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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rim Park Jul 15. 2016

#6. Backpack Honeymoon

베트남 하노이 -> 사파 Day 6

부모님을 공항까지 배웅하고 호텔에 돌아온 시간은 1시였다. 크루즈를 하며 못 봤던 밀린 웹툰들을 정독하고 왁싱으로 화끈거리는 곳에 로션을 발라주고 잠자리에 들었다.

하노이 B&B hotel에서 하룻밤을 묵기로 했는데 미화 25짜리 저렴한 곳이었다. 복도 쪽으로 난 작은 창 하나가 전부인 방은 방음이 전혀 안되고 하필 1층이 연결된 2층 방이라 리셉션에서 얘기하는 소리까지 다 들렸다. 그런 탓에 6시부터 일어나서 부산스러운 호스태프들의 아침을 준비하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단은 그동안 많이 피곤했는지 이런 소음을 전혀 개의치 않고 푹 잤다. 이번 여행 때 꼭 하기로 결심한 것이 글을 남기는 것이라 일기도 쓰고, 글을 올릴 곳도 찾던 와중 민지 언니가 언급한 Brunch가 생각났다. 무엇보다 어플의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서 이걸로 결정!

다시 혼자 노닥거리다 단을 깨워서 아침밥을 먹으러 시장으로 나갔다. 과일을 한 움쿠리 짊어지고 베트남 전통 모자를 쓴 여인들, 바닥을 점령한 작은 식탁과 의자, 오토바이들, 쌀국수 포, 베트남식 샌드위치 반미. 단돈 1,2천 원에 즐길 수 있는 수많은 길거리 음식들. 7년 전에 처음으로 간 해여행이 인도였는데 때는 위장이 남들보다 더 튼튼해서 일행 중 거의 유일하게 탈이 나지 않았던 몸이었지만 새 위장이 고급화가 되었는지 며칠 전부터 배가 살살 아프고 설사를 계속하고 있다. 약해졌구나...

단과 반미를 하나씩 사들고 호텔 앞에 있는 카페로 갔다. 베트남에는 유명한 음식들이 많은데 커피도 중 하나다.

이렇게 컵 하나가 다른 컵 위에 얹혀져 나오는데 밑에 컵에는 연유가 들어 있고 위에 컵에는 커피가루, 필터가 있어서 물을 부으면 밑에 있는 컵으로 커피가 추출된다. 잠시 기다렸다가 연유와 잘 저어서 얼음이 있는 컵으로 부으면 완성! 무척 달고 진한 맛이 난다. 먹으면 잠도 확 깨고 고소하니 맛있다. 커피를 마시고 호텔로 돌아가 체크아웃 준비를 했다. 레카를 만나기까지 시간이 좀 남아서 처리하지 못한 캐나다 영주권 서류 준비를 했다. 내가 채울 수 있는 부분은 많지 않아서 거의 단에게 맡기고 있지만.. 얼른 캐나다로 보내야지! 12시 30분에 만나기로 한 약속 장소로 갔다. 레카는 남편 제임스와 딸과 함께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단과 같이 한국에서 함께 한국어를 배운 인연으로 종종 어울렸었는데 2년 전에 고향인 하노이로 돌아와 딸을 낳고 살고 있다. 안 본 사이에 레카는 엄마가 됐고 제임스는 아빠가 되어 있었다. 우리도 곧 저렇게 자그마한 아이를 품에 안고 있겠지? 농담 삼아 메이드 인 프랑스에 제조는 캐나다에서 할 거라고 했는데, 캐나다에서 자리 잡는 시간이 필요해서 그러지는 못할 것 같다. 그래도 조만간 우리도 아이를 가져야지.


오늘 밤 기차까지 다시 시간이 남아서 카페로 와 오렌지 와인 커피(약 2500원)를 시켜서 나는 글을 쓰고 단은 열심히 서류 정리를 하고 있다. 흐려지는 하노이의 하늘. 살기는 힘들 것 같지만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활력이 넘치는 도시다.


첫날에 맛집이라며 먹으러 갔다가 오픈 시간이 안 맞아서 못 먹었던 쌀국수집에 단이랑 둘이서 갔다. 나는 스페셜 포를 먹었는데 다른 쌀국수에 비해 두 배 비싼 4천 원 정도. 맛은 굿!! 베트남 음식을 먹을 때 나는 초록 잎의 냄새 나는 식물들은 거의 못 먹겠다. 있는 것보다 없는 게 맛이 좋다. 가끔씩 있어도 도움 안 되는 것들이 어디든 있지. 나는 그런 쌀국수 속에 고수 같은 사람이 아니어야 할 텐데.. 어떤 조직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지. 삼성에서 그랬나..

저녁을 먹고도 시간이 남아서 단이 처음으로 마사지의 매력을 알게 된 미도리 스파를 다시 찾았다. 늘 부드러운 마사지만 받다가 단은 이번에는 근육을 쫙쫙 풀어주는 타이 마사지에 도전했고 나는 마사지 역시 스페셜 한 걸로 받았다. 오따라 내가 스페셜하게 느껴지네. 여기는 맹인들이 마사지사로 등록되어 있는 업소로 디스카운트 없이도 가격이 저렴했다. 무엇보다 좋은 점은 마사지사끼리 잡담을 하지 않다는 것이다. 쉬러 갔다가 괜히 그들이 시시덕 거리는 소리에 기분만 나빠지는 경우도 많은데 여기는 고요하고 마사지에 집중할 수 있었다. 마사지를 받으면서 나를 안마해 주는 이 어린 여자애는 한 달에 얼마 정도를 받을까, 본인은 이런 제대로 된 마사지를 받은 적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은 참 불공평하고 그래서 있는 사람들, 여유를 가진 사람들은 전생이 있다고 믿으며 미안함을 승화시키는 것 같다.

사파로 가는 밤기차를 타고 8시간을 달려야 한다. 방이 무척 타이니 하긴 했지만 어차피 잠만 잘거니 숙박비도 아끼고 시간도 아낄 겸 타게 되었다. 같은 칸을 몬트리올에서 온 커플과 함께 쓰게 되었다. 단과 같은 몬트리올에서 온 사람들을 이렇게 종종 만나게 될 때가 있다. 나도 여행을 오래오래 아주 오래 하다 보면 어느 이국 기차 침대칸에서 안동에서 온 커플을 보게 될 날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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