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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를 완성하고 싶다

by 서린

미래에 대한 그림은 끊임없이 변한다.


내가 무엇을 정말로 좋아하는지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는 미래에 대한 비전이 구체적이어도 한편으로는 모호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 과정은 정말로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그릴 수 있는 그림을 일단 그려보고 또 나아가 직접 부딪혀 보아야 한다. 그 길이 정말 맞는 길인지. 가벼운 스케치를 했다면 점점 더 뚜렷하게 그리거나 지우개로 지우며 방향을 수정해 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어떠한 가시적인 목표나 상태를 꿈꾸는 것보다 좀 더 추상적인 삶의 가치를 찾는 것이 나을 때가 있다. 내가 추구하는 가치 안에서 무궁무진한 형태로 삶이 펼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삶의 의미나 가치를 발견하면 또 아주 세세하고 구체적으로 그림을 그려보기도 해야 한다. 그리고 다시 무한 굴레처럼 멀리서 보았다가 가까이서 보았다가를 반복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은 막연한 목표 하나만 바라보고 그 하나를 넘기면 또 그다음 목표를 바라보면서 살았었다. 그리고 그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가지고 살았다. 그런데 나를 돌아보고 내 삶의 의미와 북극성, 내가 추구하는 가치들을 먼저 탐색한 뒤에 목표를 설정해 보니 예전과 비슷한 길을 걸어도 너무나도 여유롭다. 과거의 내가 힘을 잔뜩 준채 달렸다면 지금은 몸에 힘을 풀고 뛰는 느낌이다.



나에 대한 믿음이 대폭 증가했다고나 할까.

믿음이 증가한 만큼 효율성도 높아지고 삶의 원동력도 커진다.

정말이지 하루하루가 신이 난다!



그러다 또다시 목표가 흐려질 때가 있다. 목표를 잊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목표를 실현할 방법이 하도 여러 가지다 보니 이런저런 일을 시도하고 부딪히다가 과부하에 걸려서다. 과부하에 걸렸다는 것은 내가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는 뜻이며 우선순위가 아닌 것을 거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언뜻 보기엔 이것도 내 가치에 해당하는 것 같고 저것도 내 가치와 일맥상통하는 것 같아서 쉽게 일을 벌이게 되는 게 우리의, 아니 나의 본성이다.




나의 삶이 얼마나 정돈되었는지 목표와 실제 방향이 얼마나 일치하는지 알려면 집안이 정돈된 환경을 보면 알 수 있다. 수납장 위에 물건들이 다소 쌓여있다거나 주방 아일랜드에도 이런저런 잡동사니가 올라와 있다면 나의 삶도 요즘 이렇게 미뤄두고 일을 쌓아두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집안을 정리해야겠다 압박을 느낄 땐 삶의 여러 국면에서 정돈이 필요하다는 신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몇 년간의 나의 모습을 지켜보니 이러한 주기가 6개월에 한 번씩 찾아오는 듯하다. 특히나 봄철에는 더욱 그렇다. 겨울에 응축되었던 기운이 사르르 녹으며 만물이 소생하기 시작할 때 나의 엔트로피도 증가한다. 사방팔방으로 증가하다 보니 다소 뚜렷한 방향성이 필요한 시기이다.




방향성도 필요하고, 정리도 해야 하는 것을 아는데 추진이 잘 안 되기도 한다.

내가 나 스스로를 무의식 중에 막고 있다.



이럴 때 나는 코칭을 찾는다.


우선은 셀프코칭을 하며 질문들을 모아 놓고 시간을 내어 나를 탐색한다.



시간을 내서 나의 미래와 목표를 다시 한번 그린다는 일이 사실 예전 같으면 정말 '이럴시간에 빨리 다른 거 하나라도 더하겠다.' 싶었던, 크게 가치를 못 느끼던 일이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나의 목표와 북극성을 재점검하는 일만큼 중요한 일이 없다고 생각이 된다.




나 혼자 밀어붙이기 어려울 땐 코칭을 받는다.


누군가와 대화하면서 머릿속에서 정리해야 할 것들을 정리하고 퍼즐조각을 끼워 맞추는 과정을 진행한다. 이 과정을 통해 나의 중심을 다시 세운다. 중심이 단단하게 서있으면 서있을수록 일상의 사소한 결정까지 아주 쉽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윤집궐중'이란 말이 떠오른다.

진실로 중심을 잡는 것.




스케치를 완성하고 싶다.

좀 더 용기를 내어 지우개로 지워도 보고 윤곽을 더 자세히 잡아 나갈 시기다.



머지않아 붓을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드디어 색채를 입히기 위해 마지막 스케치 작업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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