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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rim Park Jul 10. 2016

#3. Backpack Honeymoon

베트남 하노이-> 하롱베이 Day 3

우리는 신혼부부

다행히 조식이 6시 30분부터라 호텔에서 밥을 먹고 출발할 수 있었다. 새벽에 엄청난 번개 소리와 빗소리 때문에 일찍 깨서 짐 정리를 하고 단이랑 잠시 노닥거렸다.

원래 음악을 찾아서 듣는 편이 아니지만 여행 중에 음악이 필요할 것 같아 어떻게 다운 받을지 찾아봤다. 무슨 노래든 상관없다. 기본적으로 좋으라고 만든 노래기 때문에 좋게 들으면 다 좋게 들린다는 음악 철학이 있기 때문에. 근데 음악 플레이리스트를 만드는 것도 왜 이렇게 스트레스지? 카테고리 별로 어떻게 정리할지부터 생각하고 있으니.. 하지도 않을 거면서 :p 완벽하지 않은 완벽주의자.

부모님과 오빠를 데리고 밥을 먹으러 갔다. 커피가 고소하니 맛있네.(우리 숙소 Marvellous hotel) 밥을 먹고 싶어 하는 아빠를 위해 치킨 죽(밥 메뉴가 없었음)을 시키고 치킨 쌀국수 3개, 소고기 볶음국수, 번(찐빵에 만두소가 들어간 것), 샌드위치를 시켰다. 얼마지않아 국수와 죽이 1개씩 나오고 다른 메뉴가 나왔는데도 쌀국수 2개가 마저 나오지 않았다. 아 저 스태프가 실수했구나 싶어 불러서 얘기하는데 단이 동남아 사람들에게는 주문을 반복하거나 의사를 확실히 표현해야 한다고 했다. 갑자기 기분이 확 나빠졌다. 내가 잘못 했다는 건가? 나도 내 방식이 있는데.. 여행 시작부터 다른 사람이 실수할 때마다 단이 괜찮다 괜찮다 하던 것이 조금씩 내 기분을 상하게 했는데 이때 터졌다. 아니 다 괜찮아? 나도 이런 작은 실수 이해하지만 그래도 한 번쯤은 같이 욕해줄 수 있지 않나..내가 걔를 붙잡고 쌍욕을 할 것도 아니고 그냥 한번 공감해 주면 되는데. 혼자였으면 그럴 수도 있지 할 일이 단이 괜찮다 하니 더 안 괜찮아지는 이 기분은 머지. 아무이후로 기분이 좀 나빠져서 식 때까지 입을 꾹 다물었는데 단이 방에서 자기가 미안하다, 나는 내 기분을 좋게 하기 위해서 말한 건데 우리가 아직 서로 모르는 부분이 많은가 보다 앞으로 노력하겠라고 말해서 아씨, 이런 천사! 또 한번 감동했다. 날개가 겨드랑이에서 털로 자란 남자 같으니.

짐을 내리고 드디어 국민은행 마일리지 카드로 결제를 성공하고(이 카드 안될까 봐 걱정함. 돈 엄청나게 쓸 건데 마일리지 혜택이라도 받아야지) 우리를 하롱베이까지 데려줄 벤을 기다렸다.

그런데...오맛!! 완전 럭셔리한 벤이!!


초호화 van

이런 호사를 누리다니! 하노이에서 180km를 달리는데 중간에 30분 쉬는 시간과 점심, water puppet show가 있다고 한다.

피곤했는지 모두들 잠이 들었다. 차는 30분 정도 쉬었다가 갔는데 멈춘 곳은 여러 공예품을 파는 곳이었다.

돌을 깎아 만든 공예품과 장애인들이 수를 놓아 파는 작품들, 여러 보석들이 있었다. 엄마가 진주 목걸이를 가지고 싶어 하셔서 아빠가 통 크게 하나를 사주셨다. 수십 명의 사람들이 수를 놓고 있었는데 한 명 한 명이 사실 좋은 환경에서 미디어를 잘 만났으면 예술가로서 큰 인기를 누릴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만약 그들 같은 기술을 가지고 그 이미지를 잘 팔았다면 난리가 날 수도 있었겠지. 성공도 다 이미지로 만들어지는 세상인 것 같다. 요즘은.

