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뛰는 순간들을 보다 섬세하게 알아차리자
요즘 너무 행복하다. 행복이란 대체 뭘까. 요즘 나는 왜 행복한 걸까?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일까?
너무나도 추상적이지만 흔히 사용하는 이 단어. 행복. 대체 그게 무엇인지 궁금했다.
사람의 마음이 궁금해서 관련 책을 많이 읽었다. 원래도 교육심리학을 전공하긴 했지만 공부를 할 땐 교과서나 논문 말고는 거의 안 읽었다. 학위취득을 위한 공부를 그만두었지만 여전히 너무 알고 싶었다. 사람의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왜 우리는 발전하려고 하는지 궁금했다. 책 속 수많은 세상 사람들의 이야기가 듣고 싶었다. 한 달에 15권 안팎으로 읽었으니 대략 지난 2년간 400권에 달하는 책을 읽은 셈이다.
행복이 무엇일까 논하기엔 아직 터무니없이 지식과 경험이 부족하다. 그 탐구기간도 짧고 들여다본 정보의 깊이도 깊지 않다. 그래도 삶의 경험 속에서 고통스러웠던 과거가 있었고 번뜩이는 생각의 전환으로 하루아침에 고통으로 해방되어 자유를 맛보는 경험도 했다. 그 뒤로는 줄곧 행복과 자유가 어느 정도 연결되어있지 않을까 짐작했다.
시간이 얼마 흐른 뒤 든 생각은 결국 행복에 대해 알려면 각자 행복에 대해 어떻게 정의하는가에서 출발해야 된다는 생각이다. 무엇이든 나만의 의미를 부여하면 나와 대상의 거리가 가까워진다고 생각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아는 선에서 요즘의 나의 행복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이렇게 정리를 해보아야 또 내가 앞으로 행복을 위해 어떤 길로 나아가야 될지 알게 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여태 정의 내린 행복은 두 가지로 묘사될 수 있을 것 같다.
'존재와 존재가 만나 공명하는 순간'
'고요함과 평온함'
이 두 가지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 보기에 앞서 뇌과학 지식에 힘을 빌려 행복을 논해보려고 한다.
행복과 관련된 호르몬은 크게 4가지다. 도파민, 세로토닌, 엔도르핀, 옥시토신. 이 네 가지 호르몬이 분비될 때 우리는 기쁨, 흥분, 만족, 쾌감, 안정감, 감사, 평온함, 희열, 활력, 사랑, 신뢰, 따듯함 등의 다양한 감정을 느낀다. 우리는 이 감정들을 모호하게 ‘행복’이라는 단어로 대체한다. 그리고 각양각색의 행복을 체험하며 같은 느낌을 반복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대체 이 행복감이 어디서 왔는지는 잘 살펴보지 않는 것이다.
먼저 도파민은 뭔가를 성취했을 때 나오는 보상의 호르몬으로, 기쁨과 동기를 준다. 새로운 것을 경험할 때, 먹을 때, 쇼핑할 때, SNS에서 좋아요를 받을 때, 목표를 달성했을 때 등의 행동에 분비된다. 도파민은 빨리 분비되고 빨리 사라진다. 즉각적인 보상반응으로 자극적이고 중독성이 있다. 괜히 도파민 중독이란 말이 나온 게 아니다. 우리에게 반복을 유도한다. 이로 인해 자꾸만 현재보다 조금 더 자극이 되는 경험이나 새로운 경험을 찾게 만든다.
하지만 도파민은 단순히 중독이나 자극에만 관련된 나쁜 호르몬이 아니다. 게임이나 쇼핑처럼 자극적인 활동뿐 아니라, 운동이나 명상 같은 건강한 행동을 할 때도 분비된다. 특히 유산소 운동은 도파민을 안정적으로 증가시키고, 명상은 전두엽의 도파민 회로를 활성화시킨다는 연구도 있다. 즉, 도파민은 잘 쓰면 오히려 삶의 동기를 높여주는 긍정적인 호르몬이기도 하다.
세로토닌은 기분을 안정시키고 마음의 평온을 유지해 주는 호르몬이다. 햇빛, 명상, 감사 표현 등으로 분비된다. 비교적 천천히 분비되고 오래 지속되어 장기적인 행복감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불안과 우울감을 줄이고, 자존감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너무 적으면 우울하거나 무기력해질 수 있고, 너무 많으면 두통이나 근육 경련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그래서 햇빛 쬐기, 운동하기,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등 건강한 습관으로 세로토닌을 적절히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세로토닌은 오래오래 지속되기 때문에 아무래도 많은 현자들이 고요하고 평온한 마음을 통해 행복을 논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엔도르핀은 몸의 자연 진통제이자 기분을 좋게 만드는 호르몬이다. 매운 음식을 먹고 땀을 흘리거나, 좋아하는 초콜릿을 먹을 때도 분비된다. 따뜻한 목욕을 하거나 감동적인 영화를 보며 눈물을 흘릴 때도 엔도르핀이 나와 스트레스가 해소된다. 운동 후 느끼는 상쾌함이나 크게 웃고 난 뒤의 기분 좋은 여운이 바로 엔도르핀의 효과다. 일상 속 즐거움과 회복력에 깊이 연결되어 있고 마찬가지로 행복과 연결되어 있다.
옥시토신은 사랑과 신뢰를 느낄 때 분비되는 유대의 호르몬으로, 포옹이나 대화, 반려동물과의 교감 등에서 나온다. 빠르게 분비되지만 몇 시간 이상 지속되며, 관계에서 오는 따뜻함과 안정감을 준다. 꾸준한 사회적 교류를 통해 옥시토신을 늘리면 외로움이나 불안이 줄어들고 삶이 더 행복해진다. 많은 사람들이 진정한 행복을 느끼려면 사람과의 연결을 의식적으로 만들고 유지하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도파민, 세로토닌, 엔도르핀, 옥시토신. 어찌 되었든 수많은 행동들이 이 네 가지 호르몬과 연결되어 있고 그 호르몬 분비가 우리에게 감정을 촉발한다. 우리는 촉발된 감정을 통해 '행복'이라는 단어로 각자만의 스토리를 만든다. 결국 '행복'에는 정답이 없다. 각자가 느끼는 행복에 대한 정의를 통해 그것을 일상에서 적절히 잘 배치하여 사용하면 될 뿐이다.
행복이 무엇인지 알아내고 찾는 일보다 누군가가 정의 내리는 행복과 나의 행복이 얼마나 일치하는지 그 안에서 연대감을 느끼고 공감하고 사랑하는 일이 내겐 더 재밌다. 아 결국 옥시토신인 것인가! 사람을 한 가지 유형으로 정의할 수 없듯 한 가지의 정의 혹은 호르몬으로 나의 행복감에 대한 모든 설명을 할 수도 없다.
상황마다 시기마다 내가 느끼는 행복의 원천과 유형이 다를 뿐이다.
그러니 나는 이로써 오늘은 행복을 더 정의하려고 애쓰지 않아 본다. 그저 요즘 내가 느끼는 무한한 행복함의 원인을 '일, ' '운동, ' '관계, ' '자연환경' 등으로부터 하나씩 살펴보고 당분간의 삶에서 앞으로 어떠한 루틴을 만들어 나갈지 정하면 되겠다. 그럼 '일'부터 들여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