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호치민 -> 프랑스 파리 Day 15
악명 높은 Aeroflot 타는 날.
모스크바로 10시간 30분 날아간 다음 2시간 대기 후 파리로 가는 비행기를 탄다. 사실 초반 계획은 이왕 경유하는 거 러시아에 1주일 정도 머물 계획이었다. 항공권을 알아보니 1주일 스탑오버를 하는 비용과 바로 파리로 가는 비용이 같아서 아무 생각 없이 아싸하고 예매를 했었더랬다.
싱가폴에서 한국으로 돌아오고 결혼 전까지 1달 동안 러시아 비자며 캐나다 영주권 등등을 처리했어야 했는데 그 때 알게 됐다. 러시아에서 일주일 머물기로 한건 정말 바보 같은 짓이었다는걸.. 비자 문제나 숙소, 수수료 등등 여러 가지를 미리 조사했어야 했는데..
한국인은 러시아를 무비자로 30일 동안 갈 수 있지만 캐나다인은 비자가 필요하다. 이 정도야 사전에 조사했어서 까짓것 대사관 가서 신청하면 되지 했는데, 캐나다인이 러시아 비자를 신청하는 과정은 상상 이상으로 복잡하고 돈이 많이 들었다. 일단 인터넷으로 사전 신청서를 작성해야 하는데 미국인, 호주인, 캐나다인은 특별히! 한 장 더 작성해야 한다ㅋㅋㅋ특별취급ㅠㅠㅋㅋㅋㅋ
그리고10년 동안 여행한 국가를 기술해야 한다. 문제는 단이 4년 전부터 캐나다를 떠나있었고 세계여행을 했었다는 것...ㅋㅋㅋㅋㅋ 날짜까지 정확하게 요구한다. 반 정도 채웠을 때 시간 오버로 페이지가 리프레시되고ㅋㅋㅋ 아 즐거워ㅋㅋㅋㅋㅋ단이 그렇게 열받은 거 오랜만에 봤다. 겨우겨우 서류 준비를 해서 비자 신청하는 곳에 갔는데(이것도 웃긴데 대사관이 아니라 대행하는 곳에 잘 찾아가야 한다) 인비테이션이 필요하단다. 우리는 러시아에서 카우치 서핑을 할 예정이라 숙소를 예약하지 않았다. invitation은 보통 호텔 예약하고 요청하면 준비해주는 거라고.. 이것도 호스텔이나 작은 호텔은 안 된단다. 비자발급 비용도 13만 원 정도?파리 가는 김에 한번 구경해볼까 했던 우리의 마음은 가기도 전에 시베리아의 차가운 환대를 느낄 수 있었다. 결국 러시아 항공사에 전화를 해서 비행기 표를 바꾸는 것으로 러시아에 가고자 했던 마음은 완전히 접었다. 이걸 계기로 러시아가 얼마나 미국과 캐나다를 안 좋아하는지 알게된, 값비싼 공부를 했다. 갑자기 세계대전도 공부해보고 싶고 외교도 궁금해지고, 러시아!(25만 원이 항공권 바꾸는 비용으로.. 아이고 아까버라...)
단이랑 여행하며 느낀 건데 한국 여권 만만세다. 정말 짱이다.
이러저러해서 공항에 온 우리는 Aeroflot을 탈 생각에 심장이 콩닥콩닥 거렸다. 롤러코스터란 소리도 있고 랜딩 할 때 박수 친다는 소리도 있어서 과연 어떨지 두 눈을 반짝이며 입장했다.
우리는 파리로 들어가는 항공권만 구입한 상태였는데 그게 문제가 되었다. 웃긴 게 발권할 때나 이민국에서는 전혀 묻지 않은 걸 비행기 탑승 전에 붙잡아서 한참을 기다리게 했다. 만약 파리에서 입국을 거절하면 우리가 이용한 항공사가 항공권 비용 부담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진작 말해줬으면 기다리는 동안 독일에서 영국 가는 비행기 표 살 수도 있었던 걸!(제일 싼게 20유로 였음) 결국 문제가 생기면 바로 영국으로 가겠다는 각서를 쓰고 비행기에 가장 마지막으로 탑승하는 영광을 누렸다.
비행 자체는 괜찮았다. 중간에 기체가 좀 흔들리기는 했지만 그 정도야 머. 사실 Aeroflot은 내게 최고의 비행 경험을 선사했다. 편안함이나 기내서비스 부분이 아니라 엔터테이먼트, 유머 부문에서.
첫 번째, flirty cabin crew. 비행기를 타자마자 항공사 소개와 주의사항에 대한 영상을 보았다. 어여쁘고 요염한 눈빛을 지닌 승무원이 나오더니 말보다는 눈빛으로 의사소통을 했다. 가령 벨트를 안맨 승객에게 다가가 유혹하듯 웃으며 눈짓을 하니 승객이 알았다는 듯이 벨트를 매는 식이었다.
두 번째, 기체 흔들리기 직전에 뜨거운 차를 받았는데 음료를 쏟지 않으려고 모든 사람들이 컵을 들고 흔들림에 맞추어 팔을 똑같이 움직이는 모습이 너무 웃겨서 나도 함께 하는 와중에 엄청 웃었다.
세 번째, 착륙할 때 박수를 친다는 건 진짜였다ㅋㅋㅋㅋㅋㅋㅋ사람들 일부러 그러는건가??했는데, 진심이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이고 배야ㅋㅋㅋㅋㅋㅋ 착륙하고 장난으로 박수 치는 시늉을 하며 단을 보며 웃을 때 갑자기 곳곳에서 승객들이 박수치는 소리가 들렸다. 웃음기 하나 없이...ㅋㅋㅋㅋㅋ
Aeroflot 최고다.
모스크바에서 두시간 대기 한 후 파리로 향했다.
이미그레이션을 생각보다 너무 쉽게 통과하고 우리를 마중나온 마틸드 커플과 함께 그들의 집으로 갔다.
파리의 첫인상. 어둡다. 지하철, 냄새난다. 신기한 사람들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