄다가 다시 올라가는 것은 아직 꿈도 못 꾸겠다.
그동안 나의 인생이 특정 기술에만 집중해서 요령껏 살아온 것은 아닌가 싶었다. 그렇게 요령껏 살면서 가끔 '천재'소리를 들으며 나의 능력이라고 착각한 것은 아녔을까. 기본기가 부족했기 때문에 살면서 큰 고비가 온 게 아니었을까 싶었다.
기본기를 차근차근 다지며 올라가는 삶. 제대로 오른 만큼 내려올 줄 아는 삶이 바로 내가 지금부터 추구해야 되는 삶이다. 결국 근력, 심폐지구력, 근지구력, 유연성을 제대로 갖춘 사람이 되고 싶다. 체력의 밑바탕을 충분히 다지고 쌓은 다음이면 나의 민첩성도 균형감각도 순발력의 기술들도 더 빛나고 돋보일 것 같다.
내려올 줄 알아야 한다. 내려올 줄 안다는 것은 '제대로' 오를 줄 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