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름보다 겨울이 좋다.
겨울이 좋은 이유 중 하나는 니트를 마음껏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목폴라, 니트 가디건, 니트 스커트....
포근포근하고 따뜻한 그 촉감은 겨울에 누릴 수 있는 작은 특권 같다.
하지만 겨울에 진저리 쳐지게 싫은 게 하나 있다.
바로 정전기이다.
니트를 입으면 피할 수 없는,
부드러운 질감과 정반대인 짜릿한 정전기.
잠깐 따끔한 정도면 웃어넘길 수 있지만
심하면 불꽃이 튀고 전자기기를 손상시키거나 화재까지 일으킬 수 있다.
'탁'하고 정전기 튀는 소리 한 번으로 usb가 수명을 다했을 때는 허망하기 그지없었다.
주유소에 붙어있는 정전기 화재 위험 주의 표지는 가끔 섬뜩하게 느껴지기도 하다.
정전기가 싫은 이유는 여러 가지다.
일단, 아프다.
그리고 갑자기 생겨 깜짝 놀란다.
강도를 예측할 수 없고,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사람 사이에도 정전기가 생길 때가 있다.
평소 포근하던 관계에서도 어느 날 갑자기 예상치 못한 따끔함이 느껴질 때가 있다.
순간의 따끔함으로 끝날 수도 있지만,
때로는 스파크 한두 번이 관계를 금 가게 하는 계기가 되어버리기도 한다.
나는 겨울만 되면 세탁할 때 섬유유연제를 더 넣고, 핸드크림을 수시로 바른다. 쇠로 된 물건을 만질 때는 옷소매를 끌어내려 조심히 만진다.
인간관계도 비슷하지 않을까.
따뜻한 관계일수록
예상치 못한 정전기가 관계를 고장 내지 않게
조심스럽고 세심하게 다뤄야 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