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언어, 하루에 한 문장씩 배우기
엄마 언어, 하루에 한 문장씩 배우기
우리 엄마는 의, 식, 주 모든 면에서 최고의 엄마였다.
늘 좋은 옷을 입혀 "예쁜 옷을 잘 입는다"는 말을 듣게 하셨고,
비싸더라도 신선한 식재료로 영양가를 챙기셨다.
집 역시 우리 형편에서 최고의 환경에서 자라도록 최선을 다하셨다.
또 비상상황에 신속히 대처하고, 아프기라도 하면 바로 병원에 가며 나를 지켜주셨다.
감사한 일이다. 행운이었다.
하지만 내가 원했던 것은 조금 다른 종류의 것이었다.
나는 마음이 중요한 사람이고, 그것에 대한 따뜻한 대화를 늘 갈구했던 것 같다.
엄마는 내 감정을 대체로 공감하지 못했다.
몸의 안위와 건강은 지켜도, 내 마음은 늘 경시됐다.
어렵게 마음을 꺼내면
"넌 너무 예민해. 그렇게 살면 피곤해."
"그 정도로 뭘 그래."
"네가 무슨 걱정이 있어. 공부만 하면 되는데."
"넌 이 정도면 행복한 거야."
"나 학창시절에는 고민이 하나도 없었는데... 넌 왜 그러니? 이상하네."
"~에 비하면 넌 이것도 있고, 저것도 있는데 왜 불행해 해?"
나중에 들어보니, 엄마는 내가 부정적인 감정을 말하는 것만으로도 견디기 힘드셨다고 한다.
내가 늘 '정육각형'의 상태로 있길 바랐고, 그게 아니면 불안해졌다고.
회피하거나 부정하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었다. 위로라는 건 비교와 우월감, 그 정도였다.
이제 엄마가 되어 생각해보면, 엄마는 아이에게 말하는 데 성숙하지 못하셨던 것 같다.
아이의 눈높이에서 해야 할 말,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구분하지 못하셨다.
후일 담당 상담사 선생님 말씀으로는 엄마와 딸의 역할이 뒤바뀌어있다고 했다.
실제로 나는 엄마의 감정을 위로하기에 바빴지만, 정작 내 감정은 위로받지 못했다.
오늘 어땠어?
그렇게 느꼈어? 정말 그랬겠다.
엄마도 그럴 때 있었어.
오늘 힘든 하루였겠네, 한 번 안아줘야지.
이런 말들을 듣지 못해, 마음에 구멍이 뚫렸다.
내 아이에게는 그런 마음을 물려주고 싶지 않았다.
돈 많고 박식한 엄마는 못 돼도
마음을 읽어주면서도, 확고한 기준이 있는 어른이자 엄마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임신하고 얼마되지 않아, 이 책을 구입했다.
오은영 선생님의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
이 책의 내용은 참 친절하다.
다양한 육아상황에서 부모가 할 수 있는 따뜻하고 단호한 말들을 읊어준다.
큰 글씨로 '따라 읽으세요'라고도 적혀 있다.
신생아 시기를 지나, 아이가 발화를 시작했을 때
나는 이 책을 매일 읽기 시작했다.
아침마다 한 장씩, 영어 공부하듯 읽고 따라한다.
속도는 느리고, 지금도 여러 번 읽고 있다.
공감되는 부분은 한 번 더 읽기도 하고
별표치며 복습도 하고, 적어보기도 해서 그렇다.
입에 잘 붙지는 않지만, 여러 번 하면 나도 오은영 선생님의 다정함을 반 정도는 따라갈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매일 루틴으로 활용 중이다.
외워서 반복하니, 다른 언어 학습처럼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주변에서 "아이에게 말을 예쁘게 잘 한다"는 피드백을 듣게 됐고, 누군가는 "어린이집 선생님이냐"고 물어보시기도 했다. 매일 밤 잠들기 전이나 책을 읽어줄 때도 내 말투가 확실히 상냥해진 것을 느낀다.
"집단 안에는 너랑 안 맞고 좋지 않은 사람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해.
그러나 어떤 상황에서도 너는 괜찮은 사람이야.
그 사람의 기준에 너무 좌우되진 마라." (책 내용 중)
"옳고 그름이 있는 거야.
많은 사람이 한다고 해서 늘 옳은 것은 아니란다.
이건 안 되는 거야."(책 내용 중)
또 하나, 읽으면서
생각지 못한 효과도 있었는데, 그건 어릴 적 위로와 공감을 받지 못했던 나에 대한 위로다.
바로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을 나에게 해주며 '자가치유'해주는 것이다.
역시 오은영 선생님은 '어른이 된 아이'도 놓치지 않으신다.
소리 내어 읽어보세요.
"오늘 많이 힘들었지?
하지만 나름 최선을 다했어. 참 잘했어."
잠들기 전, 당신 자신에게 이 말을 꼭 들려주세요.
오늘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책 내용 중)
부족하겠지만, 덜 부족해지기 위해 오늘도 나는 '엄마 언어'를 연습 중이다.
아이를 위해 그리고 나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