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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Aug 19. 2016

칠천이백살 조몬삼나무와 사는 남자

야마오 산세이, <어제를 향해 걷다> 독후감

어제를 향해 걷는다는 게 무슨 말일까?


뭔가 감성적이면서 아날로그한 느낌은 들지만 정확한 의미를 알기 힘든 이 말, 이것이 궁금해 나는 이 책을 샀다. 아 참, 본격적인 독후감에 앞서 한 가지 자랑 겸 알려드리고 싶은 게 있다. 이 책은 절판이다. 중고서점이 아니면 구경하기 힘드니 도서관에서 빌려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저자 야마오 산세이는 야쿠 섬에 사는 남자다. 그렇다고 섬에서 태어나 쭉 자란 토박이 섬사람은 아니다. 도쿄에서 살다가 어느 날 야쿠 섬으로 들어가버렸다. 그것도 가족과 함께. 그 후 십삼사년을 야쿠 섬에서 살면서 농사 짓고 살림 하고 글을 썼는데, 그렇게 쓴 글은 모아 낸 책이 <어제를 향해 걷다>다. 출간년도는 2006년이다.


야쿠 섬이란 어떤 곳일까? 야마오 산세이가 말하는 '지구 친화적 삶', '어제를 향해 걷는 삶'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그가 사는 공간적 배경을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푸르디 푸른 숲. 그 곳이 바로 야쿠시마다. 이것만으론 설명이 부족하다고? 아래 글을 참조하자.

일본 큐슈 가고시마현 쿠마게군에 속한 섬으로, 1993년 세계자연유산에 지정되었다. 일본에는 3개밖에 없는 세계자연유산 중 하나. 면적은 504km²로 제주도의 1/4 정도 되는 제법 큰 섬이다. 

원령공주페르소나3 배경의 모티브가 된 울창한 숲이 있는 것으로 유명하며, 오래된 거목과 산림에 뒤덮인 숲이 장관을 이룬다. 숲 전체가 이끼로 둘러싸여있다. 출처: 나무위키

그렇다. 원령공주의 배경 모티브가 된 곳이 바로 이 야쿠시마의 숲이다.

야마오 산세이는 이런 곳에서 산다. 물론 그가 사는 곳은 숲 속이 아니라 마을이긴 하지만 산 속의 마을이라고 했으니 아마도 이런 배경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자연친화의 끝판왕이라고 할 만한 이 곳에 살면서 야마오 산세이가 주장하는 바는 항상 '진보'와 '진화'만을 향해 나아갈 게 아니라 '슬픈 일이 보다 적은, 보다 인간다운 사회'를 만들어가자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실천하는 방법이 바로 그 자신의 삶이다.


그는 가족과 함께 야쿠 섬에 살면서 농사를 짓는다. 아이들은 초중고를 섬에서 다녀야 한다는 교육관을 가지고 있으며, 옛날식으로 화장실에서 똥오줌을 퍼 거름으로 쓰고 돌을 던져 원숭이를 쫓는다. 그의 글 곳곳에서 자연과 공존하고자 하는 인생관과 우파니샤드를 비롯한 인도네팔의 철학을 중시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그런데 결론적으로 어제를 향해 걷는다는 게 무슨 말인가, 야마오 산세이의 표현을 빌어 정리하자면 이렇다.

지구에는 직진하는 시간과 회귀하는 시간의 두 시간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인류는 언제나 진화와 진보를 중시하며 직진하는 시간을 달려왔지만 실은 그 안에서도 시간을 회귀하고 있습니다. 나라는 인간은 아직도 어린 시절 보던 용설란으로 고향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내가 용설란과 고향을 연결지을 때 나는 아직도 그 어린 시절의 시간을 가고 있는 것입니다. 인류가 진보한다고 해서 더 행복해지고 인간적인 사회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나는 어제를 향해 걷습니다.

정확히 책의 표현을 가져다 옮긴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로 정리하면 야마오 산세이 씨도 내가 책을 열심히 읽었다는 걸 이해해 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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