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영어유치원
요즘 주변에서 다들 영어유치원 이야기 열풍이다.
당장 내년부터 유치원에 입학할 수 있는 5세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영어학원의 유치부를 일컫는 '영유'도 이때부터 입학이 가능하다.
첫해에 못 들어가면 나중에는 입학이 더 어렵기 때문에, 지금 알아봐야 한다고들 얘기한다.
보내본 육아 선배들의 반응은 각각으로 갈렸다. 극추천과, 극반대.
"지금 안 보내면 처져. 초등학교 가서도 영유 인맥으로 친구가 쭉 간다니까!"라는 쪽과,
"우리 애는 나중에 영유 선생님 길에서 만나니 도망가더라. 성향 안 맞으면 안 가는 게 나아."라며 말리는 쪽.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후회론자들도 꽤 많다.
"나는 애 둘 아니었으면, 무조건 영유 보냈을 거야. 맞벌이에 외동이면 무조건 보내.
두고 두고 후회되더라."
가보지 않은 미래지만,
각자의 입장에서 모두 일리가 있는 것 같다.
사실 심각하게 조언을 구하는 것은 아니다.
의견들이 흥미로워서 들어보는 것에 가깝다.
'4세 고시'에. 이를 위한 과외에, 진급을 위한 과외까지.
요즘 한국은 끝도 없는 사교육 지옥이라는 것을
주변에서 듣고, 신문에서도 접하지만
그냥 웃어 넘기는 편이다.
내 나름의 가치와 결론이 확고한 편이어서다.
나의 질문은 단순하다.
그래서, 보내면 아이가 행복해지는가?
확실한가?
곰곰히 생각해봐도 영어수재=행복까지는 연결이 안 된다.
학창시절부터 나는 영어 점수가 잘 나오는 편이었다.
지금도 여행을 가서 현지인과 즐겁게 대화 정도 나눌 수 있다.
-그래서 내가 행복한가?
주변에 어릴 적 영미권으로 떠난 유학생들이 많다. 원어민 저리가라다.
-그래서 그들이 행복한가?
엄마나 아빠가 해외국적자라 자연스레 이중언어사용자(Bilingual)인 친구들이 있다.
-그래서, 그들이 행복한가?
영어가 자신감을 줄 수 있다는 인과관계는 얼추 맞는 것 같지만
그 이상의 의미는 찾지 못했다는 것이 나의 결론이다.
특히나 지금같이 영어를 잘 하는 이들이 너무나 많고,
한국의 글로벌 경쟁력이 최고 수준인 경우에는 더더욱 말이다.
그래서 나는, 아이의 영어사교육에는 좀 관심을 덜 갖기로 했다.
대신, '나의 영어공부'에 더욱 투자하는 방향으로 돌렸다.
영어공부를 좋아하고,
해외 출장 및 세계 여행을 즐기는 데다,
더 큰 무대에서 다양한 사람들과의 소통을 원하는 나는,
확실히 영어를 더 잘 하면 행복해질 것이다.
나는 나에게 몇 십 년간 관심을 가져왔기 때문에, 거의 확신에 가깝다.
영어는 내게 투자하는 루틴 중 하나다.
소액이지만 매일 어플로 영어공부를 하고, 1:1 튜터와 함께 토킹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돈을 모아서, 나와 아이가 해외에서 직접 영어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만들 생각이다.
엄마인 내가 즐겁게 공부하는 것을 보면서,
아이가 영어를 "꼭 잘 해야 하는 어려운 숙제"가 아닌
"사람들과 소통하는 재미있는 수단"이라고 느꼈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래도 영어가 싫다면?
...
당연히 아이가 즐겁게 세상과 소통할 다른 수단을 찾을 수 있도록
아낌 없이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해줄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