달리고 달리고 달려서 쇼를 보는 곳에 도착했다. 수중에서 인형들이 나와서 농사짓는 것이나 수확하는 것에 대한 연극을 했다. 무척 아기자기하고 귀여웠지만 우리는 너무 배가 고픕니다.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쇼가 드디어 끝나고 밥을 먹었다. 식사는 모두 크루즈 비용에 포함되어 있지만 음료값은 별도로 내야 했는데 마침 메뉴에 킴이 추천했던 333맥주가 있어서 각 1캔씩 마셨다. 시골이고 관광객만 오는 곳이라 한 캔에 4만동이나했지만 머 다들 맛있게 먹었으니. 음식들은 관광객 입맛에 맞추어진 베트남식이었다. 나는 동남아에서 쓰는 어떤 초록색 잎도 입맛에 안 맞는 듯하다. 엄마가 방화잎이라고 하는 것도 냄새가 싫고. 아빠는 얼마 전 동유럽 여행 때 음식 때문에 고생해서 이번 여행 때 공항에서 고추장이랑 김을 사 왔다. 다행히 베트남 음식은 입맛에 잘 맞아서 맛있게 드신다. 하지만 며칠째 국수만 줄기차게 먹었더니 밥을 그리워하셨는데 마침 쌀밥이 나왔다. 모두 재밌게 쇼를 보고 한잔 시원하게 하고 다시 하롱베이로! 한 시간만 더 가면 됩니다요.

배 탑승 완료. 3층짜리 작은 배에는 11개의 객실이 있었다. 우리는 204호를 쓰게 되었는데 하필 에어컨이 고장이 나서.. 에어컨은 결국 다른 작은 배가 와서 교체를 한 후에 제대로 작동했다. 3시 반에 스프링롤을 말아(?) 튀겨 먹고 기운을 좀 얻어 5시에는 카약을 했다. 하롱베이의 작은 섬 곳곳을 단과 같이 카야킹하는 것은 즐거운 경험이었다. 처음에는 제대로 못했지만 할수록 힘이 부족해서 그렇지 요령이 생기는 것 같았다. 우리 엄마는 참 머든지 잘하네. 카야킹도 내가 볼 때는 아빠보다 훨씬 잘하는데 :p 한 시간 정도 하고 바다 수영을 잠시한 다음에 씻고 저녁을 먹었다. 하롱베이 바다 위에서 먹는 저녁은 무척 운치 있었다. 부모님은 한국에서 사온 김과 고추장, 소주를 이때다 싶었는지 꺼내가져 오셨다. 조금 부끄럽기도 했지만 이게 우리 문화고 엄빠가 재밌어하셨으니 :) 코스요리로 새우, 돼지고기,밥 등등 다양하게 나와서 맥주랑 배부르게 먹었다. 아빠는 외국인과 한두 마디 나누는 걸 무척 즐거워하셨고 엄마는 가져온 김을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맛보도록 하셨다. 역시 정 많은 한국인. 평소의 우리랑은 다른 분위기로 보낸 하롱베이의 밤은 우리 모두에게 만족스러웠다.

마지막 일정으로 오징어 낚시를 했는데 미끼 없이 한 거라 힘들기만 해서 금방 들어왔다. 곧 단이랑 선데크에 올라가서 별 봐야지. 늘 감사함 마음을 가지자. 더 이해하자 세림아.

사람들이 낚시에 정신이 팔린 사이(단 포함) 혼자 선 데크로 올라가 밤하늘의 별을 봤다. 구름이 조금 끼여있기는 했지만 촘촘하게 박힌 별들. 하롱베이에 조용히 떠있는 수많은 배들의 불빛이 아니라면 더 많은 별들을 볼 수 있었겠지. 나도 바닥의 불빛을 켜고 있는 사람들 중 하나라 누굴 할 수는 없지만. 고요하다. 좋다. 회사를 그만두고 했던 많은 고민들이 지금은 전혀 마음 쓰이지 않는다. 단이랑 같이 올라왔을 때는 구름이 많아 별은 볼 수 없었지만 바람을 느끼며 의자 위에서 잠이 들었다. 다시 내리기 시작한 비 때문에 잠에서 깨어 방으로 돌아갔다.


*하롱베이 cruise-indochina junk. 인당 30만원 정도. 2박 3일. 동굴에서 식사 및 카야킹 포함. 음료를 제외한 모든 식사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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