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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renity Jelly Feb 19. 2022

행운

소소한 행운 나누기




Luck favors the prepared.

행운은 준비된 사람을 더 좋아해


인크레더블 中





그런 날이 있다. 이유 없이 작은 행운이 나에게 도착하는 그런 날.

그날이 그런 날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아이들을 보내고 나갈 준비를 마쳤다. 선물할 일이 생겨 선물을 사러 백화점에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먹던 내과 약이 떨어져서 내과에 갔다가 백화점으로 향할 생각을 하니 시간이 조금 촉박했다.

모든 일을 아이들이 오기 전에 끝마쳐야 하기 때문이었다.

동네에서 유명한 내과인지라 사람이 많을 것을 생각하며, 제발 대기가 길지 않기를 손 모아 바라며 병원으로 먼저 향했다.

혼자 머릿속으로 시간 계산을 하며 도착한 병원에는 무슨 일인지 대기자가 한 명도 없었다. 나도 모르게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진료를 마친 후 바로 약을 타서 나온 나는 택시를 잡을 생각에 또 한 번 아득해졌다.

요즘따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휴대폰을 이용하여 택시를 잡는 지라, 길에서 잡기가 좀처럼 쉽지 않았던 경험이 여러 번 있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날은 정말 어마 무시하게 추운 날이었다. 걱정을 하며 최대한 큰 길가로 나가자마자 눈앞에 빈 택시가 보였다.

‘이게 무슨 일이지?’라는 생각과 함께 또 한 번 미소가 번져 나왔다. 그 길로 택시를 타고 백화점으로 향했다.

백화점으로 가는 동안 신기하게도 신호마저 잘 걸리지 않아 평소보다 빠르게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런데 택시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결제 기계에 아무리 카드를 대어 보아도 결제가 되지 않는 것이었다.

내가 카드가 읽히지 않는 것인지 아저씨에게 묻자 아저씨께서 당황하시면서, “이게 오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는데… 기계가 고장 난 것 같아요..” 라며 고장 난 기계를 붙잡고 씨름을 하셨다.

그러더니 아저씨께서는 “손님, 아무래도 요금은 못 받을 것 같으니 그냥 내리세요. 괜찮아요~ 기계가 고장 난 걸…“이라고 말씀하셨다.

카드를 돌려주시는 아저씨의 표정과 말에 그래도 되느냐는 말을 여러 번 물었고, 결국 차에서 내렸다.

백화점으로 발길을 옮기려는데 차마 발이 떨어지질 않았다. 뒤를 돌아보니 아저씨가 차를 그 자리에 세워두시고는 출발하지 않고 계셨다.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오늘 작은 행운들이 나에게 찾아와 계속 좋은 일이 생겼는데, 아저씨에게도 그 행운을 나눠 드리자.’라는 생각 그리고 ‘현금은 없지만 계좌이체는 되지 않을까? 내가 안내면 아저씨가 물어야 할 수도 있어.’라는 생각 말이다.

그래서 그 길로 뒤돌아 다시 택시로 향했다. 아저씨는 마침 회사와 통화를 하고 계셨고, 내가 돌아오자 당황하셨다.

“아저씨, 제가 현금은 없지만 계좌이체는 해드릴 수 있어요. 계좌로 보낼 수 있는 방법은 없나요?”

아저씨는 당황하시더니 이내 빙그레 웃으시면서 나에게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그러더니 회사 측에 상황을 설명하고, 회사 측에서도 알겠다며 문자로 계좌 번호를 보내주었다.

아저씨는 웃으시면서 “기계 잘못이라 그냥 내려서 가도 되는데…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라고 얘기하셨다.

 나는 괜찮다며 아저씨에게 오늘 즐겁고 건강한 하루 보내시라고 이야기하고는 백화점으로 들어갔다.

백화점에 들어가서 선물을 고르는 내내 뭔가 기분이 좋았다.

나에게 찾아온 소소한 행운들을 다른 사람과 함께 나눌 수 있었다고 생각하니 잠들기 전까지도 기분 좋게 누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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