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Day 18
오늘은 프랑스 국경일이다. 숙취로 인한 갈증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윤후 씨가 준비해준 아침을 먹고 다 같이 tv로 샹젤리제에서 진행된 국경일 행사 생중계를 보았다. 파리에서 파리를 티비로 보고 있다니.. 게으름뱅이 같으니라고.. 산장에서 가상현실로 숲 체험하고 있는 거랑 비슷한 것 같군.
느지막이 집을 나선 우리는 어제 에펠탑까지 갔으니 오늘은 샹젤리제부터 해서 센느 강변을 따라 걸을 예정이다. 지하철을 타고 샹젤리제로 갔다. 파리의 지하철은 무척, 무척 구식이다. 선진국일수록 지하철 시설은 후지다는 사실이 참 아이러니하다. 캐나다도 그렇고 영국도 그렇고, 지하철을 예전에 만들었기 때문에 요새 새로 건설하는 나라에 비해 많이 열악하다. 이런 인프라 시설은 다시 고치려면 어마 무지한 시간과 돈과 불편함을 감수해야 되기 때문에 다들 손도 못 대는 것 같다. 언뜻 생각해도 세금이며 민원이 감당 안 될 것 같다.(고작 1년 일했다고 토목쟁이 티를 내는 중ㅎㅎㅎ)파리 곳곳에는 이렇게 아날로그적인 것들이 많이 있다. 문을 수동으로(!) 열어야 하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러야 열리는 지하철 문, 광고판도 전자가 아니라 종이가 롤링 되는 것이었다.(80년대인 줄..) 이렇게 예전 것을 지키는 것이 프랑스의 콧대 높은 매력이다.(그냥 게으른 건가..)
샹젤리제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오전의 행사 때 퍼레이드를 했던 말들의 배설물도 넘쳐났다. 파리와 똥도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이름이 파리, fly라서 그런가ㅎㅎ) 길을 걸을 때 유의하지 않으면 신발이 더럽혀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요새는 벌금이 강화돼서 예전보다는 적다고 하는데도 3번 정도 밟을 뻔했다. 아 또 재밌는 사실은 프랑스에는 유기견이 없다. 모두가 주인이 있다. 만약 길거리에 홀로 있는 개가 발견되면 시설에서 당장 데려가 보살핀다고 한다. 내가 만약 개로 태어나면 꼭 프랑스에서 태어나야지. 어떨 때 보면 인권보다 견권을 더 생각하는 것 같은 나라다.
파리하면 떠오르는 장소 중 하나인 루브르 박물관의 유리 피라미드. 나는 다빈치 코드를 읽고서는 루브르 하면 다빈치 코드가 떠오른다. 사람들이 하나같이 집게 모양 손을 하고 피라미드를 들어 올리는 시늉을 한 체 사진을 찍고 있다. 우리는 그 모습이 재밌어서 찰칵. 루브르에 도착했을 때 날씨는 사진을 찍기 딱 알맞았다. 그림 같은 구름과 쨍쨍한 햇빛. 파리는 정말 카디건이 필수다. 날씨가 하루에도 몇 번씩 사계를 왔다 갔다 한다.
다음은 노트르담. 가는 길에 길가에 있는 크레페 집에서 배를 채웠다. 나는 소시지와 버섯, 치즈가 들어간 것을 주문했는데 무척 맛있었지만 짰다.
노트르담 하면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노트르담의 꼽추. 예전에 읽은 거라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실제로 노트르담을 보게 되니 너무 신기하다. 사실 내가 파리에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신기하다. 쎄느강이 흐르고 에펠탑이 보이고.. '나는 파리의 택시기사'라는 책을 무척 재밌게 봤는데. 여기서 택시기사를 하는 상상도 한번 해본다. (장롱면허 주제에..ㅋㅋㅋ)소설 향수도 다시 읽어보고 싶어지네. 노트르담의 입장료는 무료라 들어가기 위한 행렬이 정말 끝도 없이 이어졌다. 적어도 2시간은 기다려야 할 것 같아서 내부를 보는 건 구글을 검색하기로 하고 단과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인 Le Marais로 걸어갔다.
가는 길에 길거리 공연을 구경했다. 무척 스타일리쉬한 6명의 댄서들. 정말 멋있다!! 잘생겼어!!
나는 파리에 대해 정말 아는 것이 없지만 Le Marais 거리에는 꼭 와보고 싶었다. 파리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읽은 'me before you'에서 사지가 마비된 남자 주인공이 다시 오고 싶다고 했던 거리. 그냥 카페에 앉아 사람 구경하고 커피를 마시고 싶다고 했던. 실제로 와보니 이해가 되었다. 파리에는 워낙 다양한 사람이 많지만 이 거리는 특히 재밌다. 단이 말하길 게이들이 많이 사는 동네라고 한다. 평소 잘 작동하지 않는 내 게이다도 이곳에서는 굳이 작동시키지 않아도 알겠다. 단과 사거리 카페에 앉아 사이다(애플 와인)를 마시며 한참을 사람 구경하며 앉아있었다.
사실 저녁에는 마틸다 친구 집에 가서 불꽃놀이 구경을 하러 가기로 했다. 하지만 내가 기절한 듯 잠이 드는 바람에.. 단 말로는 잘 때 단이 갈 거냐 물었는데 안 간다고 했단다. 너무너무 피곤해서 기억도 안 난다. 시차를 적응하는 중인지 미칠 듯이 피곤하다. 결국 불꽃놀이는 못 봤지만 단의 요리와 우리가 제일 좋아하는 피노누아 와인을 함께 먹으며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