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도 이제 노벨상을 수상하는 시대가 찾아왔다. 초등학생 어린아이가 장래희망을 적는 칸에 과학자가 되어서 최초로 노벨상을 받으면 좋겠다고 적어냈다. 그런 포부가 있던 시절도 있었다. 그 아이는 정말 그걸 이룰 것이라고 생각하며 눈동자가 하루라도 더 반짝일 수 있도록 수많은 밤을 보냈다.
그리고 10년이 흐르는 동안 떠올릴 추억이 많은, 별같은 순간들을 보냈다. 원하는 학교에 진학을 하고, 사람들이 내게 환호하는 순간들을 느끼기도 하고, 사랑을 하기도 했다. 그 때의 기억들을 이따금씩 꺼내보면서 ‘아, 그 때 정말 재밌었어’ 하던 시간들이었다. 그 시간들을 이제 평생 만날 일이 없을 사람 역시 어디선가 꺼내는 때가 있지 않을까. 조금은 슬프면서도 사람들은 어떻게든 이어져있다는 생각도 든다. 알게 모르게 서로에게 살아갈 이유가 되어주는 것이다. 한번 이야기를 나눠보지 않은 누군가의 뮤즈가 되어주어서 반짝이는 지옥을 해치우는 하얀 구름과도 같다.
그러면서 10년이 또 흐르면서 지금까지 다다랐다. 즐겨듣던 라디오에서 신뢰는 가을 비에 젖은 낙엽과 같다고 한다. 비가 되어주는 존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10년의 약속이라고 한다면 비가 되고 싶다. 노래 가사처럼 어릴 적 다짐 속에 그 날에 누구보다 자랑스런 모습이 그 모습일 것 같아서. 우산이 증폭시켜주는 비트에 맞춰 일상을 함께 연주하고자 한다. 때로는 슬픈 비트에, 때로는 엇박이 휘몰아치는 비트에서 불안하고 치열하게 아와 비아의 투쟁을 할 것이다. 그렇게 매일 생일이 다가오는 나날을 살아갈 것이다.
10년이 흐른 모습을 그려보는 것이 재미있다. 지금의 나의 모습은 이전에 그려왔던 것과는 아주 다른 모습이라 터무니없는 상상이겠지만, 의미없어도 괜찮다. 매번 다른 모습을 그리는 것이 재미있다. 사회적으로 성공을 하고 정착을 해야할 것 같은 시기에 정말 그렇게 되어 있을까. 아와 비아의 투쟁 속에서 나는 시대의 것이 아닌 당신의 것이 되어 있을까. 여전히 푸른 하늘을 보며 눈물을 흘릴 수 있을까. 삼구 삼진도, 맞춰잡는 것도 모두 같은 1아웃이라는 걸 깨달았기에 항상 좋은 것만 있지는 않을 거다. 그럼에도 좋아하는 것을 잊지 않고 기어이 지켜낼 그 포부가 어둠 속에서는 더 빛날테니. 소중한 것을 하늘 위에 한 방울, 한 방울. 10년의 약속을 함께 늘려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