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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rim Park Dec 04. 2016

#16. Backpack Honeymoon

프랑스 Paris Day 16

오래된 아파트 나름의 운치가 있다.

시차와 굶주림으로 프랑스 시간 새벽 6시에 잠에서 깼다. 샤워를 하고 나가고 싶었지만 신세를 지고 있는 친구가 아침에 일을 하러 나가야하기 때문에 준비하는데 방해하고 싶지 않아 출근할 때까지 파리 명소들을 구글맵에 표시하며 기다렸다.(구글 맵의 save 기능 덕분에 인터넷 없이도 무사히 여행할 수 있었다.) 결국 샤워는 다녀 와서 하기로 하고 7시 반에 프랑스의 바게트를 맛 보러 베이커리를 찾아 나섰다.

그림같은 하늘

파리는 멋지다. 그리고 맛있다. 그냥 거리를 걸어다니는 것만으로 하루를 모두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친구 집이 몽마르뜨 언덕 근처라 그 주변을 걷다가 Gontran cherrier라는 빵집에서 바게트(0.95유로!), 뺑오쇼콜라, 아몬드 크로와상, 에스프레소를 한 잔 했다. 우리 인생 최고의 브레드!! 에스프레소를 싫어하지만 마치 나는 이런거쯤 매일 먹는 다는 듯이 창가에 앉아 시크하게 원샷해보고 싶어서 시켰다. 다음부터는 카페라떼를 한 잔 하는걸로..

단은 캐나다 몬트리올 출신이라 프랑스어가 모국어인데 프랑스어인들이 쓰는 프랑스어는 무척 시적이라고 인상 깊어한다. 예를 들면 식료품점 앞에 애완동물 금지, 보통 그냥 'no animal'이라고 쓰는 것을 여기서는 'your friendly pet is sadly not welcomed in here'라고 쓴단다. 또 다른 예로'i will kill you'를 여기서는 'i will have your skin'이라고 표현한다고. 확실히 프랑스어에는 시적인 단어나 은유가 많은 것 같다. 눈을 지긋이 감고 속삭이듯이 말해야 할것 같은 발음도 듣기 좋다.


걸어다니는 사람들 모두 화장이나 패션이 가지각색이다. 파리에서의 첫 날, 나는 이 개성 넘치는 도시가 너무 좋아졌다.


단은 파리가 경험 많은 신사같다고 한다. 싱가폴이 부단히 노력해서 멋져보이고 싶어해도 먼가 아쉬움과 부족함이 있는데 반해 파리는 가만히 있어도 귀품이 있다. 한 마디로 쿨하다. 이 쿨함은 도시 곳곳에서 사람들에게서, 그리고 변덕스러운 날씨에서도 느껴졌다. 제멋대로에 당당한 느낌. 너무 매력적인 곳이지만 길거리의 개 똥과 지하철에서의 오줌냄새를 견뎌야 한다. 싱가폴이라면 이런것들을 없애고 가리려고 난리일텐데 여기서는 이런 불청결함에서 조차 당당하다. 견디렴, 하이힐을 신고 향수를 뿌리렴.


마틸다가 추천해준 곳에서 아침을 먹기로 했다. 17유로 짜리 전식,메인요리,후식 3코스를 먹었다. 프랑스는 정말 요리로 어떻게 행복을 주는지 알고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을 구경하며 와인을 마시며 단과 행복한 시간을 가졌다.

술 없이 어떻게 살지?

다시 한참을 몽마르뜨 언덕을 걸었다. 물랑루즈, 사랑의 벽, sacre-couer를 갔다. 파리에서 제일 좋은 건 관광명소보다 거리를 돌아다니는 것 같다. 아름다운 파리.

생각보다 별거 없었던 물랑루즈. 가난하기에 공연은 포기..
이것도 생각보다 별게..
이것도 그닥 감명깊지는..

파리는 유명세를 떨치는 수많은 명소보다 도시 잧0가 매력적인 곳이다. 바꿔말해 유명하다는 곳은 생각보다 엥, 저게 다야? 싶은 곳들이 많았다. 일본인들이 파리에 환상을 품고 왔다가 고국으로 돌아가 실망감에 우울증을 겪는다던데 그 심정이 이해될것도 같다. 단지, 사람들을 느끼고 느긋이 영화를 보듯  찬찬히 둘러본다면 이름붙일 수 없는, 혹은 이름을 기억할 수 없는 곳에서 색다른 매력을 느끼지 않을까.


저녁은 마틸다와 윤후씨와 한국마트에서 장을 봐서 소주와 함께 윤후씨가 만든 음식을 먹었다.

키야, 역시 이맛이야!!

우리는 참 비슷한 점이 많은 커플이다. 여행하며 만나고,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따라오고, 요리는 남자가 하고ㅎㅎㅎ파리에서 그들을 만나고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단이 안동에 놀러왔을 때 머문 게스트하우스에서 마틸다를 만난것이 인연이 되어 이렇게 신세를 지게 되었다. 오기전에는 딱 한번 만났던 사람이라 걱정도 많았지만 우리를 정말 가족처럼, 오래된 친구처럼 대해주어 편안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한국을 무척 사랑하는 마틸다와 시크하지만 귀여운 매력이 있는 윤후씨, 앞으로도 지금처럼 행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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