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호이안-> 호치민 Day 13
Banh mi phuong에서 아침식사. 어제 먹은 반미와 Cao Lau가 맛있어서 호이안에서의 마지막 식사는 여기서 하기로 했다. 여기도 이렇게 더운데.. 호치민은 더 덥다지...
늦은 아점을 먹고 체크아웃 시간인 12시까지 시간이 남아 방에서 뒹굴거리며 에어컨 바람을 즐겼다. 여행을 오래 하다 보면 머릿결이 정말 많이 상한다. 배낭여행에 컨디셔너를 넣을 만큼의 공간을 할애할 수 없기 때문에 샴푸로만 머리를 감았다. 귀찮은 나머지 드라이나 빗질을 전혀 하지 않고. 머릿결이 가늘고 숱이 많아 머리가 사자처럼 부풀러 올라 아주아주 풍성하다. 미용실 아줌마가 내 머리숱은 10명 중에 1등할 정도로 많단다. 어떤 사람은 내 머리숱의 3분지 1뿐이라며 극찬(?)을 했다. 여행 2주차인 지금, 손을 집어넣어 빗으면 귀 밑으로는 전혀 빗기지 않는다. 오늘 한번 빗어보자 싶어 단에게 머리를 빗겨달라고 부탁했다.
"oh honey!"
엥? 왜 그러는데? 단이 깜짝 놀란 목소리로... 흰머리를 발견했단다. 내 인생 첫 흰머리를 단이 뽑아서 쥐여주었다. 길이로 보아하니 자란지 3년 정도 된 녀석이다. 단에게 농담 삼아 딱 너랑 만나고 자라기 시작한 거니 나한테 잘하라고 했고, 단은 이제 아줌마라며 놀렸다. 흰머리 없어도 당신과 결혼한 순간부터 아줌마가 되었다네 이 사람아.
이제 이 녀석은 내가 죽는 순간까지 그 자리에 주리내리고 자라겠지. 어떤 것들은 발생하면 그 전으로 돌이킬 수 없는 데, 요놈의 흰머리도 그중 하나다. 반갑다. 앞으로 잘 살아보자 함께.
나는 모기들의 독보적인 사랑을 받는다. 21살 인도에서 봉사활동을 할 때 할 일이 없으면 얼마나 모기에 물렸나 왼발부터 오른발, 왼팔, 오른팔, 몸통, 얼굴 찬찬히 세어보았다. 그때 약 100방 정도? 후에도 어딜 가나 나는 걸어 다니는 모기퇴치 약이다. 나와 있으면 모기들이 나를 집중적으로 물기 때문에.. 사파에서 mosquito repellant를 사서 온몸에 뿌리고 다니는데 약이 강해서 뿌릴 때마다 그 향에 내가 먼저 어지럽다. 또 더운 날씨 때문에 땀 흘리고 하루에 몇 번씩 샤워를 하다 보면 다시 스프레이를 뿌려야 하고.. 누군가 모기를 완전박멸할 수 있는 약을 발명한다면, 모기로 인해 생태계 피라미드가 깨질까? 모기의 이로운 점이 무엇인지 도저히 모르겠다. 살생을 하지 않는 단이 유일하게(바퀴벌레도 안 죽임) 허락하는 생물체가 모기다.
결론은.. 모기 때문에 근지러워 죽겠다!!!
12시에 체크아웃을 하고 호텔 풀에서 수영을 하며 우리를 태우고 갈 차를 기다렸다. 다낭 공항까지 호텔에서 예약한 차로 15불을 냈는데 지켜보니 고객마다 값을 다르게 알려주는 것 같았다. 무척 무례한 호주 여자애 두 명한테는 18불이라고 했다. 역시 서비스직에 있는 사람들한테는 친절해야 면봉 하나라도 더 받는 거지.
아침부터 수영하고 걸어 다녔더니 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무척 지쳐 있었다. 사람 없는 한적한 벤치에 자리 잡았는데 한무리의 베트남 사람들이 오더니 내 의자를 침범하여 엉덩이를 들이밀었다. 처음에는 참으려다가 자꾸 엉덩이로 자기 영역을 넓히길래 나도 힘을 빡 주고 나 건들지 말라는 눈빛을 계속 쏴주었다. 사진을 찍으며 시끄럽게 계속 떠드는 소리에 너무 짜증이 나서 단이랑 자리를 옮겼다. 베트남은 무척 아름답고 음식도 맛있고 친절한 사람도 많지만 우리에겐 2주로 충분했다.
jetstar를 탔는데 한 시간 연착되더니 랜딩 후에도 트레픽 때문에 기다리고 짐 찾는 것도 오래 걸렸다. 1시간 20분 걸리는 비행에서 delay된 시간이 3시간 정도..
너무 피곤했지만 오늘 단 사촌과 저녁을 먹기로 했기 때문에 단 외할머니 집에 짐을 풀자마자 만나기로 한 식당으로 갔다. 메뉴는 달팽이 요리. 사실 여기서 달팽이라고 하는 게 우리가 생각하는 식용달팽이도 물론 포함되지만 소라나 다슬기도 모두 아우르는 것 같다. 단이 제일 좋아한다는 사촌은 베트남에서 성공한 건축가였다. 자기 스튜디오를 가지고 시간 날 때마다 세계여행을 하는 무척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요리도 무척 맛있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