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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renity Jelly Feb 16. 2022

내가 가장 이해해 주어야 할 사람

‘우리’ 엄마


“나는 엄마를 너무도 사랑하지만, 제발 나랑은 상관없이 혼자 알아서 행복해 줬으면 좋겠으니까. 나는 엄마가 아주 많이 불편하다.”

“바다 같은 엄마가 끝까지 투사처럼 버텨내지 못하고 참으로 미덥지 않은 자식 앞에서 아이처럼 무너져 내렸다.”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 中     



성장을 하고 결혼을 하여, 엄마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엄마를 이해하려는 노력보다는 주로 다툼과 불만을 쏟아붓던 철부지 딸. 엄마가 나에게 하는 잔소리와 일상을 묻는 일들이 불편해지는 일도 많았다. 그런 내가 ‘디어 마이 프렌즈’를 본 이후에 엄마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돌아보는 일들이 생겼다. 그중 엄마의 습관과도 같은 ‘공통점 찾기’가 시작점이었다.   


“너도 스콘이 맛있어? 엄마도 스콘이 너무 맛있더라~”

“너도 식빵에 잼을 그렇게 얇게 발라 먹어? 엄마 도야.”

“글쎄, 외할머니한테 식빵 사 드렸는데 테두리를 다 떼고 드시는 거야. 엄마도 몰랐었는데 나랑 너랑 외할머니 우 리셋이 똑같은 거 있지?”


그런 엄마의 말들에 무미건조하게 “그러네~”라고 대답할 뿐 큰 반응을 하지 않은 나였다. 오히려 기분이 안 좋은 날은 괜스레 엄마에게 짜증 섞인 대답을 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습관적으로 계속해서 공통점을 찾는 엄마의 모습이 의아했다. 왜 그렇게 엄마는 공통점에 집착을 하기 시작한 걸까?


한 번은 할머니에게 작은 선물을 하기 위해 스카프를 고르러 갔다.

할머니가 좋아하는 푸른색 보라색 계열의 컬러를 열심히 보다가 우연히 초록빛의 예쁜 컬러 스카프를 발견했다. 갑자기 고민이 되기 시작한 나는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난데- 할머니 스카프 사러 왔어. 근데 초록빛에 엄청 예쁜 걸 발견했는데.. 이건 할머니도 좋아할 것 같은데.. 매일 같은 것만 하면 별로 재미없잖아?”

엄마는 그런 나에게 사진을 보내 보라고 했다.  

사진을 확인 한 엄마는 나에게

“우리들은 그런 거 별로 안 좋아해.”

라고 대답을 했다.


우리들. 할머니와 엄마를 묶어서 표현한 것이다.

그리고 엄마는 할머니와 본인의 취향이 같다는 것을 포함시켜 묶은 그 말이었다.

순간 짜증이 났다. 별거 아닌 그 우리들이라는 말에

‘또 공통점 찾기를 하는구나. 이 사소한 것에서도…’

이런 생각이 드니까 순간 엄마에게 하는 나의 말투는 투명스러워졌다.

그냥 넘어가도 될 상황이었는데, 나는 엄마에게 쏘아붙였다.


“엄마랑 할머니가 항상 같은 건 아니잖아. 내가 볼 땐 엄마랑 다르게 생각하는 것도 많아. 왜 맨날 할머니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계속 공통점만 찾고, 우리들이라고 묶어서 생각하고 표현하는 거야?”

순간 엄마의 침묵에 ‘아차‘ 싶었다.

“… 그러네. 그럴 수 있지. 할머니한테 나중에 물어볼게. 근데 할머니는 아마 보랏빛을 더 좋아하실 거야. 네 말대로 초록빛도 너무 예쁘긴 하더라.”


정말 내가 바보 같았던 순간이다.

모두에게 취향이란 게 있는데, 그냥 아무렇지 않게 넘길 수 있는 부분이었는데.

왜 엄마의 '우리들'이라는 그 말에 순간 쏘아붙여 버린 걸까.

엄마와의 통화를 마치고, 할머니가 원하시던 색의 스카프를 사서 집으로 돌아갔다.  


늦은 밤, 혼자서 계속 생각을 했다.

어느 날부터 시작된 엄마의 공통점 찾기와 ‘우리들’이라고 묶어 그 안에 속하고 싶어 하던 엄마를 말이다. 특히나 나와 외할머니에게서 말이다.


사실 딸자식 관계이니 닮을 수밖에 없는 건데, 철없는 반항심에 당연하고 뻔한 것도 예민하게 받아들였다. 엄마가 언제부터 공통점 찾기를 하며 즐거워했는지 생각조차 나지 않았다. 내 삶은 오로지 ‘나‘에게만 포커스가 맞춰져서 ‘엄마’를 돌아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다른 사람을 ‘이해‘해야 한다고 항상 입버릇처럼 말하던 나는 정작 내가 이해해야 할 사람인 ‘엄마’는제외 시켜 두고 있었던 것 같다. 엄마의 그런 모습을 그냥 흘러가는 무미건조한 대화로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던 내가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키우며 지내던 어느 날.

함께 저녁식사를 하는 중에, 큰아이와 작은 아이가 앞다투어 나와의 공통점을 찾기 시작했다.  

“엄마! 나 돈가스 너무 좋아!! 엄마도 나처럼 어릴 때 돈가스 좋아했어?”

“엄마랑 나랑 똑같이 피부 하얘! 엄마랑 나랑 쌍둥이 같아~!”

“엄마도 나처럼 그림 그리기 좋아했어?”

“엄마! 나 꽃 좋은데~ 엄마도 꽃 좋아하지~~ 우리는 똑같다 그렇지?”

아이들은 쉴 새 없이 나와 본인들의 공통점을 찾으며 ‘우리는 똑같다.‘ ‘나랑만 똑같다’를 반복하며 저녁시간을 보냈다.  

나는 아이들에게 호응을 하며 적극적으로 대답했다.

“엄마도 좋아했어!”

“우와~ 우리 닮은 점 진짜 많다~ 그렇지?”

“엄마가 낳았으니 우리가 닮는 게 당연하지!”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순간 엄마가 떠올랐고, 아이들에게 물었다.

“우리 아가들은 엄마랑 닮은 모습 찾는 게 그렇게 좋아?”라고 묻는 나의 질문에

아이들은 이렇게 대답했다.

“응! 우리는 엄마 사랑하니까 엄마가 좋아하는 거 같이 좋아하고 싶어!”

“맞아~ 그리고 엄마가 어릴 때 좋아했던 것, 우리가 좋아하는 것도 좋아! 우리랑 엄마랑 똑같은 거잖아~”

“우리는 엄마랑 똑같은 점 찾으면 기분 좋아! 엄마 사랑해서 엄마랑 우리랑 같은 점 찾으면 좋아!”  

엄마 마음속의 작은 아이가 나에게 말하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 순간 울컥했다.  

‘디어 마이 프렌즈’의 엄마들만큼의 나이는 아니지만, 어느새 주름이 많아진 엄마의 손과 얼굴을 떠올리고 나니, 큰 후회가 밀려왔다.

엄마에게 조금 더 따뜻하게 이야기해 줄걸 그랬다.

엄마 마음속의 작은 아이는 ‘우리‘의 공통점을 통해 위안받았고, ‘우리’에게 엄마 나름의 사랑을 표현했던 것 같다. 다 커버린 나를 보니 외롭고 그리웠었나 보다. 할머니의 어린 딸로 돌아가고 싶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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