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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Oct 13. 2016

모든 비밀은 밝혀지는 것이 옳은가

십여 년 전 어느 날, 미군이 이라크인들을 향해 사격하여 8명을 죽이고 대화를 나누는 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왔다. 이 영상의 제목은 Collateral murder(부수적 살인)으로 지금도 유튜브에서 시청할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5rXPrfnU3G0

기자 혹은 일반인으로 보이는 이들을 향해 사격을 가해 순식간에 8명을 죽이고 그것도 모자라 건물에 헬파이어 미사일을 날려 더 많은 사람을 죽인 미군의 대화 중 가장 문제가 된 부분은 다음이었다.


Oh, yeah, look at those dead bastards.

Nice.

저 새끼들 죽은 꼴 좀 봐.

좋구만.

(영상의 6분 30초 부분)


전쟁은 국가와 국가 간의 다툼이며 그 과정은 사람, 정확히는 군인에 의해 수행된다. 군인들은 교전 중에 전사할 수 있으며 모든 군인은 그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민간인은 그렇지 않다. 비무장 민간인은 군인에 대항할 수 없으며 일상 생활에서 전투를 벌이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는 모두가 아는 상식일 것이다. 그런데 이 상식은 이라크 전투에서 지켜졌을까?

혹자는 이것이 '일부 군인의 일탈'이라고 할 지도 모른다. 혹자는 희생자들이 민간인이 아니며 그들이 메고 있던 카메라가 RPG로 오인될 가능성이 충분했다고 말할 지도 모른다. 진실은 무엇일까?


이 영상을 폭로한 위키리크스, 그리고 그 위키리크스의 설립자인 줄리언 어산지는 분명한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이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을 원본 그대로 공개하지 않고 수정(자막을 입히고 조지 오웰의 문구 등을 덧붙임)한 점, 통상적으로 생긴 민간인 피해를 collateral damage라고 부르는 것에 반해 murder라는 용어를 사용한 점 등을 보면 확실하다.

줄리언 어산지 본인도 위키리크스는 최대한의 정치적 영향력을 얻기 위해 행동한다고 밝힌 바 있다.


줄리언 어산지는 모든 비밀은 공개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미 국방부는 그런 행위가 국익을 저해하는 행위라고 말한다.

위키피디아 설립자는 위키리크스에 반대하며, 페이스북 설립자는 위키리크스에 찬성한다.


당신은 어느 쪽인가?

줄리언 어산지의 일생과 위키리크스의 탄생 및 행적을 다룬 <위키리크스>는 구체적인 사실 관계들을 나열하지만 사실 이 책에서 던지는 질문, 그러니까 위키리크스가 우리에게 불러온 논란과 그 핵심 질문은 다음 한 문장일 것이다.

모든 비밀은 폭로되어야 하는가?


미 국방부의 주장대로 어떠한 사실은 국가 간 경쟁을 위해 비밀로 지켜져야 할 지도 모르고, 줄리언 어산지의 말대로 그러한 비밀들은 부패한 권력을 공고히 하여 국민들로 하여금 올바른 결정을 내리지 못하게 할 지도 모른다.

어쩌면 질문이 너무 대담한지도 모르겠다. '모든'이란 말이 붙은 질문에는 언제나 답하기 조심스러워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만약 질문을 '어떤' 비밀은 폭로되어야 하는가라고 바꾼다면 많은 사람들은 그렇다고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지지 않는 권력층의 비밀이나 국가정보원의 간첩 조작 사건 같은 것들 말이다.

자, 더욱 복잡해지기 전에 글을 마무리 하자. 당신이 위키리크스에 대해 찬성하는 쪽이든 반대하든 쪽이든 이 책을 읽고 나면 적어도 그들이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어떠한 활동을 해왔는지, 심지어 어떤 갈등에 휘말리고 어떤 추문에 휩싸였는지조차 잘 알게 될 것이다. 위키리크스에 대해 좀처럼 심도 있는 내용을 알기 힘든 우리나라에선 이만한 책도 없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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