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호치민 Day 14
매트리스가 없는 침대에서 침낭을 펼쳐 하나는 깔고 하나는 덮고 잠이 들었다. 우리는 단의 할머니 집 3층에 2일간 머물렀다.
베트남의 건물 구조는 무척 특이하다. 앞에서 보면 무척 좁지만 뒤쪽으로 길게 뻗어 있다. 1:4 정도 비율의 직사각형 구조랄까? 단 할머니 집 건물도 그러했는데 보통 1층은 가게로 세를 주고 그 위층부터 가정집이다. 집 구조가 좁고 길쭉하다 보니 한 층은 거실로 쓰고 다른 층은 방이나 주방으로 쓰는 것 같다.
아침은 단의 고모네 집에서 먹기로 했다. 외할머니 집에서 고작 5분 거리. 단 어머니와 아버지는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사셨구나 싶었다. 30년도 더 전에 이곳에서 삶을 꾸렸을 때는 캐나다로 갈 줄 꿈에도 모르셨겟지. 단의 가족은 베트남 전쟁을 기점으로 독일, 미국, 캐나다로 뿔뿔이 흩어졌다고 한다. 슬프게도 요즘 종종 뉴스로 접하게 되는 시리아 난민들이 보트를 타고 자유를 찾아 떠났던 것처럼 베트남 사람들도 '보트피플'이 되어 본인의 이념과 맞지 않는 고국을 떠났다. 다행히 당시에는 난민들에 대해 우호적인 시대여서(식민지 시대에 대한 미안함도 있지 않았을까) 단의 친척들은 각 나라에서 기틀을 잡았고 대부분 나름 성공한 삶을 누리고 있다. 단 부모님도 워낙 형제가 많기 때문에 몇몇은 아직 베트남에 살고 있었다. 우리는 오늘 단이 가장 좋아한다는 고모님의 가족과 식사를 했다. 단이 누차 말했던 것처럼 무척 선하고 밝은 기운을 가지신 분이었다. 약 3시간 동안 그동안 못 했던 얘기를 나누었다. 물론 나는 베트남어를 못하기 때문에 싱긋 웃고 있는 망부석으로.
오늘 하루는 호치민에서 마치 살고 있는 것처럼 흘렀다. 특별한 곳을 가지 않고 거리를 돌아다니며 이발하고 동네 쌀국수 집에서 점심과 저녁을 먹었다. 일상에서는 대부분의 보통의 날에 가끔의 특별한 날이 있다면, 여행할 때는 반대다. 보통의 날이 특별해진다.
쌀국수에 관해서라면 한없이 까다로운 단이 인생 최고라고 곳!
유럽 여행 한 달 반째인 지금 이때 먹은 쌀국수가 너무 그립네요..
한국에서 출발할 때 가방이 12kg였는데 도저히 이 무게로 40일을 걸을 자신이 없어서 호치민에서 짐을 줄였다. 있으면 좋을 것 같은 것은 모두 내려놓고 있어야 하는 것만.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던한복 스타일 블라우스와, 스윙댄스화는 버리지 않았다.. 하하하
내일은 유럽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