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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을 지키기 위하여

by 세렌 Mar 0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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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세상을 떠난 한 젊은 방송인의 이야기를 보았다.

그는 세 번의 ‘실패’ 끝에 결국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

얼마나 힘들었기에, 누군가 붙잡았어도 몇 번을 다시 그 길을 선택했을까.


고인은 꿈꾸던 직장에 들어갔을 것이다.

주변에선 다들 TV에 나온다고, 그 직업으로는 최고로 좋은 직장에 들어갔다고 추켜세워줬을 것이다.

어린 나이에 성공했다고, 부럽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내부는 다른 문제다. 이상과 달랐던 현실 앞에서, 그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누군가에게 말했어도 그만한 직장 없으니 버티라는 얘기가 전부이지 않았을까. 특히나 20대 후반의 치열한 취업 준비생 사이에서는 더욱.



기사에서 그의 어머니를 접하고, 오전부터 마음이 미어졌다.


홀로 딸을 애지중지 키워오신 어머니.

아이가 태어나, 걸음마를 떼고, 어린이집을 가고, 사춘기를 지나
자신이 꿈꾸던 직장에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셨을 어머니.


딸이 성인이 되어 스스로의 길을 찾아가는 순간들을 얼마나 가슴 벅차게 바라보셨을까.
그 모든 순간을 버티고, 지켜보고, 함께 해오셨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야,
이제야 딸이 인생 최고의 순간을 맞이해야 할 때,
딸이 세상을 떠났다.


자격이 있는 사람이었다.
행복할 자격, 꿈꿀 자격, 살아갈 자격이 충분했던 사람.

하지만 세상은 그녀를 지켜주지 못했다.


어릴 적 태어나 웃던 모습, 울던 모습,
그 모든 순간들을 품고 있는 어머니의 가슴이 얼마나 아플지,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지방에 계셨다는 어머니는 지금도 속으로 수없이 말씀하고 계실 것이다.

"그렇게 괴로웠으면, 엄마한테 더 말하지…
죽기 전에, 더 상의하지…
얼른 그만두라고 했을 텐데…
그 직장만이 전부가 아니라고 했을 텐데…
아무 일 하지 않아도 괜찮으니 제발 살아만 달라고 했을 텐데…"


우리는 직장을 겉모습으로 선택하게 된다.

그 회사의 비춰지는 모습, 연봉, 복지 조건, 앞으로의 비전 등.


하지만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은 알지 못하고, 선택할 수 없다.

그 안에서 어떤 일을 겪을지도.

그리고 한 번 그곳에 들어서면 얼마나 나오기 어려울 지도.


그렇다면,

우리는 그 악의 소굴로부터 아이를 생존시키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이건 응급상황이다.
사회의 응급상황이다.

고인의 마음속을 지배한 것은,
"이보다 나은 직장은 없을 거야."
"내가 원하는 일을 하지 못할 수도 있어."
"어디를 가든 결국 똑같을 거야."

"엄마를 실망시킬 수 없어."
라는 절망이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래서, 더 나은 미래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좋은 직장'을 그만둬도 패배자가 아니라고.
'좋은 직장'이 아니어도 괜찮다고.
버티지 말라고.

그곳만이 네가 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아니라고.
수만 번이라도 말해줄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너 거기 들어가서 좋겠다."
"이제 걱정할 거 없겠네."

이런 말 대신,


"조직이 대단한 게 아니라, 네가 대단한 거야."
"넌 어디서든 빛날 수 있어."
"절대 부족하지 않아. 너무 잘해냈어."
"버티느라 너무 고생했어."


아울러

이제는 편히 쉬라고.

이제는 고인이 된 그녀에게,
그렇게 말해주고 싶다.



추신

이 문제는 직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어쩌면 학창 시절부터 시작된 문제일지도 모른다.
더 어린 시절부터, 남을 괴롭히는 악마 같은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다.

세상은 그런 사람들이 꽤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가 가르쳐야 한다.


우리는, 힘겹게 길러 온

딸과 아들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꽃이 피기까지 견뎌낸 시간은, 피어난 순간보다 훨씬 길다."

 – 류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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