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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rim Park Aug 06. 2016

#12. Backpack Honeymoon

베트남 호이안 Day 12

호이안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 두 가지는 cao lau와 white rose이다. 어제 cao lau를 먹었으니 오늘 아침은 white rose hoian에서 white rose를 먹어보기로 했다. 베트남에 있는 내내 화장실을 하루에도 3번씩 가더니 오늘 아침에는 특히 심해서 6시에 일어나 첫 번째 일(?)을 마쳤다. 어제 못 쓴 일기를 쓰며 단이 일어나기를 기다리다가 8시에 아침 먹으러 출발!

white rose는 이름 그대로 하얀 장미처럼 생긴, 새우를 넣은 딤섬으로 쌀가루와 타피오카 가루를 넣은 반죽을 얇게 펴 쪄내면 완성이다. 야들야들하니 보기도 예쁘고 맛도 좋았다. 그리고 fried wanton. 개인적으로 이게 더 좋았다. wonton 도우를 튀겨서 그 위에 토마소스랑 각종 토핑을 올린 베트남식 피자. 베트남에서 쌀국수에 질려가던 차에 호이안에서 포식하구나 :)


숙소에 돌아가서 수영을 한 후에 낮잠을 잤다. 곧 우리의 본격적인 유럽 거지 여행이 시작되기 때문에 베트남에서는 몸 편히 맘껏 즐길 생각이다. 오토바이를 타고 드라이빙을 하며 단이랑 같이 소리를 맘껏 (하지만 작게) 질렀다. 한국 사람들 들 봐...

"단 사랑한데이! 단 바보!"

저녁에 갔던 구시가지의 낮 모습이 궁금해서 다시 들렸는데 날씨가 너무 더워 땀을 흘리는 게 아니라 내가 녹아내리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도 이곳에서 먹고 자고만 할 수는 없으니.. 입고 있는 셔츠를 둘둘 말아 탱크탑으로 만들고 힘차게 걸어 다녔다.

호이안이 유명한 또 다른 이유는 맞춤옷이다. 구시가지 곳곳에 양장점이나 실크 옷을 파는 곳을 볼 수 있었다. 단 말로는 호이안에 옷을 맞추기 위한 목적으로만 오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그럴 법도 한 것이 우리가 들어가 본 가게의 옷들 모두 고급스럽고 아름다웠다. 어떤 사진이든 가져오면 24시간 안에 똑같이 만들어준단다. 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팔고 있는 가죽 신발이나 가죽 가방들도 예뻤다. 나중에 돈 많이 벌면 우리도 쇼핑하러 오자고 땀 뻘뻘 흘리며 단과 약속했다. 우리 둘 다 유니클로에서 옷 살 때도 심호흡하는 주제에 과연 그런 날이 올까나?


다시 부릉부릉 오토바이. 단이 몇 번이나 운전하지 않겠냐고 권하지만.

제가 죽고 싶어질 때  그 운전대 잡겠습니다. 아직은 신혼이고 오래오래 살고 싶어요.

나는 2종 운전면허를 몇 년 전 면허를 따는 것이 한국 역사상 가장 쉬울 때 땄다. 운전대만 잡으면 부들부들 떨고, 누가 나를 추월하는 것이 좋으며, 신호 받는 것을 즐기는 드라이버가 되었다.

태국에서 오토바이가 없으니 너무 불편했다. 밤을 새운 고민 끝에 스쿠터 빌려주는 아줌마한테 타본 적 있다며 사기를 치고 빌렸다. 놀러 가서 놈의 스쿠터 때문에 입시하는 만큼 스트레스를 받았다. 운동신경도 괜찮은 편이고 자전거 타는 걸 부척 좋아한다. 운전을 못하는 건 아닌데 그냥 기계를 탄다는 것이 내가 못 미덥다. 주변 모든 사람들이 잠재적 범죄자같이 느껴진다. 우리 엄마만큼만 운할 수 있으면 소원이 없겠네.


어쨌든 쭉쭉 달리다가 단이 트립어드바이져에서 봤다던 마사지 샵에 멈춰 섰다. 처음에는 그냥 가격을 살볼 요량으로 들어갔는데 너무 잘 꾸며져 있고 직원들도 친절해서 얼떨결에 어떤 마사지를 받을지 고르고 있었다.

내 인생 마사지..

ginger spa에는 특별한 마사지가 있었는데 우리말로 하면 음양 마사지다. 남자, 여자 두 명의 마사지사가 동시에 90분 동안 마사지를 해준다. 해본 적은 없지만.. 왠지 쓰리썸이 어떤 것인지 알 것 같은 므흣한 기분을 느끼며 몸의 근육들이 편해지는 것을 느꼈다. 숙련된 기술로 마사지사가 몸을 못 보도록 천으로 덮어 불편한 느낌은 전혀 없었다. 남자 마사지사에게 마사지를 받는 것은 처음이었다. 비유를 하자면 울 같은 느낌? 여자 마사지사는 실크 같은 느낌? 베트남,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에서 수십 번의 마사지를 받았지만 오늘 마사지가 가장 특별하고 좋았다.

저녁은 Bale well이라는 식당에서 반세오를 먹었다. 메뉴 없이 한 가지만 서빙하는 곳이라 앉자마자 야채, 소스, 라이스페이퍼 등등이 나왔다. 취향에 맞게 싸서 땅콩소스에 찍어 먹으니 아주 기가 막혔다. 베트남 음식은 다른 동남아 음식에 비해 덜 짜고 야채를 많이 먹어서 건강한 느낌이다. 또 은근히 한식이랑 비슷한 구석이 많다. 쌈 싸 먹는 것을 좋아하고, 국물 요리가 많은 것, 고기 먹는 부위나 요리하는 방식도 비슷하다. 단지 이번 여행 때 깨달은 것은 고수 이상으로 내가 못 먹는 푸른 채소들이 많다는 것.

오늘도 부르고 평화로운 하루였다.

단에게 brunch에 연재할 제목을 멀로 할까 물어보니 한참 생각하다가 emigrate emigrate란다. 아니 무슨 저런 뜬금없는 제목을?? 한참을 웃다가 내가 생각한 backpack honeymoon으로 결정했다. 단의 머릿속은 정말 미스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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