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진 바람과 사라진 꿈
맹세의 말들이 쏟아졌다. 달빛을 담은 소금물에. 사라지는 파도 속에서 넘실넘실. 나는 무엇을 바랐나. 스스로 자초한 일들이 사라질 리가 없지 않나. 진작 떠나야 했다. 살랑이는 바닷바람에 날려가듯, 암초에 부딪혀 포말로 사라지듯이. 지나간 계절을 다시 산다면 그를, 그것들을 바라지도 않을 것이다. 허나 무의미한 가정임은 분명했다. 끊임없는 자조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사신의 칼날은 처음부터 끝까지 언제나 나에게로. 내가 무슨 죄를 지어서. 한낱 인간이 신의 뜻을 어찌 알겠느냐. 슬픔과 분노 끝엔 체념만이 남는다. 파도 같은 회한에 빠져 허덕 거리다가 아무것도 남지 않은 손아귀를 본다. 그렇게나 갈구했던 것들이, 어찌 신기루처럼 한순간에, 한 조각의 편린조차 남기지 않고. 울음 같은 웃음이 비죽 흘러나왔다. 시작과 선택들의 그릇됨을 이제야 깨달았다. 목구멍에서 말이 되지 못한 단어들이 쏟아져 나왔다. 맹세로 이어지지 않을 바엔 차라리 부서져버리길 바라는 유약한 심정으로 그것들을 다시 삼켰다. 저 파도가 나를 덮쳤으면 했다. 그것에 휩쓸려 조각조각, 사고도 감정도 남지 않게 둥둥. 하나 빌어먹을 몸뚱이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음에도 무거웠다. 회피, 포기, 체념은 나의 오래된 지병. 낫는 법을 몰랐다. 사신의 칼끝은 이번에도 나를 향하나. 억센 바람이 몸을 날린다. 가루를 날린다, 심장을 땔감 삼아 활활 타버린 후회가 잿가루로 되어. 아주 잠깐 동안 회색 가루가 공기 속을 부유했다. 그렇게 먼지가 되어, 수 십 년이 허무하게도 그깟 분진으로, 흩날리는 입자로 훨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