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사파 -> 하노이 Day 9
사파 트레킹 마지막 날이다. 아침부터 아기 우는소리며 아줌마들 이야기하는 소리가 시끄러웠다. 하롱베이와 마찬가지로 1박 2일은 너무 짧고 3박 4일은 너무 지겹고 2박 3일이 딱이다. 오늘은 오전 트레킹 후 점심 식사하는 곳에서 다시 사파 시티로 버스를 타고 간다. 이제는 눈에 익숙해진 논 풍경과 물소들을 감상하며 지팡이에 의지한체 걸었다. 깊숙이 들어와서인지 길을 걷는 관광객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곳곳에 흙으로 둔덕을 쌓거나 대나무를 눕혀서 물길을 만들어 놓았다. 다행히도 물은 늘 위에서 아래로 흐르기 때문에 비가 오면 제일 윗 봉우리의 벼부터 촉촉이 젖고 빗물이 흘러흘러 아랫부분 벼들도 적셔 준다. 작년 지하철 공사판에서 일할 때는 가장 아랫부분을 귀신같이 찾아 흐르는 물이 참 원망스러웠다. 지하철 현장에서 약 30m 굴착이 진행 중이었는데 비만 왔다 하면 잠겨서 펌프를 크레인으로 이리저리 옮겨서 물을 빼는 것이 현장기사들의 업무 중 하나였다. 우기에는 정말 지옥 같았었지. 인간이 자연을 거스르려 하면 그렇게 개고생을 하는 거다. 거스르려 하지 말고 도움을 받으며 살아야지. 사파의 사람들이 사는 모습이 딱 그랬는데 슬프게도 곳곳에 중국 자본이 들어와 도로를 깔거나 호텔을 짓는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트레킹을 끝내고 사파 시티로 돌아왔다. 란과 작별 인사를 하고 다시 짐을 쌌다. 사파 트레킹 할 때 나는 작은 배낭, 단은 큰 배낭을 멨는데 5, 6kg정도 되는 것 같았다. 이 정도 무게도 3일 동안 걸으니 어깨가 결렸다. 12kg을 메고 산티아고를 걸을 생각을 하니.. 호치민에 있는 단의 할머니 집에 가면 최대한 짐을 더 줄여야겠다. 짐을 싸고 샤워를 멀끔히 하고도 버스 시간까지 2시간이 남았다. 오늘 저녁에도 야간 침대 기차를 탈 계획이라 가기 전에 피로를 푸는 것이 좋겠다 싶어 마사지를 받으러 갔다. 사파는 고산지대라 물품을 공수하기가 어려워서 그런지 식당이나 생필품 가격은 다른 곳 보다 비쌌지만 사람이 하는 서비스는 비교적 싸다. 30분에 5천 원을 주고 단과 발 마사지를 받았다. 마사지 샵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10대 여자아이들이었다. 노곤하게 발 마사지를 받고 있을 때 갑자기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것처럼 비가 쏟아졌다. 산을 깎아 만든 도시라 대부분 비탈진 언덕길인데 온갖 채소며 물품들이 떠내려가기 시작했다. 심지어 오토바이도 물살에 못 이겨 넘어지고 가게 안에 있는 사람들이 문쪽으로 나와 사진을 찍었다. 나도 찰칵!
비가 쉽게 그칠 기미가 없어 내친김에 마사지 한 번 더.
하노이로 돌아가는 침대 칸은 독일인 대학생 커플과 함께 썼다. 나는 여행하며 만난 여러 친구들 중에 특히 독일인을 좋아한다.
3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맥주를 좋아한다. 내가 워낙 술을 좋아하니까.
둘째, 영어 네이티브가 아니다. 네이티브 영어를 쓰는 사람들을 만나면 다 알아듣기 힘들고 긴장을 하게 되는데 독일인 영어는 알아듣기 좋다. 독일어 발음 덕분인지 발음도 정직한 것 같고.
셋째, 효율적이고 진지하다. 시간 약속 잘 지키고 어떤 대화도 할 수 있다. 단지 박장대소할 일은 없지만.
어쨌든 독일인 캐빈메이트와 잠시 대화를 나누고 lummy 게임을 하다가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